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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진의 ‘에스파냐 이야기’] (21) 마요르카 : 쇼팽과 상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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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4-02-29 17:02:03 수정 : 2024-02-29 17:4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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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고도 가까운 나라 스페인

스페인은 우리나라와 수교한 지 올해 73주년을 맞은 유럽의 전통우호국이다. 과거에는 투우와 축구의 나라로만 알려졌으나 최근 들어 우리나라 사람들이 즐겨 찾는 주요한 유럽 관광지다. 관광뿐 아니라 양국의 경제· 문화 교류도 활발해지는 등 주요한 관심국으로 부상하고 있다.

 

이은진의 ‘에스파냐 이야기’ 연재를 통해 켈트, 로마, 이슬람 등이 융합된 스페인의 역사와 문화에 대해 소개한다.

 

마요르카 대성당. 신의 위대함과 건축 공간의 엄숙함을 느낄 수 있다. 필자 제공

바다 위 하얀 보트가 공중에 떠 있는 것처럼 보이는 투명한 바다를 본 적이 있는가? 엽서나 컴퓨터 바탕화면에 나오던 장면이다. 직접 보려면 마요르카섬에 가면 된다. 제주도 2배 크기쯤 된다. 1년에 맑은 날이 300일 이상이고, 따뜻해서 유럽인들이 휴양하러 많이 간다. 요즘에는 한국인들의 신혼여행지로 뜨고 있다.

 

마요르카에는 우리에게 친숙한 음악가의 이야기가 있다. 폴란드 작곡가 쇼팽이다.

 

팔마 데 마요르카 시내를 걷다 보면 따뜻한 느낌의 노란색 집들과 그 안에 소담스럽게 있는 아틀리에 형식의 안뜰이 인상적이다. 필자 제공

쇼팽은 마요르카 시내에서 18km 떨어진 산기슭에 있는 작은 마을 발데모사(Valldemossa)에서 그의 연인 조르주 상드와 함께 1838년 겨울부터 이듬해 초까지 몇 달간 머무른다. 그는 친구 폰타나에게 쓴 편지에서 다음과 같이 마요르카의 아름다운 자연을 묘사한다.

 

“친애하는 친구여! 하늘은 청록색, 바다색, 산은 에메랄드색, 그리고 공기는 하늘만큼 파랗습니다. 태양은 하루 종일 빛나고 사람들은 여름처럼 옷을 입습니다. 밤에는 오랜 시간 동안 기타 연주와 노래를 들을 수 있습니다. 이곳의 모든 것이 아프리카를 생각나게 합니다.”

 

프레데릭 쇼팽. 들라크루아 1838년 작 Ⓒ 루브르박물관 소장

쇼팽은 발데모사의 수도원에 머물면서 24개의 전주곡, C단조의 폴로네즈 op. 40 등 여러 곡을 작곡했다. 우리에게는 24개의 전주곡 중에서 ‘빗방울’로 알려진 15번이 가장 유명하다. 폭우 속에서 상드를 기다리며 쇼팽이 작곡했다고 한다. 건반 왼손의 규칙적인 반복음이 떨어지는 빗방울을 연상시킨다. 2015년에는 한국인으로서는 최초로 조성진이 쇼팽 국제 피아노 콩쿠르에서 우승하면서 이 전주곡들을 연주했다.

 

조르주 상드.  들라크루아 1834년 작 Ⓒ 국립 들라크루아 박물관 소장

그의 연인 조르주 상드 역시 마요르카로의 여행경험을 담아 자전적 여행 소설인 ‘마요르카의 겨울’을 썼다. 이 소설에서 상드는 추운 유럽의 겨울을 피해 쇼팽의 폐병을 치료하기 위해 온 마요르카 여행과 체류에 대해 자세히 설명한다. 

 

쇼팽이 작곡에 사용했던 플레옐 피아노와 그의 두상 Ⓒ Museum Celda de Frédéric Chopin y George Sand

두 사람의 흔적을 찾기 위해서 발데모사 수도원에 차려진 박물관으로 발길을 옮긴다. 쇼팽과 상드가 살았던 4번 방에 들어가니 두 사람의 흔적은 온데간데없고, 덩그러니 그의 피아노만 놓여 있다. 세월의 무상함과 함께 두 사람의 예술혼을 느낀다. 이곳에서는 세상을 떠난 쇼팽과 상드를 기리기 위해 1930년부터 피아노 축제를 이어오고 있다. 쇼팽의 작품을 주로 연주한다. 사람은 떠나더라도 예술은 남는다.

 

이은진 스페인전문가·문화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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