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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인권 불모지’ 사우디가 국제 여성인권 개선을 이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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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4-03-28 10:38:11 수정 : 2024-03-28 10:3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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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우디, 유엔 여성지위위회 의장국 선출에 인권단체 비판 쇄도
아태 지역 국가들 압도적 지지 속 무투표로 당선

대표적인 여성인권 탄압국으로 꼽히는 사우디아라비아가 성 평등을 위한 유엔 내 논의를 주도하는 유엔 여성지위위원회(CSW) 의장국으로 선출돼 국제인권단체들의 비판이 쇄도하고 있다. 

 

영국 가디언이 27일(현지시간) 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이날 뉴욕에서 열린 CSW 연례 회의에서 알둘아지즈 알와실 주유엔 사우디 대사가 새 위원장에 선출됐다. 아시아태평양 지역 국가들의 압도적지지 속 경쟁 후보 없이 무투표로 당선됐다.

 

사진=AFP연합뉴스

가디언은 “당초 새 의장국은 방글라데시가 맡을 것으로 예상됐지만 사우디가 선출에 임박해 대대적인 로비전을 벌였다”면서 “이는 여성 인권에 관한 사우디의 기존 이미지를 뒤집기 위한 시도로 보인다”고 평했다.

 

대표적인 여성인권 탄압국가로 꼽히는 사우디는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가 실권을 쥔 뒤 여성 운전 금지령을 해제하는 등 기존 여성 인권을 제한하는 정책을 꾸준히 완화해왔다. 다만, 이런 규제 완화는 국제적 이미지 제고를 위한 표면적 움직임일뿐 여전히 여성의 정치적 발언이 심각하게 제한돼 있는 등 실질적인 지위 향상은 없다는 비판도 이어지는 중이다.

 

이날 사우디의 CSW 의장국 선출에 국제인권단체들도 일제히 비난을 쏟아냈다. 셰린 타드로스 국제앰네스티 뉴욕지부장은 “전 세계 여성 인권 증진을 위한 획기적인 청사진인 베이징 선언 30주년이 되는 내년에 사우디아라비아가 CSW 의장을 맡게 될 것"이라면서 ”사우디의 여성 인권에 대한 역사 및 현황은 형편없으며 위원회의 임무와는 거리가 멀다“고 지적했다.

 

휴먼라이트워치(HRW)의 루이스 샤르보노 유엔 국장은 “사우디가 CSW 의장국으로 선출된 것은 여성의 권리에 대한 충격적인 무시를 보여주는 것”이라면서 “여성의 권리를 옹호한다는 이유로 여성을 투옥하는 국가는 여성 인권과 양성 평등을 위한 유엔의 최고 포럼의 얼굴이 될 자격이 없다”고 강조했다. 샤보르노는 HRW가 네덜란드, 일본, 포르투갈, 스위스처럼 여성 인권에 대해 훨씬 더 나은 기록을 가진 국가들에게 사우디의 의장국 선출을 막아달라 요청했지만 결국 무투표당선됐다면서 “그들이 충분히 큰 목소리를 냈다면 이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겠지만 모두가 조용했다. 누군가는 투표를 요구할 수 있지만 아무도 그렇게 하려고 하지 않는 것 같아서 우스꽝스럽다”고 한탄했다.

 

이에 대해 유엔 주재 사우디 공관은 2022년에 제정된 ‘개인 지위법’을 제시하며 사우디가 여성인권 증진을 위해 노력중이라고 항변 중이다. 

 

그러나, 이 법은 여성이 결혼하려면 남성 후견인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으며 아내는 남편에게 합리적인 방식으로 순종해야 하며, 남편의 재정적 지원은 아내의 ‘순종’에 달려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고 가디언은 지적했다. 


서필웅 기자 seose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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