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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리·판례 찾고 분석하는 비서… 법정에 스며드는 AI [심층기획-법조계 ‘리걸테크’ 바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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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4-04-06 15:00:49 수정 : 2024-04-06 15:0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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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대검, AI 활용 시스템 2024년 내 도입
인간 대체 아닌 ‘업무 보조’ 역할 제한
인력난·사건 처리 지연 숨통 트일 듯

거짓말·오류 땐 치명적… 전면도입 신중
로펌업계는 서면 작성·상담 적극 활용
“판사는 ‘(재판 당사자의) 떨리는 손과 목소리, 어조 변화, 땀방울, 찰나의 머뭇거림, 순간적 눈맞춤’ 등을 모두 종합해 증언의 진실성을 판단한다. 기계는 법원의 핵심 행위자(판사)를 대체할 수 없다.(존 로버츠 미국 연방대법원장, ‘2023년 연말 보고서’에서)”


이런 비판과 우려에도 이미 각국 법조계에는 인공지능(AI) 바람이 불고 있다. 최근 생성형 AI를 기반으로 한 ‘리걸테크’(법률+기술) 열풍이 확산하는 가운데 우리 법조계도 관련 기술 도입에 속도를 내고 있다.

법원과 검찰은 그간 자체적으로 쌓아온 데이터를 바탕으로 수사와 재판에 AI 기술을 활용하는 계획을 현재 구상 중이다. 이를 통해 사건 처리 지연 문제를 해결하고 빠듯한 인력난 문제에도 일부 숨통이 트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다만 사법절차에서의 AI 활용은 당분간은 인간 완전 대체가 아닌 판검사에 대한 업무 보조적 역할로 제한될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법원, 판결추천·양형관리에 AI 활용 계획

5일 법조계에 따르면 법원에서는 법관 업무를 보조하는 방식 위주로 AI 활용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우선 검토되는 방안은 ‘리서치 업무 보조’ 영역이다. 판사가 법리를 확인하거나 유사 선례를 검색하는 데 도움을 주는 방식이다. 판사가 일일이 관련 자료를 찾는 데 들이는 시간을 줄여줄 것이란 기대가 있다. 올해 출범 예정인 차세대 전자소송 시스템에도 추후 이 같은 판결문 자동 추천 AI 모델이 적용될 예정이다. 다만 이 같은 시스템은 AI 활용보다는 일종의 ‘고도화된 검색 시스템’ 성격에 더 가깝다는 평가를 받는다.

법원은 양형 관련 AI 시스템을 구축하는 방안도 착수에 들어간다. 법원이 공고한 올해 주요 사업계획을 보면 대법원 양형위원회는 ‘양형기준 운영점검 시스템 및 양형정보 시스템의 고도화를 위한 AI시스템 구축’ 사업을 하반기 실시한다. 일선 법원에서 생성하는 양형정보 데이터를 관리하고 이에 대한 통계 분석의 ‘혁신’을 도모한다는 게 사업 취지다. 양형기준 수립과 AI는 대량의 데이터를 학습해 통계적 추론을 하는 귀납적 방식이라는 공통점이 있어 사법 영역에서 AI를 가장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분야로 꼽힌다.

 

◆AI가 유사사건 서류 추천… 검찰 연내 도입

대검찰청도 올해 말 검찰 내 형사사법 정보를 학습해 현재 수사 중인 사건과 유사한 사건의 서류 10종을 추천해 주는 서비스를 도입할 예정이다. 이는 법무부가 주관해 검찰, 경찰, 해경, 법무부가 개발 중인 ‘차세대 형사사법정보시스템(KICS)’ 사업의 일환이다. 검찰은 이를 통해 검사와 수사관이 조서나 공소장, 판결문, 법령정보 등을 AI로부터 추천받아 관련 서류를 찾는 데 들인 부담을 덜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대검은 또 기존 데이터를 분석해 사용자에게 적합한 콘텐츠를 새롭게 만들어내는 생성형 AI 서비스를 검찰 업무에 도입할 방안을 검토 중이다.

