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사회 돌봄생태계 만들어야
정부는 노인 인구 1천만 시대에 대응하여 노인 돌봄 관련 정책 비전을 발표했다. 관련하여 윤석열 대통령은 3월21일 ‘건강하고 행복한 노후’라는 주제로 민생토론회를 개최하고, 건강할 때부터 아파서 도움이 필요할 때까지 주거, 일상생활 지원, 의료·요양 돌봄 등에 대한 종합적 청사진을 제시했다. 또한 2월29일에는 ‘의료·요양 등 지역 돌봄의 통합 지원에 관한 법률안’이 국회에서 여야 지지를 받으며 통과했다. 노쇠, 장애, 질병, 사고 등으로 일상생활 수행에 어려움을 겪는 자에 대해 지방자치단체 책임하에 수요자 중심으로 보건의료와 장기요양·돌봄에 관한 지원이 통합적으로 연계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내용을 포괄적으로 담고 있다.
핵심 취지는 살던 곳에서 자기 주도적인 삶을 최대한 유지할 수 있도록 ‘사람 중심 돌봄의 통합 지원 체계’를 구축하여, 집에서 적절한 사회적 돌봄을 받기 어려워 병원 입원이나 시설 입소로 불가피하게 내몰리지 않도록 하자는 것이다. 요양병원 등 사회적 입원의 지속은 삶의 질 측면에서도 바람직하지 않고, 초고령사회에 지속 가능한 돌봄 체계를 위협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한편 2022년 기준 노인 돌봄 관련 지출 규모는 20조원 수준이고, 노인 의료비는 46조원(전체 건강보험진료비의 41%)이다. 요양병원이 중복되는 것을 제하면 노인의료돌봄비는 60조원 정도로, GDP 대비 2.7% 수준에 달한다. 2060년경에는 노인의료돌봄비가 연금급여지출 수준을 상회(GDP 대비 약 10%)할 것으로 전망된다.
초고령사회에 진입하는 우리는 보다 많은 의료 및 돌봄 서비스 이용을 조장하는 소비 지향 패러다임에서 삶의 주인으로서 존엄성을 지켜 나가는 삶의 방식을 최대한 지원하는 존엄성 지향 패러다임으로 사회적 가치와 비전의 근본적 전환이 필요한 시점에 있다. 지속 가능한 서비스 공급을 위한 제도의 합리적 배열 재편이 필요하고, 공동체 구성원으로서 제한된 공공 자원 이용에 대한 사회 연대적 배려와 합리적 이용이 필요하다.
이러한 맥락에서 초고령사회 돌봄 체계 청사진은 양적, 질적으로 증대하는 돌봄 욕구에 대한 기존 방식의 양적, 평면적 확대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의료·돌봄 체계의 혁신이 필요하다. 어떤 제도, 어떤 장소에서든 관계없이 동일한 돌봄 등급에 대한 동일한 자원 할당을 하는 욕구 평가 체계의 고도화가 필요하고, 재정 체계, 전달 체계, 정보 공유 체계, 인력 운영 체계 등의 체계 정비와 혁신이 중요하다.
이를 위해 가장 난제인 요양병원의 구조조정과 기능 개편 과제를 반드시 해결해야 한다. 장기요양 제도가 이용자 개별 상황에 따라 유연한 집중 케어가 가능하도록 서비스 제공 체계의 고도화가 필요하고, 치매 서비스 제공 체계와 협력 강화가 필요하며, 재택의료센터 등 의료 서비스 연계 강화 방안이 필요하다. 지자체가 지역 돌봄을 책임 총괄할 수 있는 재량적 재정(지역돌봄기금)을 조성하는 방안과 함께, 디지털 서비스 플랫폼을 구축하고 전문 인력인 통합 돌봄 코디네이터의 역할이 중요하다.
또한 영양 돌봄, 생활 돌봄, 청소 및 정리 지원, 이동 지원, 재활 돌봄, 스마트 돌봄 기술 등 돌봄과 관련한 여러 영역의 특화한 서비스 영역 발전에 대한 열린 상상과 열린 접근이 필요하다. 국가는 돌봄의 기본권은 보장하지만, 돌봄의 모든 것을 감당하기는 어렵다. 지속 가능한 지역 사회 돌봄 생태계가 조성될 수 있는 여건 조성이 필요하다. 예컨대 존엄한 삶을 위해 가능한 한 생애 말기까지 음식물을 직접 섭취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이를 위한 급식 관리 강화를 통해 안심하고 보증할 수 있는 고령 친화 및 환자 조리식품(연하도움식 등)의 사회적 구매를 통한 고령 친화 및 환자 식품산업의 발전적 성장 그리고 농어촌과 직접 연계한 안전한 먹거리의 상생적 조달 방안에 대한 모색도 필요하다.
돌봄의 기본권을 보장하면서도 자기 주도적인 존엄한 삶, 삶의 질을 고려하고, 지역마다 차이가 있는 서비스 인프라 및 인력의 격차를 재량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창의적 접근이 필요하다. 관계적 복지에 기초한 돌봄 제공의 혁신이 아웃소싱을 통해 공공의 지원으로 지속 가능한 생태계를 만들어 나갈 수 있는 방안의 모색이 필요하다.
석재은 한림대 교수·사회복지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