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금리 하락 영향으로 은행권 주택담보대출(주담대)이 올해 들어 5조원 가까이 늘어났다. 11개월 연속 증가 추세다. 금융시스템의 잠재적 뇌관이라고 할 수 있는 은행 가계대출도 10개월 연속 늘어 불안감을 키웠다.

◆ 은행 주담대 4.9조원 증가…11개월 연속 증가세
한국은행이 14일 발표한 ‘1월 중 금융시장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은행 주담대 잔액은 4조9000억원 늘어난 855조3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3월(2조3000억원) 이후 11개월째 증가 추세로, 1월 기준으로는 2021년(5조원) 이후 두 번째로 큰 증가폭을 기록했다. 다만 전월(5조1000억원)에 비해서는 소폭 감소했다.
은행권 주담대 중 일반개별대출은 지난해 12월 1조8000억원에서 지난달 3조3000억원으로 증가폭이 확대했다. 은행 자체 주담대는 개별대출, 집단대출, 전세자금대출로 이뤄진다. 반면 그동안 주담대 증가세 주원인으로 지적됐던 정책 모기지(보금자리론 등)의 감소폭은 작년 12월 2000억원에서 지난달엔 1조4000억원으로 커졌다.
한은 관계자는 “시장금리 하락이 시차를 두고 주담대 금리 인하로 이어진 데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고 증가세를 설명했다. 다만 주택 거래량 감소 등의 영향으로 증가폭이 전월 대비 약간 줄었다는 분석이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전국 아파트 매매 거래량은 약 2만4000호로 작년 8월(3만7000호) 이후 점진적으로 감소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주택거래량은 2∼3개월 시차를 두고 주담대에 영향을 준다.
주담대를 포함한 1월 은행권 가계대출 잔액은 3조4000억원 늘어난 1098조4000억원을 기록했다. 역시 지난해 4월(2조3000억원) 후 10개월 연속 증가세다.
지난달 가계대출은 모든 금융권에서 소폭 증가했다. 이날 금융위원회가 발표한 1월 중 가계대출 동향에 따르면 전 금융권 가계대출은 전월 대비 8000억원 늘어났다. 10개월째 증가세다. 은행권과 달리 상호금융·저축은행 등 제2금융권의 가계대출이 전월 대비 2조6000억원 감소한 영향이다.
대출항목별로는 주담대가 4조1000억원 늘어 전월(5조원) 대비 증가폭이 축소됐으며, 기타대출은 3조3000억원 감소했다.

◆ 美 CPI 충격 영향, 코스피 2620선으로 후퇴
코스피가 미국의 물가 충격에 1%대 하락 마감했다. 약세장에도 외국인은 9거래일째 코스피를 사들였다.
1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코스피는 전날 대비 1.10% 하락한 2620.42로 장을 마쳤다. 전날 1월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전년 대비 3.1% 올라 시장 예상을 웃돌자 코스피는 이날 오전 시초가 대비 1.8%까지 하락하는 등 충격을 받았다. 여전한 물가 상승으로 미국의 고금리 기조가 장기화할 가능성이 커졌다는 관측에 외국인도 팔자에 동참한 여파다. 다만 오후 들어 외국인 매수세가 다시 살아나면서 코스피는 1%대 하락에 그쳤다.
이날 개인은 4077억원, 외국인은 1084억원을 각각 순매수했고 기관은 5352억원을 순매도했다.
상장사의 주주 환원을 강화하는 금융 당국의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 도입 발표에 따라 외국인은 주가순자산비율(PBR)이 낮은 종목을 위주로 매수세를 키우고 있다. 지난달 30일부터 이날까지 2주 넘게 코스피 순매수에 나서고 있다. 덕분에 코스피는 이 기간 6.1% 상승했다.
다만 증권가에서는 2주 넘게 이어진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 기대 효과가 마무리 국면에 진입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지난해 1월부터 시행된 일본의 밸류업 프로그램은 2년에 걸쳐 순차적으로 발표되면서 증시가 서서히 올랐는데, 우리나라는 발표 전부터 단기간에 과도한 기대심리가 반영됐다는 게 일반적인 분석이다.
하인환 KB증권 연구원은 “지금은 올해 한국 증시가 저PBR(주가순자산비율) 주도의 시장이 될 것인지, 고PBR 주도 시장으로 회귀할 것인지 판단할 수 있는 중요한 변곡점”이라며 “판단의 기준이 되는 것은 이달 발표 예정인 정책 내용보다 후속조치가 있는지 또는 그 가능성이 언급되는 것이라 판단한다”고 말했다.

◆ 상장사 ESG 공시기준 다음달 공개
국내 상장기업에 적용되는 ESG(환경·사회책임·지배구조) 공시 기준이 이르면 다음달 공개된다. ESG 공시 기준을 확립해 투자자들이 기업의 지속가능성 관련 정보를 체계적으로 파악할 수 있도록 돕는다는 방침이다.
금융위는 이날 서울 대한상공회의소에서 ESG 공시 기준을 논의하는 현장 간담회를 개최해 이해관계자들의 의견을 청취했다. 이 자리에는 금융당국, 유관기관과 대한상의, 경영자총협회, 상장회사협의회 등 경제단체, 국민연금기금 등 투자자들이 참석했다.
김소영 금융위 부위원장은 이 자리에서 글로벌 ESG 규제와 맞춰 공시 기준을 제정해 기업의 이중공시 부담을 완화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우리나라는 미국, 유럽 같은 여타 선진국과 달리 제조업 비중이 높아 탄소 감축 등이 쉽지 않은 구조적인 특수성이 있다”며 “국내 산업의 특수성이 ESG 공시 기준 제정 과정에서 충분히 반영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금융당국은 이날 간담회에서 논의된 의견을 바탕으로 지속가능성기준위원회(KSSB) 논의를 거쳐 국내 ESG 공시 기준 공개 초안을 오는 3~4월 중 발표할 예정이다. 미국 등 주요국의 ESG 공시 의무화 논의가 지연되고 있는 점을 감안해 국내 도입은 2026년 이후로 검토하기로 하고, 기업에 부담이 적은 거래소 공시로 추진하는 방안과 초기에는 제재 수준을 최소한으로 적용하는 방안 등을 논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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