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묘목 300주 1년 만에 모두 죽어…“호두는 품종 선택이 중요” [귀농귀촌애]

관련이슈 한현묵의 귀농귀촌애 , 세계뉴스룸

입력 : 2024-03-30 10:27:27 수정 : 2024-04-03 14:3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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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 호두 농사꾼 강학도

종묘상 말만 믿고 잔뿌리 없는 나무 심었다가 1800만원 날려
호두 주산지 돌며 일본 품종 ‘신령’ 200주 심어 7년 만에 수확
1만3000평 개간 호두 400주 연간 8000만원 매출
귀농하면 직접 농사일 돕기보다는 막걸리·사탕으로 친화력 보여야

호두 300그루가 심은지 1년만에 다 죽었다. 6000평 임야에 3그루만 겨우 살았다. 죽은 나무를 뽑아보니 잔뿌리가 하나도 없었다. 서울 양재동에서 종묘상 추천으로 왕호두 묘목을 구입한 게 화근이었다.

 

“묘목이 아니라 뿌리가 거의 없는 몽둥이를 산 것이죠” 3월 29일 만난 충북 제천시 귀농인 강학도 웰빙호두 대표는 20년 전 얘기를 꺼내면서 눈시울을 붉혔다. 강 대표는 묘목상에서 골라준 호두나무를 아무런 검증없이 심었다. 왕호두 나무를 소개한 책자에 나온 ‘4∼5년 후에 수확이 가능하다’는 말을 100%신뢰했다. 그렇게 희망을 안고 심은 호두나무는 싹이 하나도 나지 않는 참담한 결과를 가져왔다. 

강 대표는 40대 중반에 50세가 되면 귀농하겠다는 결심을 했다. 그는 1989년 제1회 공인중개사 시험에 합격한 후 건설회사의 분양팀에서 일했다. 사람을 상대하는 아파트 분양은 쉬은 일이 아니었다. 10년간 분양 업무를 하고 스스로 직장을 그만뒀다. “회사를 다니면서 귀농할 터를 잡았죠” 그는 귀농 보금자리로 현재 호두가 자라는 수산면 임야를 골랐다. 강 대표는 2004년 동네 야산을 구입해 호두를 심기위해 벌목을 했다. 밤낮으로 나무를 베고 땅을 고르는 개간을 하니 쓸모없게 보이던 야산은 기름진 옥토로 변했다. 개간을 혼자하다가 다리를 다치기도 했다.

 

그는 귀농 작물로 호두나무를 선택했다. 이유는 간단했다. 강 대표는 평소에 자루 채 사서 즐겨먹는 호두 마니아다. 호두를 좋아해서 호두를 심은 것이다. 귀농한 이듬해인 2005년 봄, 호두를 심었지만 실패했다. 죽은 호두나무의 보상도 받지못했다. 묘목에 문제가 있었는지, 재배와 관리 잘못인지 판단을 할 수 없어서다. 귀농한지 1년만에 묘목값 1800만원만 고스란히 날렸다.

 

“전국을 돌아다녔어요” 처음 심은 호두 300그루가 모두 죽고나자 그는 정신이 번쩍 들었다. 호두 주산지인 경북 김천과 안동, 전북 무주 등 호두 농가를 찾아 다니면서 공부를 했다. 산비탈이 좋은지, 평지가 좋은지, 물은 어떻게 주는지 꼼꼼하게 살펴보고 기록으로 남겼다.

 

그는 전북 순창에서 일본 품종인 ‘신령’을 보고 유레카를 외쳤다. 가래나무에 접목하는 신령은 알이 굵고 먹기에 편해 소비자 기호에 딱 맞았다. 재배도 그리 어렵지 않았다. 호두나무는 재래종이 채 20%가 되지 않는다. 대부분 수입품종이다. 이유가 있다. 재래종은 굵기가 작아 판매가격이 수입산에 비해 훨씬 싸다. 수입품종은 나무 생존 기간도 50년으로 길다. 수확기간이 그만큼 길다는 뜻이다.

