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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인력 수용 양 → 질 전환해야 [연중기획-소멸위기 대한민국, 미래전략 세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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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4-04-02 06:00:00 수정 : 2024-04-01 21:2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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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순노동력 유입 확대는 한계
경쟁력 높일 인재 확보 급선무
핵심 목표로 수립 필요성 커져

국적 취득 간소화·가족 대동도 쉽게… 인재 유치 시스템 필요

외국인 전문인력, 취업자 중 6% 불과
韓서 박사 취득한 10명 중 3명만 잔류

일본보다 ‘고용허가제’ 도입 앞섰지만
우수인재 유치 속도는 日이 훨씬 빨라

과도한 업무·미흡한 생활지원도 문제
“여기서 자녀 대학 보낼 수 있을지 걱정”

대한민국의 미래를 짊어진 청년 인재가 모인 대전 유성구 한국과학기술원(KAIST·카이스트).

 

방글라데시에서 온 슈브로닐 센굽타(26·박사과정)씨는 이곳에서 사람이 옷처럼 입을 수 있는 웨어러블 로봇(Wearable Robot) 개발에 밤낮으로 몰두하고 있다. 전문용어로 골격(Exoskeleton) 로봇으로 불리는 웨어러블 로봇은 장착한 사람의 움직임에 따라 허리, 팔뚝의 부담을 경감하면서 물건을 가뿐히 들어 옮길 수 있도록 한다. 저출산·고령화로 일손이 부족한 산업현장의 노동력 보충과 생산성 향상은 물론 고령층·장애인의 활동영역을 확대할 것으로 기대되는 핵심 연구개발(R&D) 분야. 국제적으로도 각국이 사활을 걸고 경쟁을 벌이는 이 분야에서 방글라데시 국적의 센굽타씨는 장차 ‘대한민국 국가대표’가 될 고급두뇌다.

 

초저출산·초고령화에 따라 국가소멸 위기에 봉착한 대한민국의 생존을 위해 센굽타씨와 같은 해외 우수인재의 확보가 국가과제로 부상하고 있다.

 

국내 여성·고령층의 노동참가율 확대로 잠재성장률이 일정 기간 상승하나 이후 정체될 수 있고, 만성적 출산율 저하·학령인구 급감은 국내 이공계 인재의 감소로 이어져 나라 전반의 경쟁력과 생산성이 저하할 수 있다. 또 저임금에 기초한 외국인 단순노동력의 유입 확대는 한계(限界)산업의 혁신을 지연시켜 오히려 장차 구조개혁·생산성 향상에 부담이 되고 사회통합 관점에서도 잠재적 갈등요인이 될 가능성이 있다.

 

결국 인구절벽의 위기 속에서 대한민국의 유지·성장을 위해서는 외국인 유입정책의 방점을 양(量)에서 질(質)로 전환해, 국가경쟁력과 생산성을 높일 수 있는 우수인재 확보를 국가대계(大計)의 핵심 목표로 수립해야 할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방글라데시에서 온 슈브로닐 센굽타씨가 대전 유성구 한국과학기술원(KAIST·카이스트)에서 팔·다리 등의 근력을 높여줘 짐을 들고 옮길 때 부담을 줄여주는 외골격(Exoskeleton) 로봇을 입고 물건 운반 시험을 하고 있다. 초저출산·초고령화에 따라 국가소멸 위기에 봉착한 대한민국의 생존을 위해 센굽타씨와 같은 해외 우수인재의 확보가 국가과제로 부상하고 있다. 센굽타씨 제공

◆해외 인력 수용 양→질로 전환해야

 

서용석 카이스트 국가미래전략기술정책연구소장은 1일 “중소기업의 일손 부족은 알지만 미숙련, 저임금 외국인 노동자가 대규모로 들어오면 단기적 편익(사업과정에서 발생하는 경제적 가치)이 있어도 장기적으론 인종·문화갈등으로 사회적 비용이 훨씬 커질 수 있어 신중히 검토해야 한다”고 했다. 서 소장은 “현재 (학령인구 감소 등으로 인한) 인재풀 축소와 이공계 기피현상 심화로 우수인재가 과학기술계로 오지 않는 상황에서 대학이나 연구소에선 베이비붐 세대 과학기술자의 은퇴 러시로 빈자리를 메울 사람도 없다”며 “해외 우수인재를 끌고 와야 하는 실정”이라고 했다.

 

국무총리 산하 정부출연연구기관인 과학기술정책연구원(STEPI) 분석에 따르면 한국의 이공계 전체 학생(학부 및 석·박사 과정) 수는 지난해 81만413명에서 2050년 42만7457명으로 급감한다. 특히 이공계 대학원생(석·박사과정)은 2025년부터 숫자가 본격적으로 감소해 석사과정은 현재 4만5000여명에서 2050년 2만2000∼2만7000여명으로, 박사과정은 4만1000여명에서 2만∼2만4000여명으로 각각 절반 수준으로 감소할 것으로 보고 있다.

