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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법시험 정원'에 관한 단상 [김태훈의 의미 또는 재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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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4-02-28 17:00:00 수정 : 2024-03-06 11:1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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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 대통령 "사시 합격자 2배 늘려 법치주의 발전"
로스쿨 도입 후 변호사 증가하자 법률시장도 커져

“김대중(DJ)정부 때 사법시험 합격자를 2배로 늘려 1000명을 뽑았다.” 윤석열 대통령이 27일 제6회 중앙지방협력회의를 주재하며 한 말이다. 의대 정원 증원 필요성을 강조하면서 과거 법조계의 개혁 사례를 언급한 것이다. 윤 대통령은 “변호사 수가 늘어나니까 각 분야에 법률 전문가가 늘어나서 법치주의가 발전하고 우리나라 민주화에도 기여했다”고도 했다. 의사 수가 증가하면 우리 국민, 특히 환자들의 삶의 질이 개선될 것이란 인식이 담겨 있다. 위급한 환자가 자신을 치료해줄 의사를 찾아 이리저리 헤매는 ‘응급실 뺑뺑이’, 아이가 아프면 새벽부터 병원 앞에 줄을 서야 하는 ‘소아과 오픈런’ 같은 폐단을 시정하려면 일단 의사 숫자부터 늘려야 한다는 논리다.

2016년 경기 고양 사법연수원에서 수료식이 열려 연수생들이 선서를 하고 있다. 사법시험이 폐지되고 사법연수원이 신규 법조인 교육 기능을 잃으면서 지금은 볼 수 없는 풍경이 됐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사시 합격자를 1000명씩 뽑은 것은 DJ정부 시절의 일이지만 그렇게 하기로 결정한 것은 김영삼(YS)정부 때다. 1995년 4월 세계화추진위원회는 사시 정원 확대를 핵심으로 하는 사법개혁안을 마련해 YS한테 보고했다. 당시만 해도 300명이던 사시 정원을 1996년 500명으로 늘리고 이후 매년 100명씩 증원하는 방안이 개혁안에 포함됐다. 또 2000년 이후로는 해마다 법조인 수요를 감안해 1000∼2000명 사이에서 책정하자고 했다. 세계화를 국정 목표로 내건 YS가 이를 거부할 리 없었다. 더욱이 YS 하면 추진력이 최대의 강점 아닌가. 1996년 502명으로 늘어난 사시 합격자는 그 뒤로도 604명(1997), 700명(1998), 708명(1999), 801명(2000)으로 꾸준히 증가했다.

 

DJ정부는 전임 YS정부의 법조인 증원 기조를 거의 그대로 수용했다. 2002년 마침내 사시 정원이 1000명에 도달했다. 비록 실제로 합격한 인원은 991명에 그쳤으나 정부는 ‘향후 매년 사시 합격자는 1000명 안팎이 될 것’이란 점을 분명히 했다. 서울 서초동에 있던 기존의 낡고 비좁은 사법연수원 시설로는 늘어나는 연수생을 감당할 수 없었다. 대법원이 막대한 예산을 들여 2001년 12월 경기 고양 일산에 새로 거대한 규모의 사법연수원 청사를 지은 이유다. 노무현정부 들어 2004년 총 1009명이 사시에 합격하며 명실상부한 ‘사시 1000명 시대’가 개막했다. “변호사들의 사건 수임 경쟁이 과도하게 치열해질 것”이란 우려도 제기됐으나 국민 다수는 긍정적으로 봤다.

2021년 1월 이화여대에서 변호사시험이 실시돼 수험생들이 분주히 이동하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한동안 1000명선에 머물던 사시 정원은 2010년부터 다시 줄었다. 그리고 2017년 사시는 폐지됐다. 법조인 양성 제도가 바뀌었기 때문이다. 2009년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이 생겨나 첫 신입생을 뽑았다. 로스쿨을 졸업하고 변호사시험에 합격한 법조인 배출이 본격화하면서 2019년 이후로 해마다 1700명가량이 법조계에 첫발을 내디딘다. ‘변호사 수가 늘면 소득이 줄어들 것’이란 우려와 달리 최근 언론 보도를 보면 변호사 1인당 소득은 종전과 비슷한 수준이라고 한다. 국내 법률시장 규모가 로스쿨 도입 후 2배 이상 커졌기 때문이다. ‘변호사 공급 증가가 법률시장 전체의 성장을 견인했다’라는 평가도 나온다. 사시 정원을 언급한 윤 대통령 발언에 공감하게 된다.


김태훈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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