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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서원

슬픔은 슬픔에게 던져

주어라

헤아리지 말고

해를 바라보며 탄식하지

말고

봄이면 꽃나무

여름이면 장마

겨울에는 바람 속에 눈꽃 속에

온몸을 띄워라

사시사철 우는 새는

바보, 바보, 바보

구름은 눈물, 눈물,

콧물,

터지는 아픔은

두고두고 아껴 쓰지 말고

아픔에게 던져주어라

때로 이런 말이 약이 된다. 슬픔은 슬픔에게, 아픔은 아픔에게 던져주라는 말. 두고두고 슬퍼하거나 아파하지 말고, 탄식하지 말고, 미워하지 말고, 스스로를 탓하지 말고 그만 계절의 리듬에 맞춰 몸을 슬쩍 띄워보라는 주문. 가라앉지 말고, 너무 깊이 잠기지 말고. 잘못 당도한 물건을 제자리에 가져다 두듯이. 주인에게 돌려주듯이. 슬픔 같은 건 원래 내 것이 아니었다고, 그렇게 항변하듯이.

봄이 왔지만 어쩐지 봄 같지가 않은 요즘. 쌀쌀한 기운에 여전히 히터를 켜 두게 된다. 감기를 독하게 앓는 사람도 많다. 사는 게 힘들다는 사람도, 잠자리에 누워 조금 울었다는 사람도. 창문 밖 꽃들이 만발한 것을 보면서도 좀처럼 몸을 띄우지 못한 채다.

세상의 슬픔은 마르지 않고, 수시로 크고 작은 슬픔이 곁으로 밀려든다. 그럴 때마다 기억하면 좋겠다. “사시사철 우는 새는 바보, 바보, 바보”. 울음을 멈추고 따뜻한 곳으로 쌩하니 날아가면 좋겠다.


박소란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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