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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영진 前 주미대사 “北 도발 단호히 대응하되 대화·외교 가능성 항상 열어둬야” [세상을 보는 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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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4-02-28 06:00:00 수정 : 2024-02-28 07:09:04
주춘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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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선 전후 국지적 도발 우려 고조
‘대북 억지력 유지·평화 정착 도모’
특수한 이중성이 남북관계 지배
일방적 대북 적대정책 도움 안돼

한·미·일 안보협력도 중요하지만
한·중 관계 희생·손상할 필요 없어
미·중 패권경쟁도 ‘경제 대결’ 핵심
가치·실리 균형 통해 국익 지켜야

한반도 정세가 위태롭다. 북한은 지난해 말 남한을 적대적 교전국으로 규정한 뒤 시도 때도 없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순항미사일, 해안포 등을 쏴댄다. 최근에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서해 북방한계선(NLL)을 ‘유령선’이라며 NLL 무력화까지 선언했다. 북한이 4월 총선을 전후해 연평도 포격과 같은 국지적 도발 혹은 7차 핵실험을 감행할 것이라는 우려가 가실 줄 모른다.

최영진 전 주미 대사는 “윤석열정부는 북한이 전쟁을 도발하면 파멸하게 된다는 측면을 강조하고 있는데, 이는 전면전을 가상하는 정책”이라고 했다. 최 전 대사는 “국지전을 방지하려면 불필요하게 상대편을 밀어붙이는 외교는 하지 말아야 한다”면서 “(북한 도발에) 준비는 하되 대화와 외교의 가능성을 항상 열어둬야 한다”고 했다. 그는 이어 “북한이 미사일을 쏘더라도 미국이나 일본보다 우리가 먼저 대화하고 외교적으로 풀자는 얘기를 해야 한다”며 “우리가 제일 먼저 피해를 볼 수 있지 않으냐”고 반문했다.

최영진 전 주미대사는 22일 세계일보와 인터뷰에서 민주주의와 법치, 인권 등 보편적 가치를 중심으로 하는 ‘가치외교’의 위험성도 인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 전 대사는 “우크라이나와 서방 입장에서 러시아의 무력침공이 민주주의를 파괴하는 것(가치)으로 보이지만 러시아는 과거 500년간 한나라였던 우크라이나까지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의 동진(국익)을 용인할 수 없었다”면서 “가치만 따지면 전쟁 협상은 절대로 할 수 없다. 두 측면을 다 봐야 올바른 한계선을 찾는 협상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허정호 선임기자

최 전 대사는 “북핵 위협에 대응해 한·미동맹과 한·미·일 안보협력을 강화하는 건 좋은 일이지만 한·중관계를 희생하거나 손상할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그는 “대만과 남중국해 문제 등에서 우리가 앞장서거나 행동해서는 안 된다”며 “가치외교 차원에서 이런 문제를 접근해서는 국익을 해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캐나다의 반중정책은 반면교사로 꼽힌다. 캐나다는 미국보다 앞장서서 반중가치외교를 폈는데, 지난해 8월 중국은 자국민의 해외 단체여행 허가 때 한·미·일을 포함하면서도 캐나다를 쏙 뺐다.

최 전 대사는 41년간 한반도에너지개발기구(KEDO) 사무차장, 외교통상부 차관, 주유엔 대사 등을 지내며 외교 현장에서 산전수전을 겪은 베테랑 외교관이다. 인터뷰는 22일 세계일보에서 진행됐다.

―남북관계 현 상황을 평가한다면.

“북한은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통제정책으로 정권을 유지하고 있다. 북한 정권이 통제로 유지되는 한 남북 간 긴장은 불가피하다. 북한은 장기적으로 경제발전을 하지 않으면 소멸하게 되어 있다. 하지만 경제발전을 하려면 주민에게 자유를 주어야 하고 통제를 이완해야 하는데, 이는 평양정권의 소멸로 이어진다. 북한은 통제정책과 경제발전 사이의 생존딜레마에 빠져 있다. 북한 문제의 본질을 간과하고 외부위협의 단절로 문제를 풀고자 한 김대중, 노무현, 문재인 전 대통령의 정책은 실패했다. 이들은 수십년 노력하였지만 현재 남북 간에는 단 한편의 직항노선도, 단 한 명의 정상적인 방문도 만들어내지 못했다. 옛 소련과 중국은 북한이 나아갈 길을 보여주고 있다. 북한은 핵을 지키고 경제를 소홀히 하다가 소련처럼 소멸하거나 경제 자유화를 통하여 중국처럼 살아남을 수 있다.”
 

