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들 '정부 비난' 대규모 시위까지
인도에서 신성한 동물로 여겨지는 코끼리가 갈등의 중심에 놓였다. 코끼리로 인한 사망 사고가 반복되자 야생 동물의 공격으로부터 주민들을 보호하지 못한 인도 당국을 비난하는 대규모 시위가 발생하고 있다.
22일(현시지간) BBC에 따르면 울창한 숲으로 알려진 인도 와야나드에서 주민들의 시위가 이어지고 있다. 야생 코끼리의 공격으로 주민들이 목숨을 잃는 사고가 발생했음에도 당국이 명확한 대책을 내놓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13세 소녀 알나 조셉은 지난 10일 야생 코끼리의 공격으로 아버지를 잃었다. 마을 교회에서 아침 기도를 마치고 집에 돌아온 소녀 야생 코끼리에 짓밟혀 사망한 아버지를 발견했다

지역에서 3주 만에 코끼리로 인해 발생한 두 번째 사망자였다.
그는 “아버지를 죽인 코끼리가 다시 돌아와 공격할까 두렵다”며 고통을 호소했다. 이어 “외출할 때마다 코끼리가 돌아다니는 것을 자주 목격한다“며 “대부분은 우리를 공격하지 않지만 위험한 코끼리를 우리가 어떻게 구별하냐”고 분노했다.
조셉의 아버지가 사망한 이후 마을에선 시위가 벌어졌다. 이에 인도 당국은 조셉 가족에게 100만루피(약 1604만원)의 보상금과 조셉의 어머니를 위한 일자리를 제공한다고 발표했다. 코끼리가 살고 있던 인근 카르나타카주에서도 150만루피(2406만원)의 보상금을 지급하겠다고 전했다.
하지만 6일 후 약 24㎞ 떨어진 풀팔리 마을이란 곳에서 또 한 번의 사망 사고가 발생했다. 이번에는 야생 코끼리의 공격으로 국영 생태 관광 프로젝트 업무를 하던 직원 박캄 벨라찰릴 폴이 사망했다.
주민들은 반복된 사고에 또 한 번 분노했고 이를 막지 못한 당국을 비난하는 대규모 시위가 벌어졌다. 폴의 장례식날 시위대는 산림부 직원들과 지역 대표들을 비난하며 폭력적으로 변하기도 했다. 당시 경찰은 “시위대가 림부 직원을 폭행하고 차량을 파손하는 등 경찰의 직무 수행을 방해했다”고 말했다.
반복되는 사고에 당국은 회의를 열고 야생 코끼리 공격으로 피해를 당한 사람들의 치료비를 지원하겠다고 약속했다. 산림부에는 조셉의 아버지를 공격한 코끼리를 진정시키라는 명령을 내렸다.
하지만 주민들의 분노는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주민들은 공격 이후 총리와 산림부 장관이 지역을 방문하지 않은 것에 대한 분노를 표출했다. 또한 코끼리로부터 주민을 보호하기 위한 강력한 경계벽과 울타리, 조기 경보 전자 시스템, 모든 야생 코끼리 무선 목걸이 착용, 야생 동물 통로 조성 등 과거 당국이 약속했던 것을 지키라고 지적했다.
주민들은 동물을 주거 지역으로 몰아넣는 정부의 자연 서식지 축소 정책 또한 비판했다. 동물 보호 구역이 줄어들어 야생 동물들이 민가로 넘어올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야생 동물 보호 구역 근처에 거주하고 있는 바두샤는 “나와 같은 농부들은 오랫동안 이곳에서 (동물들과) 조화롭게 살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코끼리의 서식지가 파괴되면서부터 문제가 발생했다.
그는 “코끼리가 생계를 의존하던 지역에서 수십 년 동안 대나무 채취가 이뤄지며 코끼리의 먹이가 파괴됐다”며 “정부의 정책이 야생 동물 이동에 영향을 미쳤다”고 했다. 서식지를 잃은 야생 동물이 살 곳을 찾아 헤매면서 모든 비극이 시작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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