2007년 신령 호두나무 200주를 10m간격으로 심었다. 처음 심은 나무와 달리 무럭무럭 자랐다.

 

호두는 물을 싫어한다. 때문에 장마철이나 비가 많이 오면 물이 고이지 않도록 배수로 확보에 신경을 써야한다. 심은지 7년만에 첫 수확을 했다. 그동안 먹었던 호두 맛과는 달리 너무 고소했다. 소비자들의 반응도 좋았다. 해를 거듭할 수록 호두 농사에 자신감이 생겼다. 2014년 그는 인근의 2농장에 호두나무 200주를 추가로 심었다. 2농장에서도 얼마전부터 본격적인 수확을 하고 있다.

 

강 대표는 귀농 후 처음 식재해 다 죽고 겨우 살아난 호두나무 3그루를 그대로 두고 있다. 크기와 모양은 다른 호두나무와 다르지 않다. 하지만 정작 중요한 열매를 맺지않는다. 그는 호도 농사를 지으려면 예비농부들에게 이 나무의 역사를 설명하고 호두 품종의 중요성을 일깨워 주고 있다. 

 

강 대표는 호두나무 한그루에서 연간 20㎏을 수확한다. 연간 8t의 수확으로 벌어들이는 수입은 8000만원가량이다. 호두알로 기름을 짜는 호두기름도 인기다. 주로 지인에게 주지만 판매도 한다.

 

최근 이상기후로 호두 농사도 봄 냉해 피해를 입는다. 수확시기에 계속된 장마도 수확량을 떨어뜨리는 원인이 된다.

그는 호두농사를 지으려는 예비귀농인에게 거듭 당부했다. 품종 선택이 가장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키가 작은 왜송종이 있어요” 그는 농삿일을 편하게 하기위해 왜송종을 심지만 결실을 보기가 쉽지않다고 했다. 호두나무 품종은 이미 수확이 입증된 것을 심어야 실패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강 대표는 퇴직을 앞둔 공직자들에게 호두나무 농사 짓는 것을 적극 권장하고 있다. “공직자 모임이 있는데, 거기서 호두나무를 심으라고 해요” 2년생 호두나무를 심으면 7년정도 지나면 본격적인 수확을 할 수 있다. 때문에 그는 장기 계획을 갖고 호두농사를 지어야 한다고 했다.

 

호두 농사의 장점으로 그는 일손이 많이 들지 않는다는 점을 꼽았다. “1만 3000평에 400주의 호두농사를 짓는데 수확기에만 4∼5명이 있으면 충분해요” 수확기에 인근 동네사람의 지원을 받으면 어렵지않게 수확을 한다고 했다.

그는 호두농사를 지으면서 산림 전문가가 됐다. 산림후계자에 이어 독림가에 등록됐다. 독림가는 영림계획을 작성해 모범적인 산림경영과 사회적으로 신망이 두터운 사람 중에서 산림청장·도지사·시장·군수로부터 인정서를 받은 사람을 말한다. 

 

강 대표는 지혜로운 귀농생활에 대해 조언했다. 그는 농촌마을에 살게되면 절대 이웃에게 “도와주겠다”는 말을 하지 말라고 당부했다. 귀농하면 농삿일에 익숙하지 않아 하루만 일해도 다음날 일어나지 못한다. 그는 “도와준다는 말을 했다가 약속을 지키지 못하는 경우를 여러번 봤다”며 “그럴 경우 동네사람으로부터 신뢰를 잃기 십상이다”고 했다.

 

일손을 도와주겠다는 말 대신에 막걸리를 들고 들판에 가는 게 더 낫다고 그는 조언했다. “막걸리나 사탕 등으로 이웃에게 정을 표시하면 금세 정이 들어요” 예비농부들이 귀담아 들을 충고다.


제천=한현묵 기자 hanshim@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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