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기 대한의사협회(의협) 회장으로 선출된 임현택 당선인이 정부와의 대화 조건으로 ‘의대 정원 500∼1000명 감축’과 ‘복지부 장·차관 파면’ 등을 내건 가운데 의협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가 “정부와의 대화 여부는 비대위가 결정한다”고 선을 그었다. 임 당선인의 회장 임기가 시작되는 5월1일 전까지는 비대위가 투쟁에 대한 전권을 갖는다는 것이다.
김성근 의협 비대위 언론홍보위원장은 31일 서울 용산구 의협회관에서 진행된 제6차 비대위 회의 결과 이같이 결정했다고 밝혔다. 여의도성모병원 교수이자 의협 비대위 부대변인을 맡았던 그는 이날 회의에서 새롭게 언론홍보위원장을 맡게 됐다.
◆의협 공식 입장은 ‘원점 재논의’
김 위원장은 “당선인은 차기 의협회장으로서 말한 것”이라면서 “비대위에서는 아직 구체적으로 협상이라는 단어 자체를 사용하지 않고 있기 때문에 전제조건을 내세울 이유가 없다. 정부가 어떤 안을 제시하는지에 따라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의협 비대위는 “의대 정원을 원점에서 재논의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김 위원장은 “(의대 증원에 대한) 비대위 입장은 초지일관 ‘원점 재논의’”라면서 “2000명 증원에 대한 과학적 근거가 없기 때문에 임상 의사를 포함한 많은 전문가가 참여해 정원에 대한 과학적 논의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부의 ‘2000명 증원’ 정책은 근거가 없다는 게 비대위 주장이다.
김 위원장은 “대부분 대학이 (증원 규모) 끝자리가 0으로 끝나는데 강원대는 132명으로 끝자리가 2로 끝난다”면서 “2000명이라는 숫자를 맞추기 위해 (강원대만) 2로 끝나는 것인데, 이런 면을 봐도 (증원 규모의) 근거가 없다”고 지적했다. 정부가 명확한 근거 없이 2000명이라는 숫자를 정해두고 각 대학에 증원분 배분을 끼워 맞췄다는 것이다.
◆“매주 회의 열어 한목소리 내왔다”
정부가 의사들에게 “단일 창구를 만들어달라”고 요구한 것에 대해서는 “갈라치기”라고 비판했다.
김 위원장은 “의협 비대위에는 처음부터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 박단 비대위원장과 전국의대교수협의회(전의교협)이 참여해 하나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면서 “의협 비대위는 14만 의사 회원을 모두 포함한, 대표적인 대화 창구”라고 말했다.
그는 “교수, 전공의, 공중보건의 등 모든 직역이 (의협에) 포함돼 있고, 직역별로 추천을 받은 사람들이 모여있는 게 의협 비대위”라면서 “비대위가 매주 모여 회의를 하는 건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는 걸 보여주기 위해서다”고 부연했다. 이어 “상대방(정부) 쪽에서 갈라치기 하는 것 같은 느낌이 들어 신경 쓰지 않고 있다”고 했다.
◆개원의 주 40시간 준법진료 돌입
한편 의협 비대위는 이날 회의에서 개원의들이 주 40시간 근무하는 ‘준법진료’를 시작하기로 결정했다. 앞서 대한개원의협의회는 의대 증원에 항의하는 의미로 주 40시간으로 진료시간을 축소하는 방안을 논의했는데, 이날 회의에서 이를 내일부터 시작하기로 한 것이다. 다만 ‘자발적인’ 투쟁이기 때문에 정확한 규모는 알 수 없다.
김 위원장은 “의협이 참여를 강요할 수는 없지만 많은 회원이 이런 상황에서 개원의가 참여할 방안이 무엇인지에 대한 고민을 해왔고, 가장 현실적인 방안이 그런(주 40시간 진료라는) 의견이 많이 보였다”며 “자연스럽게 확산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전에 개원의협의회에서 발표한 바가 있기 때문에 개원의들이 준비하고 있었던 것 같다”며 “준비한 사람들은 아마 (내일부터) 시작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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