최영진 전 주미대사 /2024.02.22 허정호 기자

―어떻게 해야 군사적 긴장을 완화하고 남북 대화의 물꼬를 틀 수 있을까.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북한의 안보위협에 대해 전쟁을 못 하게 막는 억지력을 키우는 것이다. 국방능력과 한·미동맹이 대북 억지력의 근원이다. 아무리 적대국이더라도 대화가 이뤄져야 한다. 미국이 북한의 도발에 대응하면서도 북한과의 대화가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북한과 일본의 대화 가능성도 떠오르고 있는데, 우리는 적대적인 대북 정책만 취하는 것으로 보인다. 적어도 그러한 제안은 우리가 앞서가는 외교를 펴야 한다. 싸우지만 말고 상대방 생각이 뭔지를 얘기하는 인게이지먼트(engagement·교류)를 항상 해야 한다. 우리의 생사를 가름하는 안보 문제를 평화적으로 북한과 해결해야 하므로 대화와 외교의 가능성을 항상 열어 놓아야 한다. 북한 인권 등 다른 문제를 안보보다 앞세워 불필요한 대북 적대 상황을 키울 필요가 없다. 국제사회에서 북한의 인권 문제가 결의안으로 제안되면 우리는 반드시 찬성해야 한다. 그러나 결의안을 앞장서서 추진하거나 결의안 추진위에 참석하는 것은 하지 말아야 한다. 안보가 북한의 인권을 앞서기 때문이다.”

―현 상황에서 남북 접촉이 쉽지 않은데.

“북한이 통제정책을 고수하는 한 남북교류는 아주 어려울 수밖에 없다. 우리는 우선 북한에 대한 인도적 지원, 국제사회나 시민단체의 노력에 대한 지원을 계속해야 한다. 하지만 남북 사이의 진지한 대화, 화해, 교류, 협력은 북한의 참여 없이는 실질적으로 불가능한 만큼 이런 가능성을 끊임없이 탐색하는 가운데 기다릴 줄 알아야 한다.”
 

최영진 전 주미대사 /2024.02.22 허정호 기자

―날로 고도화하는 북한의 핵·대량살상무기 위협에 어떻게 대응해야 하나.

“한·미는 핵협의그룹(NCG)을 출범시키고 실행전략인 맞춤형 억제전략(TDS)도 마련했다. 대북 억지력 강화를 위해 필요한 일이다. 북한은 우리 안보의 최대 위협이지만, 동시에 북한 주민은 형제자매다. 이런 이중성이 남북관계를 지배한다. 대북 억지력 유지와 평화 정착 도모라는 두 가지를 모두 해야 한다. 문재인정부는 북한을 형제국가로만 봤다가 실패했다. 문정부는 김정은에게 영변의 핵시설만 없애면 경제제재를 해소할 수 있는 신호를 줬는데 2019년 2월 하노이회담에서 불가능한 현실이 드러났다. 김정은은 속았다고 생각하고 개성공단 내 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하고 ‘삶은 소대가리 정권’이라고 비난했을 수 있다. 이런 식은 파탄이 날 수밖에 없다.”

―윤석열정부는 출범 이후 한·미동맹, 한·미·일 안보협력 강화에 주력해 왔는데.

“한·미동맹과 한·미·일 안보협력 강화는 좋은 일이지만 균형 감각이 중요하다. 한·중관계를 희생하거나 손상할 필요는 없다. 우리는 적어도 4가지 차원에서 미·일과 국익에 차이가 있다. 국경을 접하고 있고, 북한 문제 해결에 중국의 협력이 필요하다. 교역 등 경제관계 역시 미·일보다 한·중관계가 훨씬 중요하고 조선족도 170만명에 이른다.”

