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국가기밀 범위를 확장하는 방향으로 국가기밀보호법을 개정할 것으로 알려지면서 중국 진출 기업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27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등에 따르면 다음달 초 열리는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에서 국가기밀보호법 개정안이 통과될 예정이다. 이를 위해 전인대 헌법법률위원회가 지난해 10월에 이어 전날부터 2차 개정안 검토 작업에 들어갔다.

SCMP는 2차 개정안의 초안이 공개되지 않았지만 당국이 국가기밀로 간주하는 문제들을 더 광범위하게 제한할 것으로 전망했다. 그러면서 국가기밀의 정의가 이전에는 ‘정부의 정상적인 기능을 방해하거나 국가안보 또는 공익을 훼손하는 사안’이었지만 이번에는 ‘공개 시 확실히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는 업무에서 발생한 문제’로 바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처럼 국가기밀의 정의가 모호해지면 범위가 크게 확대될 수 있고 ‘공개할 수 없는 사안’도 중국 당국에 의해 임의로 늘어날 수 있다고 SCMP는 지적했다.
지난해 10월 발표된 국가기밀보호법 1차 개정 초안에 따르면 교육·기술·인터넷 사용·군사 시설 등과 관련된 국가기밀을 다루는 모든 공무원은 해외여행 때 사전 허가를 받아야 하고 퇴직 후에도 일정 기간 해당 제한이 유지된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이는 국가기밀을 다루는 공무원이 퇴직 후 일정 기간 다른 곳에 취업하는 것만을 제한하는 현행법에서 범위가 크게 확대된 것이다. 국가기밀의 정의가 모호해지고 적용 대상이 확대되면 공무원은 물론 이들과 접촉하는 중국의 기업 관계자들도 국가기밀보호법 처벌을 우려해야 하는 처지가 될 수 있다. 중국 국가기밀보호법은 1988년 제정됐으며 2010년 한 차례 개정을 거쳤다.

앞서 중국 당국은 자국 내에서 수집하거나 생산한 데이터의 외국 반출을 차단하고, 위반 시 강력하게 처벌한다는 내용을 골자로 한 데이터보안법을 2021년 9월 제정해 시행하고 있다. 또 지난해 7월부터는 반(反)간첩법을 개정 시행해 간첩의 정의와 범위를 확대하면서 광범위하고 모호한 규정으로 외국 기업의 중국 활동을 위축한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SCMP는 중국 내 비즈니스 환경이 점점 예측할 수 없게 되면서 업무 수행이 어려워질 것을 우려해 외국 기업들이 중국 사무소를 축소하거나 폐쇄하는 것을 고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