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자상담 등 각종 컨설팅 난립
재회팔찌·굿 등 고가 상술도 성행
만남 실패해도 환불받을 수 없어
“막연한 희망 주며 비싼 소비 유도
사기에 가까운 ‘무책임한’ 서비스”

“‘잠수 이별’을 당하고 간절했어요. 문자상담 30분에 3만원을 받고 몇 가지 조언을 해주더라고요.”
최근 교제 중이던 이성과 헤어진 A(32)씨는 답답한 마음에 한 컨설팅 업체와 상담을 가졌다. 문자메시지를 주고받는 형식으로 진행된 상담에서 업체 측은 A씨의 사연을 듣고 ‘재회할 수 있는 방법’들을 제시했다. ‘먼저 연락하지 말아라’, ‘프로필 사진도 바꾸지 말아라’와 같은 조언이었다. 결론은 “상대에게 무응답, 무대응으로 궁금증을 자아내라”는 것이 업체 측의 내놓은 방안이었다. A씨는 “결국 재회에 성공하지는 못했다”면서도 “그때는 기다리면 다시 만날 수 있다는 믿음이 필요했고 상담사는 컨설팅 능력을 판매한 거라 서로 수요가 맞아떨어졌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최근 온라인상에는 ‘재회’를 수단으로 삼는 컨설팅이나 운세, 굿 등의 각종 서비스가 난립하고 있다. 답답한 마음을 호소하는 이들의 접근을 유도한 뒤 조언을 해주고 대가를 받는 것이다. 일부는 꽤 비싼 값을 요구하기도 하는데, 소비자 불안을 조장하는 상술에 주의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29일 취재진과 만난 한모(32)씨는 얼마 전 ‘재회운’을 봤다. 사주를 보며 연애운을 점치는 것과 비슷한 형태다. 한씨는 “헤어진 남자친구와의 재회 가능성이 궁금해서 ‘재회사주’를 봤다”며 “3만원을 줬고, ‘안 돌아온다’는 답을 받았다”고 말했다.
남모(31)씨는 3년 넘게 교제한 연인과 헤어진 뒤 ‘재회 주파수’를 이용했다. 재회 확률을 높여 주는 주파수를 틀고 있으면 다시 연락이 온다는 것이다. 과학적 근거를 찾기 어렵지만 온라인상에서는 ‘주파수를 맞추고 유료 컨설팅을 받으면 성공 가능성이 오른다’는 홍보가 난무하고 있다. 남씨는 “재회 주파수를 틀어놨지만, 끝까지 연락은 없었다”며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뭐라도 하던 때라 ‘혹시 모른다’는 마음에 이용했다”고 돌아봤다.
‘재회 신점’이나 ‘재회운 판매’처럼 가격이 몇천원에 그치는 것도 있지만, ‘재회 팔찌’나 ‘재회 굿’처럼 수십만원에서 수백만원에 달하는 서비스도 있다. 아무리 비싸도 효과가 없다고 환불을 받을 순 없다.

최지혜 서울대 소비자학과 박사는 심리적으로 취약한 상태를 파고드는 각종 재회 서비스가 “공포심을 조장하는 일종의 불안 마케팅”이라고 지적했다. 최 박사는 “온라인에 익숙한 어린 세대일수록 대면 갈등을 해결하기 어려워한다는 분석이 있다”며 “스스로 갈등을 조절하는 대신 상황을 해결해 줄 외부 서비스를 이용하는 경우가 점점 늘어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어 “재회 서비스도 갈등 상황을 대신 해결해 주는 일종의 외주 서비스”라며 “다만 이런 서비스는 제도권 내 보호를 받는 거래가 아닌 만큼 경제적으로 큰 손해가 되지 않는지 잘 판단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임명호 단국대 교수(심리학)는 “이별 후 이런 소비를 다시 만나기 위한 비용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는데 막연한 희망을 주면서 아무 책임도 질 수 없는, 비싼 소비를 유도하는, 사기에 가까운 서비스”라고 꼬집었다. 임 교수는 “간절한 실연자 마음을 이용하는 공포 마케팅에 속지 말아야 한다”며 “이별은 인간 심리에 굉장히 크게 작용하기 때문에 정 힘들다면 그 돈으로 (전문가의) 심리 상담을 받는 편이 낫다”고 충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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