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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권 지키면서 의결권은 없다?…카라, 임원 '셀프연임' 논란

, 이슈팀

입력 : 2024-04-02 11:05:20 수정 : 2024-04-03 11:1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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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공개 이사회서 임원들 연임 자체 결정
카라 노조, “후원회원 의결권 무시돼…
장기·고액 후원자 ‘ATM’ 취급”

동물권 시민단체 카라의 노조가 불투명하고 불공정하게 연임을 결정한 카라 전진경 대표와 이사회를 비판했다. 카라 노조는 사측이 장기간 후원금을 내고 의결권을 가진 회원들을 ‘현금자동입출금기(ATM) 취급’한다고 밝혔다.

 

카라 노조가 지난 2월27일 서울 종로구 정부청사 앞에서 임원 선출 과정을 지적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카라 노조 제공

동물권행동 카라 노조는 1일 전 대표가 외부에 공개되지 않은 채 밀실에서 연임을 자체적으로 결정하고 연임 사실을 외부에 알리지도 않았다며 비판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또한 비공개 이사회에서 이사들 또한 ‘자체 연임’ 결정된 데 대해 카라 후원회원들의 의문에 답하라고 촉구했다.

 

노조에 따르면 지난 2월13일 카라 이사회는 전 대표의 연임을 결정했다. 노조는 이후 이 사실을 공개하지 않다가 2월28일 ‘2024 카라 정기총회’에서 대의원이 ‘대표와 이사들 연임을 결정한 것이 맞느냐’고 묻자 그때서야 연임 사실을 인정했다고 밝혔다. 전 대표 연임 결정뿐 아니라 법인 등기부등본에 사단법인 카라의 이사로 등기도 올린 상황이었다.

 

외부 후원금은 카라 활동에 필수적이다. 동물구조 등 모든 활동뿐 아니라 활동가 급여와 대표 연봉까지 모두 후원금으로 지급된다. 대의원은 1만8000여명의 후원회원 중 의결권을 가진 회원으로, 카라 이사회가 정한 신청 자격은 2년 이상 후원해왔으며 2년간 후원금 미납이 한 번도 없었던 회원이다. 이런 조건을 갖춘 상태에서 대의원 공고가 떴을 때 지원하면 대의원이 될 수 있다. 장기간 성실히 후원금을 납부했으며 의결권도 갖고 싶은 후원회원이 대의원이 되는 것이다. 

 

카라 노조가 농림축산식품부에 제출한 카라 관리감독을 촉구한다는 시민연대 성명서. 카라 노조 제공

대의원 역시 카라 총회 참석 대상으로, 카라 정관 제25조에 따라 임원 선출은 총회에서 정해진다. 정관 32조에서 정하는 이사회 의결사항에는 임원의 선출 및 연임이 적시돼 있지 않다.

 

현재 이사회는 연임 결정을 내린 이유로 정관 32조 3항에 ‘잔여임기 기간이 1년 미만인 임원의 선임’이 적혀있다는 근거를 대고 있다. 노조는 이런 주장에 “이는 잔여임기가 1년 미만인 이사를 총회 의결사항으로 공지하는 것을 말하지 이사회가 독자적으로 (임원의) 연임을 결정할 수 있다는 말은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전 대표 및 이사들 연임이 비공개로 결정됐었다는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자 대의원을 포함한 후원회원들이 이 과정에 문제를 제기했다. 카라 사측은 ‘대표와 이사 연임 관련해 정관에 의거해 의결했으며 사전 법률 해석을 거쳤다’면서 ‘그밖의 질의 사항에 대해서는 정관과 내규를 확인해달라’고만 답했다.

 

임원의 연임이 쉬워졌을 뿐 아니라 연임 횟수 제한도 사라졌다. 당초 카라 대표는 ‘임원은 이사회의 만장일치로 2차에 한해 연임할 수 있다’(제15조 4항)는 정관에 따라 연임 횟수가 제한됐다. 그러나 이사회는 올해 ‘한 번 선출된 임원의 연임은 이사회 동의만으로도 결정할 수 있다’며 대표 및 이사의 연임 제한을 없애기로 총회 안건으로 상정도 하지 않고 자체적으로 결정했다.

 

카라 후원회원들의 문의에 카라 사측이 보낸 답변서 내용. 카라 노조 제공

노조는 현재 카라 이사회 방식대로 임원끼리 서로를 추천하고 스스로 연임을 결정할 수 있는 구조면, 한 번 선출된 임원은 이사회 동의만으로 9년까지 임기를 연장할 수 있게 된다고 지적했다. 노조는 “사측이 해석한 장관에 관해 떳떳하게 공개하지도 않고 있을뿐더러 후원회원에게 공개도 되지 않은 내규를 확인하라는 말을 하고 있다”며 “후원회원들의 구체적인 질의에 이렇게 무성의하고 불성실하게 답변해도 되느냐”고 지적했다. 이어 “후원회원으로부터 이사 선출권한도 빼앗고 정당한 질의에 궁색한 변명조차 하지 않는다”며 “대체 카라에 있어서 후원회원은 ATM 이상의 어떤 의미가 있는가”라고 되물었다.

 

카라 임원 연임 소식이 알려지자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 노동위원회와 우희종 서울대 명예교수 등 시민 600여명도 ‘카라 권력 사유화를 규탄한다’는 입장문을 내고 사유화 중단을 촉구했다. 카라는 비영리 법인으로서 농림축산식품부의 관리감독을 받는다. 카라 노조와 민변 노동위는 “시민들이 지속적으로 참여하고 감시할 때 시민단체 민주성이 발휘된다”며 농림부에 감독을 요구하기도 했다.

 

서울 마포구에 위치한 카라 더불어숨 센터 모습. 카라 노조 제공

앞서 우 교수는 지난달 13일 “(카라가) 연 60억원 후원금을 받는 비영리 법인으로서 집행부 선출 등은 투명하고 공개적으로 이뤄져야 한다”며 “이번 논란에서 우리 사회 전반에 걸친 집단 내 기득권 구조가 시민단체까지 너무 깊게 자리 잡고 있음을 본다”고 지적했다.

 

전 대표는 “대표 및 이사 연임은 정관에 따라 적법하게 이뤄졌다”고만 설명했다.


박유빈 기자 yb@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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