 

위기 폭발의 시한폭탄이 째깍째깍 돌아가고 있으나 해외 우수인재 확보는 답보 상태다. 법무부(출입국자 및 체류외국인 통계 등)에 따르면 국내에 머무는 해외 인재라고 할 수 있는 외국인 전문인력 수는 지난 10년간 매년 4만∼5만명 수준으로 큰 변화가 없다. 이 숫자는 E-1(교수), E-2(회화지도), E-3(연구), E-4(기술지도), E-5(전문직업), E-6(예술흥행), E-7(특정활동), C-4(단기취업) 사증(비자) 소유자를 의미해 비(非)이공계를 포함하고 있다. 첨단분야 학위 소지자, 기술창업 투자자, 연구개발인력 등의 영주자격자는 1924명에 불과하다.

 

해외 우수인재 확보에 있어서 경쟁국 일본에도 뒤처지고 있다. 김명중 일본 닛세이(日生)기초연구소 상석(上席)연구원 연구에 따르면 2022년 기준 외국인 취업자 중 전문인재 비율은 일본이 26.3%로 한국(6.0%)의 4배가 넘는다. 우수인재 유치 속도도 일본이 훨씬 빠르다. 2017∼2022년 5년간 일본의 전문인력 비중은 18.6%에서 26.3%로 7.7%포인트 뛰었지만, 한국은 0.3%포인트(5.7%→6.0%) 증가하는 데 그쳤다. 한국이 일본보다 먼저 2004년 고용허가제를 도입한 이래 외국 인력 유치와 관련해선 일본보다 한수 위라는 평가였지만 전문인재에 국한하면 일본이 한국보다 앞서가고 있다.

김명중 상석연구원은 “일본 매체가 나에게 한국의 우수인재 수용이 성과가 있지 않느냐고 문의해 왔으나 일본보다 성과가 없어 할 말이 없었다”고 안타까워했다. 김 상석연구원은 “저숙련 노동자 수용에 집중했던 한국과 달리 일본은 개호(介護·간병)복지사 같은 경우도 전문직에 포함하는 등 연구, 교육, 기술직 등의 다양한 인재를 받아들이고 영주(永住) 등 여러 가지 조건을 굉장히 완화했다”며 “우리도 노력하고 있으나 일본만큼 적극적이지 않고 (조건이) 엄격해 (해외 우수인재 수용에 있어서) 격차가 벌어지는 데 영향을 줬다고 본다”고 했다. 그러면서 “저성장 분야에서 일할 사람은 얼마든지 있지만 고성장 분야에서 일할 사람은 아주 제한적이라 외국에 인재가 있으면 빨리 받아들여 나라 전체 경제가 발전하고 미래 먹거리를 만드는 시스템 구축이 중요하다”며 “수수방관하면 국제적 인재 확보 전쟁에서 밀려나 국가경쟁력도 뒤처지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우수인재 확보, 일본에 크게 뒤져

 

문제는 출산율 저하라는 공통과제에 직면한 선진 각국이 우수인재 확보를 위한 경쟁을 벌이고 있지만 한국이 경쟁국에 비해 내세울 매력 포인트가 변변치 않다는 점이다. 한국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한 외국인의 귀국 흐름이 거세지면서 2021년의 경우 3분의 2에 가까운 62%가 본국으로 돌아갔고 겨우 29.8%만 잔류했다는 충격적 통계(한국직업능력연구원)는 열악한 한국의 현주소를 보여준다.

 

더욱이 작금의 상황은 해외 우수인재 유치는커녕 우리가 그나마 국내에서 어렵게 키운 내외국인 전문인력이 더 좋은 조건의 해외로 빠져나갈 가능성이 있다. 여기에 인도·동남아시아 지역에서도 임금 상승·생활수준 향상과 함께 저출산 경향이 본격화하면 인재 확보는 더욱 어려워질 수 있다.

 

이에 따라 △낮은 임금 수준 △열악한 정주(定住) 여건 △어려운 비자 발급 △법·제도적 차별과 같은 우수인재 유치의 장애물을 해소하기 위한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미국과 캐나다, 호주 등 다양성이 상대적으로 높은 이민국가나 영어권 국가에 대한 해외 우수인재의 선호도가 높은 것이 현실인 상황에서 낮은 임금 수준은 인재 확보의 걸림돌이 되고 있다.

