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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든 약혼녀 동생 성폭행…합의까지 강요한 30대男, 항소심서 감형

입력 : 2024-02-11 11:38:50 수정 : 2024-02-11 11:38: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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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심 “약혼 단계는 정식 부부 아냐”…징역 7년→징역 3년

 

약혼녀의 동생을 성폭행한 30대 남성이 항소심에서 감형받았다. 법원은 합의 시도 과정에서 피해자에게 2차 가해를 가한 점은 중하다고 판단했지만, 약혼 단계는 정식 부부가 아니므로 친족관계에 의한 강간 혐의는 성립하지 않는다고 봤다.

 

11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고법 춘천재판부 형사1부(김형진 부장판사)는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상 친족관계에 의한 강간과 준강제추행 혐의로 기소된 A(30)씨에게 징역 3년을 선고하고 40시간의 성폭력 치료 프로그램 이수를 명하면서 법정 구속했다.

 

A씨는 2020년 술을 마신 뒤 잠이 든 약혼녀의 동생을 추행하고, 잠에서 깬 피해자를 성폭행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A씨는 1심에서 준강제추행 사실만 인정하고 강간 혐의는 부인했다. 재판부는 피해자의 진술이 수사기관에서부터 법정에 이르기까지 일관되고 구체적인 점과 사건 직후 피해자가 피고인 등과 나눈 대화 내용 등을 근거로 유죄로 판단했다.

 

1심은 “피해자와 피고인의 관계, 범행 경위와 수법을 볼 때 그 죄질이 매우 나쁘고, 피해자는 상당한 성적 수치심과 고통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며 “오히려 합의를 시도하는 과정에서 피해자의 가족을 이용해 피해자가 진술을 번복하도록 압력을 가하는 결과가 돼 2차 피해를 일으켰다”고 지적했다.

 

1심은 불구속 상태로 재판받아온 A씨에게 징역 7년을 선고했으나 증거 인멸이나 도주 우려는 없다고 판단, 법정에서 구속하지는 않았다.

 

A씨의 항소에 2심 재판부는 피고인과 피해자 간 친족관계가 아니라고 판단했다. 친족관계에 의한 성폭행은 ‘성폭력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이 적용돼 혐의가 인정되면 7년 이상의 징역형에 처하는 등 형량이 2배 이상 가중 처벌된다. 2심 재판부는 피고인과 피해자 언니의 교제 과정과 거주 형태 등을 살폈을 때 객관적으로 민법상 부부라고 인정할 만한 혼인 생활의 실체가 존재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봤다. 준강제추행과 강간죄는 인정된다고 판단해 1심 형량보다 낮은 징역 3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피해자의 정신적 고통과 성적 불쾌감이 상당한 수준임에도 피고인은 강간 범행을 계속해서 다퉜고, 피해자가 원심 법정에서 증언해야 하는 고통을 겪었다. 합의를 위해 또 다른 피해를 초래한 측면이 있다”며 “너무 오랫동안 피해자에게 재판 중 여러 형태의 2차 가해를 가한 게 분명한 사건이다. 뒤늦게 피해자와 합의하고, 피해자가 처벌불원 의사를 표시했더라도 그 진정성 등을 참고했을 때 실형 선고가 불가피하다”고 판시했다.

 

A씨는 “한 번만 기회를 달라”고 선처를 호소했지만 재판부는 “피해자가 겪은 고통이 너무 크다는 점이 명백히 드러나 실형을 선고하지 않을 수 없다”며 그 자리에서 A씨를 구속했다.


김수연 기자 sooya@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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