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의 나라/이종성/틈새책방/1만8000원
한국 프로야구 중계권료는 760억원에 달한다. 축구와 배구, 농구의 중계권료를 합쳐도 TV 방송사가 야구 중계를 위해 지불하는 540억원보다 적을 정도다. 그만큼 한국에서 야구의 인기는 압도적이라는 의미다. 수많은 스포츠를 제치고 야구는 어떻게 한국 최고 인기 스포츠로 자리 잡을 수 있었을까.

스포츠 문화사학자인 이종성 한양대 스포츠산업학과 교수는 저서 ‘야구의 나라’를 통해 태생적으로 국민 스포츠가 되기 불리했던 야구가 성공한 이유는 ‘엘리트에 대한 동경’으로부터 시작됐다고 소개한다. 단순한 룰과 어렵지 않은 조건에서 누구나 할 수 있던 축구와 달리 야구는 일본이 만든 엘리트 학교에서나 할 수 있던 전형적인 귀족 스포츠였다. 조선인들이 야구를 즐기기엔 진입 장벽이 높았고, 축구와 달리 일본과 경기할 땐 경쟁조차 되지 않았다. 자연스럽게 야구는 식민 지배로 인한 필연적인 열등감을 보여 줬다. 또 야구를 잘하면 모던 보이나 엘리트로 인정받기도 했다.
해방 이후 미군정을 겪은 한국에서는 야구가 일본이 아닌 미국의 스포츠라는 인식을 얻게 되면서 일본의 잔재라는 평가를 피해 야구를 즐길 수 있게 됐다. 엘리트 집단이던 신문사에서도 고교 야구 대회를 개최했고 야구는 자연스럽게 미디어의 중심에 섰다.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