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수들 “당직에 인턴잡… 번아웃” 호소
전국의대 교수협의회 9일 첫 긴급총회
의대 증원 2000명 방침에 반발해 전국 주요 병원을 이탈한 전공의들에 대한 행정처분 사흘째인 7일 의료 현장의 상황은 더 열악해지고 있다. 교수들의 반발이 거세지는 가운데 2주 넘게 병원을 지키고 있는 의대 교수들은 ‘번아웃’을 호소하고 있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전날 오전 11시 기준 서면 점검을 통해 100개 수련병원 전공의(1만2225명) 중 계약을 포기하거나 근무지를 이탈한 전공의는 1만1219명(91.8%)으로 집계됐다. 정부는 현장점검을 통해 업무개시명령을 위반하고 미복귀한 전공의들에게 5일부터 매일 수백명씩 행정처분 사전통지서를 등기우편으로 보내고 있다.

정부의 미복귀 전공의에 대한 면허정지 방침 등을 두고 의대 교수와 지역의사회 등의 반발도 거세지고 있다. 충북대의대·충북대병원 교수회 비상대책위원회는 이날 성명을 통해 “학생과 전공의들에게 사법절차가 진행된다면 망설임 없이 투쟁을 시작하겠다”고 선언했다. 울산시의사회는 울산대 의대정원 확대 철회와 울산대 총장 사퇴를 요구했다. 울산시의사회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울산대가) 기존 정원의 3배에 가까운 증원을 신청했다. 늘어난 정원을 수용하고 충분히 교육할 수 있는 여건이 되는지 의문”이라고 주장했다.
전국의과대학 교수협의회는 9일 긴급총회를 열고 전공의들 무더기 행정처분과 정부의 의대 증원 2000명 강행에 따른 대응 방침 등을 논의한다. 전공의 집단 이탈 사태 이후 전국의대교수협의회가 모이는 건 처음이다. 김창수 전국의대교수협의회장은 “(이번 사건에 대해) 자유토론을 진행한 뒤 향후 대응 방향을 수립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교수들까지 집단행동에 나설 경우 현장을 지키고 있는 의료진의 피로도는 극에 달할 전망이다. 서울의 한 대학병원 심장내과 A교수는 이날 새벽 6시에 출근해 관상동맥 스텐트 시술, 경피적 대동맥 판막 치환술 등 오전 내내 시술을 진행했다. 오후 1시부터 외래에서 환자 수십명을 진료하던 그는 응급실에서 관상동맥 협착증으로 의심되는 환자가 구급차로 이송돼 왔다는 콜을 받고 응급실로 달려갔다. A교수는 오후 7시가 넘어서도 퇴근 대신 당직을 위해 병원에 남았다. 그는 “2월까지는 전임의가 있었고, 초반이라 피로도가 심하지 않았는데 3월엔 더는 버티기 힘든 상황이 걱정된다”고 했다.
‘빅5’ 병원의 또다른 교수는 “지금 상급종합병원에 근무하는 대부분의 교수가 모두 외래진료, 시술에 당직까지 서고 ‘인턴잡’까지 하면서 ‘번아웃’에 몰렸다”고 말했다. 인턴잡은 심전도 찍기, 병동 동맥혈 검사, 혈액 배양검사 등 평소 인턴들이 주로 하는 업무다.
정부는 현재까지 의료현장에서 큰 혼란 없이 비상진료체계가 유지되고 있다는 입장이다. 전날 오전 12시 기준 응급실 일반병상 가동률은 29%, 중환자실 병상 가동률은 71% 수준으로 집단행동 이전과 유사한 수준이라고 했다. 아울러 ‘빅5’ 병원의 중환자실은 축소 없이 운영하고 있고, 응급실도 중증환자 위주로 기능을 유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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