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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분석가인 박성민 정치컨설팅 민 대표는 지난해 9월 세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제3세력이 파괴력이 있을까’라는 질문에 “자체 동력은 없다”고 잘라 말했다. 금태섭 전 의원을 필두로 제3지대 신당 움직임이 시작되던 시기였다. 그는 “12월 이후 양당으로부터 동력이 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존 양당의 공천 갈등이 심해지고 그에 따른 현역의원 이탈이 있어야 제3세력에도 세가 붙을 것이라는 말이었다. 그는 당시 22대 총선 구도와 관련해서도 “1996년처럼 양 진영이 다 깨져서 경쟁력 있는 4당이 경쟁하는 체제로 치러질 가능성이 40%”라고 전망했는데, 그의 예상은 딱 들어맞고 있다.

기존 정당의 공천에 불만을 품고 떨어져 나온 현역의원을 거두는 일을 ‘이삭줍기’라고 한다. 1995년 지방선거와 1996년 15대 총선을 치르며 ‘이삭줍기’라는 말을 처음 들었을 때 참 절묘한 표현이라고 생각했다. 수작업으로 벼를 베어야 하던 시절 부지런하기만 하면 이삭줍기만으로도 적잖은 곡식을 얻을 수 있다. 자유민주연합(자민련)이 창당 2년 만에 당시 총선에서 50석을 얻으며 돌풍을 일으켰던 데는 신한국당 이탈 세력을 흡수한 ‘이삭줍기’ 전략도 큰 몫을 했다.

이번 총선에서는 유난히 실한 이삭이 많을 것 같다. 원내 다수당인 더불어민주당의 공천 내홍이 ‘역대급’이기 때문이다. 이재명 대표가 주도한 공천 결과 컷오프 대상이 친문(친문재인)·비명(비이재명) 의원에 집중되며 민주당은 심리적 분당 사태로 치닫고 있다.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의 개혁신당도 민주당 움직임을 예의 주시하고 있지만 친문·비명 의원의 합류 가능성에 가장 고무된 신당은 민주당에서 떨어져 나온 이낙연 전 총리의 새로운미래다. 이 전 총리는 민주당 공천에서 배제된 친문의 상징적 인물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에게도 “합류를 기대한다”고 공개 러브콜을 보냈다.

이삭줍기에 몰두하는 신당에 대한 국민 시선이 곱지만은 않다. 중도층에게 새로운 선택지를 주겠다고 했으나 ‘이삭줍기’ 외에는 새 인물을 보기 어려운 탓이다. 이삭줍기에만 목을 맨다면 그 신당은 지속할 수 없다. 참신한 인물 발굴에 힘을 쏟고 확실한 비전과 역량을 보여 줘야 국민에게 대안 세력으로 인정받을 수 있다.


박창억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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