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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마르 동맹은 허울인가… 폴란드의 독일 비난,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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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4-03-20 22:22:04 수정 : 2024-03-20 22:22:03
김태훈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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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우러스 미사일 우크라 제공 거부
"러시아 자극하고 싶지 않다"는 獨
`이러다가 우크라 진다` 위기감 고조

러시아의 침략에 맞서 싸우는 우크라이나가 탄약 등 무기 부족으로 절체절명의 위기에 처한 가운데 이웃나라 폴란드가 독일을 맹비난하고 나섰다. 우크라이나군이 간절히 원하는 독일제 타우러스 미사일의 인도를 독일 정부가 완강히 반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러시아의 위협에 맞서 공동으로 대응하자며 최근 정상회의까지 개최한 독일·프랑스·폴란드의 ‘바이마르 삼각동맹’이 실은 빈 깡통에 불과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라도스와프 시코르스키 폴란드 외교부 장관. 세계일보 자료사진

19일(현지시간) dpa 통신에 따르면 라도스와프 시코르스키 폴란드 외교부 장관은 이날 dpa와의 인터뷰에서 “독일이 전쟁터에 신무기를 공급하는 것을 주저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타우러스 미사일의 확보는 우크라이나의 방어 능력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덧붙였다. “앞서 영국과 미국이 우크라이나에 제공한 미사일 때문에 러시아군은 군수품 창고와 탄약고, 지휘통제소 등을 모두 후방으로 옮길 수밖에 없었다”고도 했다.

 

시코르스키 장관이 언급한 타우러스 미사일은 독일 업체 타우러스 시스템스가 만든 장거리 공대지 미사일이다. 500㎞ 이상의 긴 사거리와 높은 정확도를 자랑한다. 군사 전문가들은 러시아군 지하 벙커도 파괴가 가능할 것으로 본다. 그 때문에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러시아의 침략 이후 줄곧 독일 정부에 타우러스 미사일 지원을 요청하고 있다.

 

하지만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는 우크라이나에 타우러스 미사일을 공급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는 중이다. 우크라이나군이 이 미사일로 러시아 본토를 직접 공격해 커다란 피해가 발생하는 경우 독일·러시아 관계가 사실상 파탄이 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숄츠 총리가 속한 사회민주당(SPD) 등 연립여당이 장악하고 있는 독일 하원은 지난 14일 ‘우크라이나에 타우러스를 줘야 한다’라는 내용의 야당 결의안을 부결시킨 바 있다.

전투기에서 발사된 타우러스 장거리 공대지 미사일이 표적을 향해 날아가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독일은 제2차 세계대전 전범국이란 원죄 때문에 외국에 대한 군사지원에서 소극적 자세로 일관해왔다. 시코르스키 장관도 “독일이 군사장비를 해외에 보내는 것을 꺼리는 이유를 이해한다”고 했다. 그러나 그는 “러시아는 대공세를 취하는 반면 우크라이나는 탄약이 부족한 상태”라며 “독일이 좀 더 빠르게 대응하길 바란다”고 역설했다. 우크라이나에 타우러스 미사일을 신속히 내주는 것만이 해법이란 점을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폴란드는 1991년 냉전 종식과 소련(현 러시아) 해체를 계기로 독일, 프랑스와 일종의 연합체를 구성했다. 바이마르 삼각동맹으로 불리는 이 연합체는 폴란드가 공산주의를 내던지고 소련 영향권에서 벗어나 서방의 일원이 되는 것을 독일·프랑스 양국이 적극 지원한다는 것이 핵심이다. 1990∼2000년대 국제사회에서 러시아가 지리멸렬하면서 중요성이 감소했던 삼각동맹은 최근 러시아의 위협이 증가하며 재정비에 들어간 모습이다.

지난 15일(현지시간) 독일 베를린에서 만난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왼쪽부터),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 도날트 투스크 폴란드 총리가 손을 맞잡은 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이 세 나라는 1991년 ‘바이마르 삼각동맹’을 결성한 바 있다. AFP연합뉴스

실제로 지난 15일 숄츠 총리,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도날트 투스크 폴란드 총리가 베를린에서 만나 3국 정상회의를 열고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이 자리에서 마크롱 대통령과 투스크 총리는 타우러스 미사일의 우크라이나 인도를 촉구했으나 숄츠 총리가 거부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삼각동맹이란 거창한 이름과 달리 실속은 없는 3국 관계의 현주소를 제대로 보여준다는 분석이 제기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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