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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남북기본합의서’마저 폐기 우려… 평화통일 기본틀 ‘위태’

입력 : 2024-03-28 18:24:07 수정 : 2024-03-28 21:28: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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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대남 지우기’ 기조 강화

통일부 “최고인민회의 개최 통해
헌법 개정할 가능성 높아” 밝혀
정치·군사 합의서 파기 의제 전망

北, 2차 정찰위성 발사 동향 보여
美 전자정찰기 동해상 출격 감시
軍, 4월 초 정찰위성 2호기 발사

북한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대남 노선 전환을 선언한 이후 ‘통일·대남 지우기’ 기조가 뚜렷해지는 상황에서 북한이 조만간 남북기본합의서를 폐기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민족 공동 발전과 평화 통일’이라는 남북 관계의 기본틀마저 위태롭게 되는 셈이다. 지난해 말 군사정찰위성 만리경 1호를 쏘아 올린 직후 추가 발사를 준비하는 정황도 포착되고 있다.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난 24일 조선인민군 근위 서울류경수제105땅크(탱크)사단과 산하 제1땅크장갑보병연대를 시찰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25일 보도했다.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北, 남북기본합의서 폐기 가능성

 

통일부 당국자는 28일 취재진과 만나 최근 북한 정치·군사·경제 동향을 소개하면서 “북한이 현재의 제14기 체제에서 한 차례 더 최고인민회의를 열어 헌법을 개정할 가능성이 크다”며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언급한 개헌 외에 조직 문제, 남북 합의서 관련 추가 조치 가능성이 있다”고 예측했다.

 

김 위원장의 이전 언급에 비춰보면 헌법에서 통일 조항 삭제, 적대국 관계 반영, 영토 조항 추가 및 무력통일 조항 등이 반영될 수 있다고 이 당국자는 내다봤다. 김 위원장이 언급한 ‘두 국가’ 논리에 따라 외무성에 대남 조직을 흡수하는 조직 개편이나 인사 가능성도 있다. 이 당국자는 “지난달 노동당 전원회의에서 경제 분야 남북 합의서를 파기한 데 이어 다음 회의에서는 남북기본합의서를 비롯한 정치·군사분야 합의서 파기도 의제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제14기 최고인민회의는 헌법상 임기 5년이 이미 만료됐거나 만료가 임박했지만 북한은 선거 일정조차 공표하지 않고 있다. 최고인민회의 시기는 다음 달 총선 등 남측 일정을 고려해 대남·대외 메시지를 효과적으로 발신할 시점이 될 것으로 통일부는 관측했다.

 

통일부는 김 위원장의 군 최고사령관 지위를 상징하는 최고사령관기인 ‘원수별’이 제외되는 기조가 뚜렷해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2021년 열병식 실황보도에는 최고사령관기가 식별되나 2022년 2월 조선중앙TV에 방영된 기록영화 ‘위대한 승리의 해 2021년’에는 최고사령관기가 삭제됐다. 지난 14일 김 위원장이 지도한 탱크병 연합부대 훈련에서도 최고사령관기 대신 북한 인공기만 등장했다. 통일부 당국자는 “김정은이 선군정치, 최고사령관이란 정치적 상징물이 없어도 군을 통제할 수 있다고 보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북한은 앞서 헌법(2019년)과 당 규약(2021년)에서 ‘선군정치’를 삭제했다.

지난 2023년 11월 21일 북한이 발사한 군사정찰위성 1호기 '만리경-1호'의 발사 모습.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北, 위성발사 준비… 한·미 정찰 강화

 

북한의 2차 정찰위성 발사 동향도 포착되고 있다. 지난해 11월 첫 군사정찰위성 만리경 1호를 쏘아 올린 북한은 올해 위성 3기를 더 발사하겠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최근 북한은 정찰위성을 궤도에 올리는 데 쓰일 발사체의 1·2·3단 추진체 연소시험을 진행했다. 이를 통해 엔진 연소시간과 추력 등에 대한 기본적인 성능검증을 마쳤을 것으로 보인다. 발사대에 로켓을 세우는 과정에서 한·미 정찰자산에 노출되는 것을 막는 가림막을 설치했다는 보도도 나왔다. 합동참모본부 이성준 공보실장은 28일 국방부 정례브리핑에서 “북한의 군사위성 추가 발사 준비 활동은 있으나, 현재까지 (발사가) 임박한 징후는 없다”며 “가림막에 대해선 아는 게 없다”고 말했다.

 

우리 군은 다음달 초 정찰위성 2호기를 발사할 예정이다. 북한도 이에 맞서 태양절(15일) 등 주요 정치행사가 있는 다음달에 위성을 쏠 가능성이 있다. 정치 행사나 대외적 변수와 무관하게 기술적 준비 상태를 감안해 발사 일정을 확정할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북한은 인공위성을 쏘아 올릴 때마다 세계항행경보시스템(WWNWS)에 따라 한반도 근해를 포함한 서태평양 일대 항행구역 경보 조정을 전담하는 일본에 사전 통보한 바 있다. 이번에도 발사 준비를 마치면 일본에 알릴 것으로 전망된다.

사진은 미 공군 정찰기 RC-135S 코브라볼. 미 공군 제공

한·미는 정찰자산을 추가 투입해 감시를 강화하고 있다. 28일 군 당국과 민간 항공기 추적사이트 등에 따르면, 일본 오키나와 가데나 공군기지에서 미 공군 RC-135S 전자정찰기가 이날 동해상으로 출격했다. RC-135S는 최첨단 전자광학 장비로 먼 거리에서 탄도미사일 궤적을 추적한다. 전 세계에서 미 공군만 3대를 운용한다. 한국 공군 E-737 공중조기경보통제기와 주한미군 RC-12X 정찰기도 휴전선 이남 중부지역 상공을 비행하며 정찰을 실시했다.


정지혜·박수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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