 

대한상공회의소는 최근 발표한 보고서(저출산·고령화의 성장 제약 완화를 위한 생산성 향상 방안: 연구인력과 혁신의 관점에서)를 통해 “현재 해외 전문인력에 대한 국내 이민 여건은 주요국과 비교해 매력적이지 않은 상황”이라면서 “국내 외국인 연구자가 미래 한국 거주를 원하지 않는 주된 이유로 낮은 연봉, 외국인 생활지원, 많은 업무량 등이 꼽힌다”고 했다. 한국직업능력연구원 조사에 따르면 신규 박사 중 연봉 5000만원이 넘은 인력 비율은 내국인 42.7%인 것에 비해 국내 거주 외국인은 5분의 1도 안 되는 7.6%에 불과했다.

 

2006년 한국에 온 미국 출신의 데이비드 먼디(48) 한동대 국제법률대학원 교수는 “혼자 살기에 한국은 좋지만 가족과 함께 산다면 전문인력의 임금은 아주 다른 상황이 된다”며 “정말로 여기에서 살 수 있을지, 자녀들이 대학교에 갈 수 있을지, 자녀들이 커서 남편과 아내를 만날 수 있을지 (걱정이 된다) … 상황이 많이 바뀌게 된다”고 했다.

 

우리는 경쟁국에 비해 열악한 근무, 생활 여건에서도 영주권 취득을 위해 요구되는 임금 수준의 허들은 상당히 높다. 일반 영주자의 경우 5년 이상 국내 체류, 전년도 1인당 GNI(국민총소득)의 2배 이상 소득, 사회통합프로그램 5단계 이수 등의 요건이 있다. 2022년 1인당 GNI가 4249만원인 걸 고려하면 연간 8500만원에 가까운 소득이 있어야 한다. 카이스트 박사과정에 있는 튀르키예 출신의 메르베 도안바스(29)씨는 “우리 분야는 석사를 마치고 대기업에 들어가도 5000만원을 넘기 어렵고 박사를 마쳐도 대체로 7000만원 수준”이라며 “5년을 체류하고 (영주권을) 신청할 수 있는데 그 회사랑 잘 맞으리란 보장도 없다”고 했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게티이미지 제공

◆R&D 예산 삭감, 외국 인재에 나쁜 신호

 

전문가들은 해외 인재 확보를 위해서는 영주권·국적 취득절차를 간소화하고 국내 입국 단계에서 가족의 대동을 쉽게 해야 한다고 주문하고 있다.

 

정부는 이런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우수 외국인재의 경우 영주권·국적 취득 단계를 줄인 ‘과학·기술인재 영주·귀화 패스트트랙’ 제도를 지난해부터 시행하고 있다. 카이스트 등 이공계 특성화 기관에서 석·박사를 하는 우수인재는 거주 자격요건에 취업을 제외하고 취득기간을 줄였으며, 영주 자격조건에는 소득 조건을 없애고 연구 성과 등을 평가한다. 지난해 이 제도를 통해 122명이 거주자격(F-2-7S)을 얻었고, 단 1명이 영주권(F-5-S1)을 취득해 아직 언발에 오줌 누는 수준이다.

 

한류나 한국인의 정(情)에 기대를 거는 외국인 유치 정책은 한계를 맞을 수밖에 없고 학업, 취업, 거주에 있어서 한국이 실질적인 매력을 발산해야 외국 인재가 유입된다. 고민은 해외 우수인재의 임금이나 생활여건만 단기간에 급격히 개선하기가 쉽지 않다는 점이다. 이는 대한민국이 기본적으로 국내 인재에게 매력적인 땅이어야 해외 인재의 선택지도 될 수 있다는 의미다.

 

이런 점에서 정부의 R&D 예산 삭감 조치는 과학기술 발전에 대한 대한민국의 의지가 상실됐다는 잘못된 신호를 국내외 인재에게 줄 수 있다는 점에서 패착점이 됐다. 서용석 교수는 “문재인정부에서 원자력을 홀드(탈원전을 의미)하면서 카이스트에서 원자력쪽 지원자가 거의 없었다”며 “과학기술산업을 살리려면 정부의 메시지가 굉장히 중요한데 R&D 예산 삭감은 미래 인재에게 안 좋은 사인을 준 것이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센굽타씨는 지난 2월 윤석열 대통령이 참석한 카이스트 졸업식에서 졸업생 신민기씨가 R&D 예산 삭감을 비판하는 구호를 외치다 끌려나간 사건과 관련해 “(R&D 예산 삭감 비판에) 공감이 갔다”며 “(실제) 연구실에서 월급이 깎여서 힘들어하는 사람이 많다”고 했다.


포항=이정한 기자, 유경민·이동수 기자, 도쿄=강구열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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