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얼굴에 묻은 검댕을 겨냥한 ‘정치적 쇼’ 의심으로 여당의 강한 비판을 받았던 민형배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선거 앞둔 시점에서 연탄 날라본 경험은 자신에게도 있다며 ‘찔리는 게 있느냐’는 식의 질문을 국민의힘에 역으로 던졌다.
민 의원은 12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린 글에서 “저도 시민운동 할 때, 선출직 공직자 시절, 선거 앞두고 연탄 꽤나 나누고 날랐다”며 “그때마다 늘 조심했다”고 밝혔다. 함께하는 이들에게 ‘보여주기식 아니냐’는 지적이 갈 수 있어서 가능하면 티를 내지 않으려 노력했다며, ‘선거철에는 직접 주도하지 않았다’고 그는 부연했다. 광주광역시 광산구을이 지역구인 민 의원은 과거 이 지역의 시민단체 대표와 광산구청장 등을 지냈다.
민 의원은 “국민의힘에서 사과하라는 대변인 논평까지 냈는데, 참 답답할 노릇”이라며 “한동훈 비대위원장과 국민의힘은 여전히 뭐가 문제인지 모르는 것 같다”고 쏘아붙였다. 최근 SNS 글은 형식보다 내용을 채우도록 권유하고, 연탄 사용하는 ‘동료시민’ 생활환경 개선 등도 논하는 자리였으면 좋았을 거라는 의미라면서다. 이와 함께 “많아야 서너 명이 리어카를 끌고 민다”며 여러 명이 리어카 한 대에 우르르 몰리는 일이 적어도 자신의 봉사 현장에선 없었다는 주장도 펼쳤다.
앞서 민 의원은 지난 8일 ‘연탄 화장? 또는 일 하는 티 내기?’라는 제목의 SNS 글에서 서울 노원구 중계동 일대 연탄 나눔 봉사활동에 참여한 한 비대위원장을 겨냥해 “왜 옷은 멀쩡한데 얼굴에만 검댕이 묻었을까”라며 총선과 설을 앞둔 일종의 ‘정치적 쇼’가 아니냐는 의심을 품었다. 민 의원은 “누군가 양손으로 볼에 묻히고 콧등에도 한 점 찍은 듯 인공의 흔적까지 담았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어 “이즈음 연탄 나르기는 이웃을 생각하는 행위”라며 “이런 일을 여러 번 해본 분들에 따르면 옷보다 얼굴에 먼저 연탄 검댕이 묻는 경우는 흔치 않다”고 주장했다.
다만, 무작정 한 비대위원장의 진정성 의심이 아니라는 점을 부각하듯 민 의원은 “대개 이런 행사에 참여하면 검댕이 얼굴에 묻지 않도록 각별히 조심해서 저런 경우가 흔치 않다는 것”이라며 말하고, “가끔 짓궂은 대상이 되거나 자신도 모르게 얼굴을 만지는 경우는 예외”라고 언급했다. 한 비대위원장 사진을 SNS에 올리고 “설을 앞둔 시점에 동료시민 돕는 ‘연탄 나르기’마저 정치적 쇼를 위한 장식으로 이용한 건 아니겠지”라는 말도 덧붙였다.
박정하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11일 논평에서 “답답할 노릇”이라며 “당시 봉사활동 현장 영상을 조금이라도 찾아봤더라면 거짓 가득한 일방적 비난을 버젓이 SNS에 올리진 못했을 것”이라고 민 의원의 사과를 촉구했다. 민 의원이 선동을 위해 없는 사실까지 만들어냈다고 강조한 박 수석대변인은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안건조정위원회 처리를 위해 민주당을 탈당했던 민 의원이 복당한 일을 가져와 “‘위장 탈당쇼’를 했던 사람 눈에는 누가 무엇을 하든 ‘쇼’하는 것으로만 보이나”라고 꼬집었다.
민 의원은 집권 여당 대표격 인물이라면 겨울철 주민 안전에 문제없는지 등을 살피는 연탄 봉사 이상의 뭔가가 있어야 하는 것 아니냐며, “보여주기만 하지 말고 정치도 하면 좋은 것 아닌가”라고 날을 세웠다. 자기 말에 국민의힘이 발끈할 일이냐고 따진 민 의원의 SNS 글은 안도현 시인의 ‘너에게 묻는다’로 마무리됐다. ‘연탄재 함부로 발로 차지 마라 / 너는 / 누구에게 한 번이라도 뜨거운 사람이었느냐’라는 이 시는 희생과 헌신적인 사랑을 강조하는 안도현 시인의 다른 시와 유사한 주제 의식을 공유하는 것으로 평가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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