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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선] 새로운 전쟁을 맞을 준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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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4-03-01 00:13:30 수정 : 2024-03-01 00:1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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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 전쟁 2주년을 앞둔 어느 날 서가에 꽂힌 책 한 권을 집었다. 두께가 얇고 눈에 잘 띄지 않는 책이었지만, 이때만큼은 다시 읽어야 한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그 책이 바로 1999년에 나왔던 초한전(超限戰)이다. 당시 중국 공군에 속해 있었던 차오량(喬良)과 왕샹수이(王湘穗)가 쓴 초한전은 ‘경계를 뛰어넘는 전쟁’이라는 뜻을 지니고 있다. 초한전에 기반한 미래전은 국가·영역·전쟁의 단계와 형태를 구분하는 제약을 넘어서는 형태로서 무력과 비무력, 군사와 비군사, 정규전과 비정규전 등의 수단을 동원해 적을 무너뜨린다. 수단도 한계도 초월하지만, 목표에는 한계가 있다. 그렇지 않으면 미국의 이라크·아프간 전쟁처럼 군사력과 경제력을 소모하는 결과를 초래하기 때문이다.

초한전은 약 20년 전에 나왔던 것이지만, 9·11 테러 이후 벌어졌던 21세기 신(新)전쟁을 이해하는 데 중요한 틀을 제공한다. 2년째 진행 중인 우크라이나 전쟁도 마찬가지다.

박수찬 외교안보부 차장

우크라이나 전쟁은 모든 측면에서 한계와 수단이 끝없이 확장된 전쟁이었다.

유럽에서 수천㎞ 떨어진 북한에서 만든 탄도미사일과 포탄, 중국과 이란에서 제작된 드론은 우크라이나에서 벌어지는 전투에 상당한 영향을 미쳤다. 국가만 개입했던 과거의 전쟁과는 달리 민간 기업이나 싱크탱크 등도 참여하면서 전쟁의 주체도 확산하는 모양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양측이 주요 시설이나 인프라를 겨냥해 해킹을 벌이고 허위정보를 유포하는 등 전쟁의 불길이 사이버 공간으로도 번지고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은 우리에게도 곱씹어볼 이슈를 던져준다. 일각에선 한·미 연합군이 압도적인 공군력을 갖추고 있어 북한을 제압할 수 있다고 말한다. 하지만 제공권을 장악해도 우크라이나군이 쓰는 저가 소형 드론 공격을 저지하는 것은 또 다른 문제다. 저가 소형 드론은 기술적 난도가 낮아 대량생산은 쉽고 레이더 포착은 어렵다.

기존에 우리가 알던 전쟁의 각 단계별 특징-북한군의 수상한 움직임에 이어 공격이 시작되고 한·미 연합군이 맞서는 형태-이 동시에 발생하면서 전쟁이 한층 복잡하게 전개될 가능성도 있다. 북한은 과거부터 한·미 연합방위태세의 빈 틈을 찾아내 파고들면서 한국에 대한 충격을 극대화하는 것에 능했다. 천안함 피격과 연평도 포격전이 대표적이다. 글로벌 차원에서 군과 민간 산업 분야를 위협하는 북한 해킹 조직은 언제든 남한 사회를 혼란시킬 수 있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 ‘경계를 뛰어넘는 전쟁’이라는 뜻을 지닌 초한전처럼 우리가 지닌 역량을 모두 동원하는 대전략을 준비할 필요가 있다. 국민적 단결과 전략물자 관리 등 국내 요소와 더불어 우방국의 외교·군사적 지원까지 아우르는 것이어야 한다. 이 과정에서 기존 방식을 반복하는 행위는 피해야 한다. 아무리 참신한 군사 개념이라도 이를 반복해서 적용하면, 적군은 대응책을 쉽게 찾아낼 수 있다. 경계를 넘는 초월적 사고와 전략들을 구상하고 실행하는 것이 우크라이나 전쟁 2년째를 맞는 한국군에 무엇보다 절실한 요소인 이유다.


박수찬 외교안보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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