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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자가 찬양했던 주나라… 피비린내 나는 뒷이야기

입력 : 2024-02-23 22:29:55 수정 : 2024-02-23 22:29: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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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나라 정벌/리숴/홍상훈 번역/글항아리/4만3000원

 

모시던 ‘상(商)나라’를 무너뜨리고 기원전 11세기에 건립된 고대 중국의 왕조 ‘주(周)나라’는 통치를 비롯한 사회 전반에서 중국 고대 질서의 기틀을 마련한 왕조로 평가받는다. 춘추시대 공자가 이상적인 치세의 모범으로 찬양한 게 주 왕조일 정도다. 그러나 그런 주 왕조가 들어서기까지 충격적인 흑역사가 있었음을, 또 주 왕조가 잊고 싶은 과거사를 얼마나 철저하게 지워 버렸는지는 잘 알려지지 않았다.

중국에서 출간된 지 1년 만에 40만부나 팔려 나간 이 책은 신석기시대부터 부족국가와 초기 국가 단계를 거쳐 하·상·주 단계에 이르기까지 약 1000년에 걸친 중국 초기 문명의 성격을 완전히 다시 써 내려간다. 그러면서 주나라 건국 이후 치밀하게 자행된 과거사 지우기가 어떻게 상나라 주왕(紂王), 주나라 문왕(文王)과 무왕(武王), 강태공, 주공(단), 공자의 허구적 이미지를 만들었고 복수의 책인 ‘역(易)’을 지혜의 책 ‘주역(周易)’으로 탈바꿈했는지 해부한다. 특히, 주나라의 기원으로 향하는 저자의 시선이 사람을 죽여서 귀신에게 바치는 ‘인신공양 제사’를 주요하게 다루는 게 흥미롭다.

리숴/홍상훈 번역/글항아리/4만3000원

책에 따르면, 도읍 ‘은(殷)’에서 따와 은나라로 불리기도 한 상나라는 수많은 방국을 거느린 고대 제국의 문명 단계에 이르렀다. 문명이 심화할수록 광적인 종교 행위도 심해졌고 수백년간 지속됐다. 당시 주족은 상나라의 인신공양 제사에 바칠 사람들을 사냥해 바치면서 상나라 모르게 힘을 키운 뒤 문왕의 아들 무왕 때 상나라를 무너뜨리는 역성혁명에 성공한다.

이어 한때 인간 사냥꾼의 일원이었던 주공을 중심으로 흑역사 지우기에 나선다. 형 무왕을 도와 상나라를 멸한 주공은 인신공양 제사를 근절하고 자신들의 과오를 은폐한다. 이에 따라 상족의 잔인한 풍속은 면죄부를 받고, 일체의 죄악은 ‘부덕한’ 상나라 주왕 개인에게 돌려졌다. 이후 3000년이 지나 묻혔던 인골과 갑골들이 드러나기 전까지 이 반문명적인 문명의 존재를 지하 깊숙한 곳에 묻혀 있게 했다.


이강은 선임기자 kele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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