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바오를 보려고 일찍 왔지만 피곤하지 않아요. 직접 볼 수 있는 마지막 날이기에 달려왔습니다.”

3일 오전 경기 용인시 에버랜드의 판다월드는 밀려드는 관람객으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충남 아산에서 새벽 4시에 출발했다는 30대 자매는 눈가에 촉촉한 이슬이 맺혔다. 관람객들은 푸바오를 보기 위해 이날 새벽 3시30분부터 에버랜드 정문 앞에 진을 치며 입장을 기다렸고, 오전 10시 개장 직후 판다월드로 전력 질주하는 모습도 목격됐다.
한국에서 태어난 첫 판다로 사랑받아온 ‘푸바오’가 중국으로 가기 전 관람객에게 마지막 인사를 했다. 2021년 1월4일 처음으로 관람객을 맞은지 1154일째 되는 날, 마지막으로 일반에 공개됐다.

암컷인 푸바오는 ‘멸종위기에 처한 야생동식물의 국제 거래에 관한 협약’(CITES)에 따라 다른 판다와 짝짓기를 하는 만 4세가 되기 전 중국 쓰촨성의 ‘자이언트판다 보전연구센터’로 옮겨진다. 4일부터 한 달간 판다월드 내실에서 외부와 격리된 채 검역 등 이동 준비를 마친 뒤 다음 달 3일 출국한다.
이날 오전 9시30분 판다월드 방사장에 모습을 드러낸 푸바오는 추억을 곱씹듯 개방형 우리의 곳곳을 돌아다니며 냄새를 맡았다. 마당을 잠시 둘러보다가 평상으로 성큼성큼 올라가 사육사와 팬들이 가져다 놓은 ‘바오 가족’ 대나무 인형에 관심을 드러냈다. 인형에 몸을 비비고 평상 위를 구르며 평소와 다름없는 애교를 떨었다.



이어 대나무 줄기 옆에 자리를 잡고는 본격적인 ‘먹방 쇼’를 펼쳤다. 대나무 밑동 껍질을 이빨로 뜯어내 씹어 먹고는 푸른 잎사귀 쪽으로 입을 가져다 대고 만족한 듯 두 눈을 질끈 감고 식사했다.

송영관 사육사는 “3월3일은 (푸바오의 부모인) 러바오와 아이바오가 (한국에) 첫발을 내디딘 날이라 의미가 더 있다”고 했다. 방사장을 조용히 지켜보던 40대 직장인 김모씨는 “푸바오가 하는 행동이 귀엽고 가끔은 엉뚱하기도 해 빠져들게 된다”고 말했다. 푸바오의 마지막 출근길을 보려는 관람객 사이에는 중국 CCTV 등 30여명의 국내외 취재진까지 몰려 인기를 실감케 했다.
푸바오는 2016년 3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한중 친선 도모의 상징으로 보내온 판다 러바오와 아이바오 사이에서 2020년 7월20일 태어났다. 태어날 당시 몸무게가 197g에 불과했으나 엄마 아이바오와 사육사들의 보살핌 속에 몸무게 100㎏이 넘는 건강한 판다로 성장했다. ‘행복을 주는 보물’이라는 뜻의 이름을 가진 푸바오는 그동안 ‘용인 푸씨’, ‘푸공주’ 등의 애칭으로 불려왔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어려움을 겪을 때도 특유의 해맑은 표정과 귀여운 몸짓으로 웃음과 감동을 선사했다. ‘푸바오 할부지’로 불리는 강철원 사육사와 팔짱을 끼고 데이트하는 영상은 조회 수가 2200만회를 넘기도 했다.
강 사육사는 “저의 첫정이기도 한 이 친구를 평생 잊지 못할 것”이라며 “어제 푸바오가 놀던 실내 방사장에 앉아 ‘이제 푸바오가 더는 이곳에서 봉을 타지 못하겠구나’하고 생각하니 뭉클해졌다”고 토로했다. 그는 중국으로 이동하는 항공편에 동석해 푸바오의 중국 적응을 도울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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