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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와우리] 印尼 프라보워와 한국외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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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4-02-16 02:13:49 수정 : 2024-02-16 02:13: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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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코위 경제성장 정책의 계승
틱톡 등 통해 청년층 공략 성공
3월 20일 대통령 당선 확실시
양국 미래 파트너십 준비해야

2월14일 인도네시아 대통령 선거 표본 조사 개표 결과 현 국방장관 프라보워 수비안토의 당선이 유력하다. 프라보워는 1966년부터 32년간 집권한 수하르토의 총애를 받아 그의 둘째 딸과 결혼한 육군 중장으로서 수하르토 독재정권 유지에 일조한 인물이다. 동티모르와 파푸아에서 인권 탄압 혐의로 기소되어 1998년 군에서 퇴출된 이후 조코 위도도(이하 조코위) 정부 국방장관이 된 2020년까지 미국 입국이 금지되기도 하였다.

독재와 인권 탄압의 꼬리표가 붙었던 프라보워의 승리에는 디지털 네이티브인 인도네시아의 청년 세대를 공략한 작전이 유효하였다. 인도네시아 2억7000만 인구 중 2억400만명 이상이 유권자로 등록되어 있는데, 유권자 절반이 40세 미만의 청년층이다. 경제성장을 열망하는 청년층에게 7%대 경제성장의 비전과 2000만 일자리 창출 공약 등이 제대로 적중하였다. 이들은 또한 인공지능(AI), 틱톡(TikTok) 같은 사회관계망서비스 플랫폼을 이용한 선거 캠페인을 통해 유쾌한 지도자 프라보워의 이미지를 별다른 저항 없이 받아들였다.

최윤정 세종연구소 외교전략센터장

두 번째 성공 요인은 지지도 80%에 달하는 조코위 정책의 연속성이다. 프라보워는 2014년과 2019년 두 번의 대선에 출마하였으나 모두 조코위 대통령에게 패하였다. 그런데 2020년 조코위 정부에서 국방장관으로 깜짝 기용된 데다가 조코위 대통령의 장남 지브란을 부통령 러닝메이트로 세워 정적과의 제휴를 성공시킨 프라보워는 이번 선거에서 조코위의 인기를 제대로 활용하였다.

조코위 정권하에서 인도네시아는 팬데믹으로 경기가 위축된 2020년을 제외하면 연평균 5%의 높은 경제성장을 이루었다. 인도네시아가 네덜란드 식민지배로부터 독립한 지 100년이 되는 2045년 국내총생산(GDP) 9조달러의 세계 5대 경제대국으로 도약한다는 조코위의 ‘2045 골든 인도네시아 비전’은 국민적 기대감을 높였다. 미중 전략경쟁이 가열되는 상황에서도 인도네시아 외교정책의 기조인 독립적이고 능동적인 노선을 지키기 위한 노력도 정당을 초월한 지지를 받고 있다. 일례로 인도네시아는 중국의 일대일로, AIIB와 같은 인프라 투자 프로그램의 대표적인 수혜국이지만 2022년에는 미국과 사상 최대 규모의 가루다실드(Garuda Shield) 합동 군사훈련을 수행하는 등 군사 협력도 확대하고 있다.

3월 20일경 프라보워의 당선이 확정되면 10월 20일 5년 임기의 인도네시아 8대 대통령에 취임하게 된다. 프라보워는 조코위의 정책을 상당 부분 계승하는 한편 자립과 민족주의를 강조하는 자신의 색채를 입힐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프라보워 정부하의 인도네시아는 첫째, 자립과 자강을 더욱 강조하는 외교를 펼칠 것으로 보인다. 이는 1955년 제3세계 비동맹의 집단적 정체성을 이끌어낸 반둥회의를 넘어서는 진화한 비동맹으로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 둘째, 프라보워는 경제적으로 매력적인 인도네시아를 만듦으로써 자신을 둘러싼 잡음을 없애고 국내외적으로 정권의 지지 기반을 확고하게 만들려고 할 것이다. 이 과정에서 니켈 등 핵심광물, 곡물과 같은 자원의 무기화와 시장 개입의 사례가 보다 빈번해질 가능성이 높다.

한국은 올해부터 2년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비상임이사국으로 활동하게 되며, 3월에 제3차 민주주의 정상회의, 2025년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등 다양한 국제회의 의장국 활동을 앞두고 있다. 인도네시아의 지지와 협력이 긴요하다. 이번 선거에서 확인한 인도네시아의 청년과 디지털 문화의 힘, 그리고 경제성장과 기후변화에 대한 관심은 앞으로 양국의 미래 파트너십을 발전시키는 데 깊은 관심을 가져야 할 주제이다. 북한이 핵사용을 법제화하고 도발의 수위와 빈도를 높이는 상황에서 인도네시아가 우리와 함께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를 위해 양자 및 아세안 차원의 협력을 강화해 나가기로 한 점도 주목할 만하다.

 

최윤정 세종연구소 외교전략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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