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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대통령, 여전히 공고한 부처칸막이 지적
현 정부서 협업하는 조직문화 구축을

역사만 반복하는 것이 아니라 정부혁신도 반복하나 보다. 윤석열 대통령이 1월 초 대통령 업무보고는 과제 중심으로 부처 간 칸막이를 허물고, 원활한 협업 체계를 구성하라고 주문했다. 정책과제별 업무보고는 부처 간 장벽을 없앴다는 이유로 과거 정부에서도 추진했었다. 박근혜정부 때는 한 걸음 더 나가 정부혁신(정부3.0)의 굵직한 한 꼭지로 협업을 강하게 추진하기도 했다.

당시 법으로 강제할 것인지 아니면 조직 문화를 바꾸는 긴 호흡으로 갈 것인지 논쟁이 있었다. 결국 행정부 내 훈령을 보완하는 정도로 어정쩡하게 정리되었는데, 부처 칸막이가 여전히 공고한 모양새다.

국민과의 정책 소통도 마찬가지다. 윤 대통령은 지난 9일 국무회의에서 ‘좋은 정책이라도 국민이 몰라서 혜택을 받지 못하는 일이 없도록 철저하게 국민 관점에서 알려야 한다’고 지적했다. 노무현 대통령이 떠오르는 대목이다. 노 대통령은 탄핵 소추 후 복귀하면서 정책도 품질 관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는데, 후속 조치로 정책품질관리제도가 만들어졌다. 정책 과정을 단계별로 나누어 주요 사항을 체크하는 방식인데 그 한 단계가 바로 정책홍보였다. 정부가 하는 일을 국민이 궁금하지 않도록 소상히 알려드리고, 국민의 소리를 정책기획 단계부터 듣고 반영하자는 의도였다.

웬일인지 시간이 흐르면서 과거 정부들의 이런 혁신 노력은 찾아보기 힘들어졌다. 우연인지 윤 대통령의 지시 사항에서 그 모습을 다시 드러내는 것 같아 반갑기도 하고 우려되는 부분도 있다. 과거 정부에서 추진했으나 지속하지 못한 이유를 간과하고 대통령이 새롭게 지시한다고 해서 금방 무슨 변화가 일어날 것처럼 호들갑 떨 필요는 없다. 대통령 업무보고 한 번으로 부처 간 장벽이 허물어진다고 생각하는 공무원은 없다.

결국, 눈에 보이는 특정한 문제 하나 걸러내는 것을 넘어 더 근본적인 적폐를 파괴하는 거시적이며 장기적인 정부 개혁 시각과 방향이 필요함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정신은 옛날 그대로인데 겉모습만 그럴싸하게 디지털 기술로 감싼다고 새로운 정부일까. 아이러니하게도 그런 착각이 정부에 대한 혐오와 불신을 더 부추길 수 있다.

현 정부가 실질적으로 일한 시간이 길지 않지만 늦지는 않았다. 미래 정부혁신의 새로운 토대를 만들어야 한다. 인감증명의 디지털 변환과 같은 혁신의 결과는 과거 어려운 환경에서 그 토대가 만들어지고 진화한 축적의 시간이 있었기에 가능하다.

김대중, 노무현 정부 시절에 토대를 마련한 전자정부 사업을 시작으로 데이터 개방, 정보시스템 및 서비스 통합과 원스톱 맞춤형 서비스 제공 등을 거치며 진화하지 않았다면 지금 플랫폼 정부로의 발전도 어려웠을 것이다. 그렇다면 다음 정부혁신을 위해 현 정부에선 어떤 축적의 토대를 새롭게 만들어야 할까. 부처 간 데이터 통합, 업무의 디지털 전환이나 플랫폼 구축은 이미 진행 중인 진화 과정의 한 단계이다. 문제는 플랫폼이라는 정부 외양 못지않게 내부의 근본적 변환을 위한 새로운 토대를 만드는 일이다.

현 정부가 부처 간 칸막이를 혁파하고 협업에 진심이라면 정부 관료제의 조직 문화를 바꾸는 토대를 마련하길 바란다. 협업은 문화이다. 조직 문화는 변화를 향한 인내와 시간이 필요하다. 혁신의 경로의존성을 탈피해 다음 정부혁신을 위한 축적의 발판을 마련한다면 현 정부의 잘한 일 중의 하나로 기억될 것이다. 그 실마리는 조직 문화 혁신을 위한 과감한 변혁을 시작하는 것이다.

 

오철호 숭실대 교수·행정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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