― 한·중관계를 어떻게 설정해야 하나.

“안보, 경제, 역사를 포함하는 한·중관계를 미국이나 일본처럼 똑같이 대할 수는 없다. 특히 대중 강경노선 등에서 미·일에 앞서는 일이 없어야 한다. 미·일은 가치를 추구하면서도 국익을 지킬 수 있지만, 우리는 가치를 너무 주장하면 국익이 손상된다. 지난해 11월 미 샌프란시스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에이펙) 정상회의에서 중국과 미·일은 회담을 했지만 한국은 하지 못했다. 중국이 미·일과 거의 같은 입장을 취했던 우리에게 보내는 신호다.”
 

최영진 전 주미대사 /2024.02.22 허정호 기자

― 한·미·일 협력에 대응해 북·중·러도 밀착하면서 양대 진영 대립과 갈등이 심화하고 있는데.

“국가 간 관계는 2차대전 후 전쟁에서 교역으로 패러다임이 전환하고 있다. 한·미·일 협력은 교역 패러다임에서 이루어진 것으로 강력하지만 북·중·러는 밀착 상태가 아주 취약하다. 예컨대 우크라이나 전쟁상황에서 미국 등 서방의 많은 제재를 받는 러시아는 북한의 무기거래협력이 필요하다. 하지만 전쟁이 협상 국면에 들어서면 러시아로서는 북·러관계를 강화할 이득이 없고 한국과 일본의 경제교류가 훨씬 더 필요하다. 이미 교역 패러다임에 들어와 있는 중국도 한·일 간 경제교류가 중요하다. 물론 미국을 겨냥하여 안보면에서 중국이 북한을 도와주는 형식은 계속될 것이다.”

― 한·일관계 현 상황과 과제는.

“한·일관계 정상화는 윤석열정부의 외교성과 중 하나다. 복잡한 한·일관계를 생각할 때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일본은 2차대전에 이르기까지 동아시아 여러 국가를 침략하고 만행을 저질렀다. 그러나 한국을 제외하고는 어느 나라도 피해자의 개인보상을 사법부가 결정하고 행정부가 지지하지는 않았다. 문재인정부에서 ‘사법제한’을 무시하고 개인보상을 대법원이 판결한 것은 실수 중의 실수였다. 이것을 정리한 것은 아주 좋은 판단과 행동이다. 현 정부는 개인보상 문제를 우리가 해결하는 조치를 취해 한·일관계가 정상화되었다. 미래를 위한 올바른 길이다. 물론 한·일 간에는 과거사 문제가 남아 있을 것이다. 일본이 역사 왜곡을 할 때마다 우리는 정확히 일본의 잘못을 지적하고 바로잡아야 한다. 그러나 모든 한·일관계가 과거사 문제의 인질로 잡혀 있게 해서는 안 된다. 한·일 간 지소미아(군사정보보호협정) 등 대북 협력, 경제, 문화, 인적교류를 살려가야 한다.”
 

최영진 전 주미대사 /2024.02.22 허정호 기자

―미·중 패권경쟁에 대한 전망은.

“미·중 패권경쟁이 불가피하나 전쟁까지 일어날 것이라고 보는 것은 현실성이 없다. 경제적 대결구도가 핵심이다. 지난해 5월 전후 미국은 단절을 의미하는 ‘디커플링’ 정책에서 위험을 줄이자는 ‘디리스킹’ 전략으로 전환했다. 미국으로서는 어쩔 수 없었다. 세계 120개 이상의 국가에 중국이 최대 무역국이기 때문에 미국의 중국 봉쇄정책은 미국이 봉쇄되는 역효과를 가져오기 때문이다. 동시에 잊지 말아야 할 것은 2022년 미·중 교역량은 역대 최고를 경신한 점이다. 미국은 11월 선거를 앞두고 대중 교역을 줄여서 국내 물가가 오르는 인플레이션을 초래할 수는 없었던 것이다. 미·중 간에는 전쟁을 빼고 협력, 경쟁, 충돌 세 가지 관계가 모두 섞여서 나타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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