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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팽의 황제’ 마우리치오 폴리니, 밀라노 자택에서 눈 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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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4-03-24 15:36:43 수정 : 2024-03-24 15:4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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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 출신 거장 피아니스트 마우리치오 폴리니가 23일(현지시간) 밀라노 자택에서 별세했다. 향년 82세.

 

코리에레 델레 세라 등 이탈리아 현지 매체들은 아내 말리사와 음악가인 아들 다니엘레가 고인의 임종을 지켰다고 보도했다. 생전 고인이 자주 연주회를 열었던 밀라노의 라 스칼라 극장은 “폴리니는 우리 시대의 위대한 음악가 중 한 명이자 50년 넘게 극장의 예술사에서 근본적 기준이 된 인물“이라며 고인의 죽음을 애도했다.

 

23일(현지시간) 밀라노 자택에서 별세한 피아니스트 마우리치오 폴리니가 지난 2001년 3월 미국 뉴욕 카네기홀에서 연주하고 있다. 밀라노=AP연합뉴스

건축가인 지노 폴리니의 아들로 1942년 밀라노에서 태어난 폴리니는 5세에 처음 피아노를 쳤고, 1960년 18세의 나이로 세계 최고 권위의 쇼팽 국제 피아노콩쿠르에서 만장일치로 우승하며 세계 클래식계의 주목을 받았다. 당시 심사위원이던 폴란드 출신 피아니스트 아르투르 루빈스타인이 “저 소년이 기교적으로 우리 심사위원들보다 더 잘 친다“고 극찬할 정도였다.

 

폴리니는 완벽하고 깔끔한 테크닉으로 유명하다. 미국 뉴욕타임스(NYT)가 “악보의 X선 사진과 같은 연주”라고 평가할 정도로 악보의 모든 음을 극도로 정확하게 연주하는 것으로 정평이 나 있다. 1971년 도이치 그라모폰과 녹음한 그의 쇼팽 에튀드(연습곡) 음반은 입시생들에게 교과서로 통한다.

 

하지만 음악적 해석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그의 정확한 연주에 대한 비판도 있었다. 1963년 영국 런던에서 데뷔했을 때는 “음표, 그다음 음표를 제대로 연주하는 데에만 집착하며 달려간다“는 혹평을 받기도 했다.

 

폴리니는 특히 쇼팽 음악에 가장 정통한 연주자로 평가받는다. 복잡하고 까다로운 쇼팽 음악을 작곡가의 의도대로 가장 잘 구현해내기 때문이다. 베토벤, 슈만에 이어 쇤베르크, 스트라빈스키 등 현대 음악가로 레퍼토리를 확장했지만, 쇼팽 연주는 늘 그의 대표 필모그래피였다.

 

안사(ANSA) 통신은 60년이 넘는 활동 기간에 폴리니가 어디서 누구와 함께 연주했는지 일일이 나열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그가 고령에도 왕성한 연주 활동을 펼쳤다고 전했다. 그는 예술계의 노벨상이라 일컬어지는 에른스트 폰 지멘스 음악상을 비롯해 일본 프래미엄 임페리얼상, 영국 로열필하모닉협회 음악상, 그래미 어워즈, 디아파종상 등 저명한 음악상을 다수 받았다. 2020년 3월에는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전곡 프로젝트의 끝을 장식하는 앨범을 선보였다.

 

생애 마지막 시기에도 왕성한 연주 여행을 한 폴리니는 지난해 4월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사상 첫 내한 리사이틀을 할 예정이었으나 건강 문제로 취소됐다. 그는 2022년 5월에도 예술의전당에서 두 차례 내한 리사이틀을 열기로 했으나 기관지염 악화로 취소해 국내 클래식팬들의 안타까움을 샀다.


홍주형 기자 jhh@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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