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정지 상태서 기적적 맥박 회복
119, 충청·경기 3차병원 이송 시도
병원들 “수용 어렵다” 답변 반복
그사이 다시 심정지… 끝내 사망
병원들 “의료대란과 무관” 선그어
정부 “119 도착 당시 맥박 없었다”
당국, ‘의료대란’ 연관성 파악 나서
세 살배기 여자아이가 ‘골든타임’ 내 치료병원을 찾지 못해 숨지면서 정부가 전공의 집단사직 이후 운영을 개시한 병원 간 이송(전원)을 위한 긴급상황실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충청권은 물론 경기지역 상급종합병원(3차 의료기관)까지 전문의, 병상 부족 등을 이유로 전원을 거부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이번 의대 정원 확대의 한 요인이었던 ‘응급실 뺑뺑이’ 사망사고가 더욱 빈번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31일 충북소방본부 등에 따르면 전날 오후 4시30분 119 상황실에는 충북 보은군 보은읍의 한 비닐하우스(농막) 옆 도랑(물웅덩이)에 생후 33개월배기 A양이 빠졌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도랑 최대 깊이는 1m 정도로 A양의 키를 넘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신고접수 9분 후 119구조대가 도착했을 때는 A양 아버지(49)의 심폐소생술(CPR)에도 A양은 이미 자가호흡을 하지 않는 상황이었다. 119구조대는 A양을 오후 4시49분 보은군 종합병원(2차 의료기관)인 B병원으로 긴급이송했다.
B병원 의료진은 CPR와 약물 투여 등 응급처치를 시도했다. 멈춰 있던 A양 맥박이 기적적으로 다시 뛰기 시작한 때는 의료진이 심전도 검사(EKG)를 할 때인 오후 5시33분이었다. 의료진은 A양의 심장이 다시 뛰어 혈액이 도는 ‘자발적 순환 회복’(ROSC) 상태에 이른 것으로 판단하고 추가 치료를 위해 상급종합병원으로의 이송을 추진했다. 하지만 오후 5시35분부터 오후 6시12분까지 충북대병원(청주시)과 충남대병원(대전), 을지대병원(대전), 세종충남대병원분원(세종), 단국대병원(충남 천안시), 순천향대 천안병원(천안시), 대전성모병원(대전) 등 충청권 상급종합병원은 물론 한림대 동탄성심병원(경기 화성시), 아주대병원(경기 수원시)까지 9개 상급종합병원은 병상 부족 등을 이유로 전원을 거부했다.
3차 병원들이 응급 소아환자 전원을 거부하는 사이 A양은 오후 7시1분 다시 심정지 상태에 빠졌다. 119구급대는 대전에 있는 건양대병원에 전원 여부를 타진했으나 “현재 심폐소생술 중이면 수용하기 어렵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A양은 결국 오후 7시40분 최종 사망 판정을 받았다. 119 구조 후 약 3시간 만이다.
의료계에선 A양 사망은 ‘응급실 뺑뺑이 사망사고’나 전공의 집단사직에 따른 ‘지역·필수의료 공백 사태’와는 무관하다고 선을 그었다. B병원 관계자는 “심폐소생술의 골든타임은 30분인데, 자발적 순환 회복은 약물 투입 등 치료 후 1시간 후의 상황으로, 약물로 인해 일어난 심장박동”이라고 말했다. A양 전원을 거부한 한 3차 병원 관계자는 “보은에서 40분 거리인 우리 병원으로 옮겨올 경우 오히려 환자의 상태가 더 악화할 가능성이 있고 소아응급 인력이 거의 없는 상황에서 환자를 받을 수 없었던 것”이라고 해명했다.
정부도 비슷한 시각을 갖고 있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119구급대 도착 당시 해당 여아는 맥박·호흡이 없고 동공 무반응, 심전도상 무수축 상태였다”며 “(당시 여아가) 인근 병원 도착 이후 상태, 전원이 가능할 만큼 생체징후가 안정적이었는지 여부, 당시 전원을 요청받았던 의료기관의 여건 등 상세 내용에 대해서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경찰은 정확한 사인을 규명하기 위해 시신을 부검할 예정인데, 법리 검토 결과 3차 병원들의 전원 거부에 대해서는 수사 대상에 포함하지 않기로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전공의 집단이탈 이후 우려된 ‘응급실 뺑뺑이’를 막기 위해 3월4일부터 응급환자 ‘병원 간 이송’(전원)을 지원하는 긴급상황실을 운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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