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적인 주주환원 ‘자사주 소각’
시총 산출할 때 자사주 제외하면
자사주 매입만으로 ‘소각’ 효과
학계, 밸류업 지원방안 의견 제시
“한국적 현실선 쉽지 않아” 반론도
정부의 ‘기업 밸류업’ 추진과 3월 주주총회 시즌이 맞물리면서 주식시장 안팎에서 자본시장 발전을 위한 방안 모색이 활발하다. 그중 하나가 자사주 제도 개선이다. 기업이 보유하고 있는 주식인 자사주를 소각해 주주환원에 나설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하자는 취지에서다. 연장선상에서 현재 자사주를 포함한 발행 주식이 아닌 유통 주식을 기준으로 시가총액을 계산하자는 제안도 나온다.
행동주의 펀드 중 하나인 차파트너스자산운용은 4일 기자 간담회에서 금호석유화학 경영진에 현재 18.4%에 달하는 자사주 소각을 요구한다고 밝혔다.

김형균 차파트너스 본부장은 이 자리에서 “회사 측은 투자 재원으로 활용하기 위해 자사주를 보유한다고 주장하나, 돈이 들지 않는 기보유 자사주 소각은 외면한 채 2022년과 2023년에 투자 재원을 소진하면서 자사주를 6.1% 매입했다”고 지적했다.
오는 15일 주총이 열리는 삼성물산도 영국계 자산운용사 시티오브런던, 미국계 화이트박스어드바이저스, 한국계 안다자산운용 등 5개 행동주의 펀드 연합으로부터 배당 증액과 자사주 소각 등의 주주제안을 받아 안건으로 상정된 상태다.
행동주의 펀드 등을 중심으로 자사주 소각 요구가 거센 것은 대표적인 주주환원 조치이기 때문이다. 기업 내부 자금을 통해 주식을 사들인 뒤 이를 소각하면 자연스레 기존 주주가 가진 주식의 비중은 높아지며 주가도 상승한다.
미국 등 주요 선진국에서는 기업의 자사주 매입이 대부분 소각으로 이어진다. 반면 한국은 상대적으로 소각에 인색하다. 시총 산정 기준도 다르다. 미국은 자사주를 뺀 유통 주식 수를 토대로 산출한다. 반면 한국은 자사주를 포함한 발행 주식이 기준이다. 낮은 기업가치를 끌어올리기 위해 국내에서도 시총 산출 방법을 유통 주식을 기준으로 바꾸자는 의견이 제기되는 배경이다. 자사주 매입만으로 소각에 준하는 효과를 낼 수 있다는 게 장점이다.
실제로 증권학회장인 이준서 동국대 경영학과 교수는 지난달 26일 밸류업 지원방안 1차 세미나에서 “자사주 매입을 해도 소각으로 이어지지 않으면 주주환원 효과는 제한적”이라고 주장했다.
시총에서 자사주를 제외하는 방안 자체는 ‘글로벌 스탠더드’상 필요하다는 것이 학계 일각의 주장이다.

김우진 서울대 경영학부 교수는 “주가순자산비율(PBR)을 계산할 때 ‘순자산’에서는 자사주가 빠져 있는데 시총에는 들어가 있다”며 “일관성이 없다”고 지적했다.
현실성을 고려해 봤을 때 시총 기준 변경은 쉽지 않을 것이라는 반론도 있다. 한국적 기업 풍토에서는 경영진이 유사시 자사주를 제3자 등에 매각하는 방식으로 대주주의 이익을 높이려는 결정을 내릴 공산이 크다는 관측이다. 김 본부장은 금호석유화학의 자사주 보유에 대해 “경영권 보호 목적으로 의심된다”고 지적했다.
국내 행동주의 펀드 측 한 관계자는 “기업들이 자사주 매입 때는 다 ‘주주가치 제고’라고 공시해 놓고 막상 그렇게 활용을 안 한다”며 “취득과 처리의 목적이 같이 갈 수 있도록 보완책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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