대검은 생성형 AI을 기반으로 한 검찰 사건처리 업무의 활용방안 연구를 이미 마친 상태다. 연구를 수행한 가톨릭대학교 산학협력단은 △유사사건 검색 △진술 요약 및 분석 △수사 정보 요약 및 서류 초안 작성 △형량 제안 △증거물(메신저·PC) 내 유의미한 정보 추출 △법률 표현 문장 재구성 △수사 질문 생성 등에 AI를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제시했다. 이 중 유사사건 검색 기능 외에도 진술을 요약 및 분석하고, 압수한 증거물에서 특정 범죄와 관련된 영역을 추출하는 기능 도입이 유력하게 검토되고 있다. 다만 본격적인 도입까지는 기술적·행정적 이유로 오랜 시일이 필요할 전망이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생성형 AI도입 신중해야” 목소리도

법조계에서는 법원과 검찰이 생성형 AI 도입에 신중해야 한다는 우려도 있다. 기술적 한계로 인해 오류가 발생할 경우 업무에 치명적인 지장을 줄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예컨대 검찰 진술 조서에는 조사 내용이 사건 관계인과의 문답 형태로 기재돼 있는데, AI가 이 내용을 요약하는 과정에서 주어 등이 잘못 표기되거나 중요한 정보가 빠질 경우 검사의 판단에 오류가 생길 수 있다.

사용자에게 적합한 정보를 가공해 주는 생성형 AI가 존재하지 않는 정보를 존재하는 정보처럼 추천하는 오류가 발생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가톨릭대 인공지능 연구팀 소속 신유진 데이터사이언스학과 교수는 “생성형 AI가 일종의 거짓말을 하는 ‘할루시네이션’(환각)은 워낙 고질적인 문제라 국가적 해결 과제이기도 하다”며 “법원이나 검찰의 업무는 한 사람의 인생에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에 도입이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법관의 AI 활용이 헌법상 ‘법관에 의해 재판받을 권리’와 ‘법관의 독립성’을 침해한다는 문제 제기도 꾸준히 나오고 있다. 사법절차에서 AI의 판단 범위와 수준은 법관을 보조하는 데 그친다는 점을 분명히 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이기도 하다.

오세용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는 지난해 6월 대법원 양형위 산하 양형연구회가 개최한 ‘AI와 양형’ 심포지엄에서 “인공지능 알고리즘에 따른 판단이 법관의 판단을 보조하는 수준을 넘어서게 되면, 실질적으로 ‘적법절차의 원칙’을 위반할 수 있다”며 “법적·윤리적 가이드라인 마련이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법원 관계자는 “미국에서 AI가 가짜 판례를 만들어 낸 것처럼 여러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며 “(AI 기술이) 업무 보조 수준에 불과하더라도 기술적 오류나 윤리적 문제가 없는지 다각도로 검토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검찰도 법조계의 흐름을 따라가면서도 보수적인 검증을 거쳐 생성형 AI를 신중하게 도입하겠다는 입장이다. 대검 관계자는 “(법조계의 AI 도입의) 흐름을 따라갈 것이지만, 보수적인 검증을 통해 신중하게 접근할 예정”이라며 “사업을 추진한다고 해도 지속적인 검증작업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로펌은 법률서비스·송사 활용 확대 중

AI의 본격 활용에 신중한 태도를 보이는 법원이나 검찰과 달리 로펌 업계는 리걸테크를 적극적으로 도입하고 있다. 법무법인 대륙아주는 지난달 국내 로펌으로는 처음으로 AI 기반 법률상담 서비스를 출시했다. 리걸테크 기업인 넥서스가 네이버의 대규모 언어모델을 활용해 만든 서비스로, 로펌이 축적한 법률 사례 데이터를 기반으로 상담을 진행하는 방식이다.

김앤장과 율촌과 태평양, 광장 등 대형 로펌은 자체 AI 시스템 구축을 추진 중이다. 법률포털 ‘로톡’을 운영하는 로앤컴퍼니는 AI 서비스 ‘슈퍼로이어’를 통해 법률리서치뿐 아니라 법률서면 초안 작성, 법률문서 요약·쟁점 정리 등의 기능을 제공할 예정이다.


이종민·유경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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