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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늘구멍’ 음악방송 대신 쇼트폼서 노래 알린다

입력 : 2024-02-08 17:39:13 수정 : 2024-02-08 22:2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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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블 포함해도 대중음악 프로 6개 남짓
그마저도 아이돌·트로트 음악 위주 방송
록·재즈 등 장르나 신인 뮤지션 자리 부족

쇼트폼 챌린지 등 온라인 플랫폼 홍보 각광
피프티피프티도 ‘틱톡’ 파급력 덕 큰 인기
‘실력파’ 가수들은 라이브 메들리로 승부

국내 최대 음원 사이트 멜론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가수들의 발표 앨범은 4만5185장으로 하루 평균 123장에 달했다. 해외 가수는 물론이고 멜론을 통해 앨범을 발표하지 않은 인디 가수 등까지 포함하면 그 숫자는 배 이상 늘어난다. 그만큼 국내 대중음악계는 경쟁이 치열해 레드 오션(포화 상태 시장)이 된 지 오래다.

새로운 음악이 나왔더라도 대중에게 알릴 수 있는 채널이 한정적이기 때문이다. 지상파 3사의 ‘뮤직뱅크’·‘쇼! 음악중심’·‘인기가요’와 케이블 채널 Mnet ‘엠카운트다운’ 등 음악 순위 방송과 KBS2 ‘더 시즌즈―이효리의 레드카펫’과 TV조선 ‘미스트롯3’까지 해도 대중음악 전문 프로그램은 열 손가락에 꼽을 수준이다. 그나마 아이돌 음악이나 트로트 위주로 발라드나 록, 재즈 등의 뮤지션들이 설 자리가 없다시피 하다. 더욱이 과열 경쟁으로 아이돌과 트로트 분야의 신인 가수조차도 얼굴을 내밀 기회가 부족하다.

과열 시장이 된 가요계에서 가수들이 쇼트폼 댄스 챌린지, 라이브 메들리 등 온라인 플랫폼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 사진은 유튜브에서 댄스 챌린지 ‘손바닥만 한 이 좁은 곳에서’를 검색한 결과. 해당 댄스 챌린지는 뉴이스트가 11년 전에 발매한 ‘페이스’를 스페드 업(속도를 높임)으로 재탄생한 노래에 춤을 추면서 인기를 얻었다.

그러다 보니 적지 않은 가수들이 새로운 대안 찾기에 나섰다. TV와 라디오 등 기존 미디어 대신 온라인 플랫폼으로 눈길을 돌리고 있다. 쇼트폼(짧은 영상 콘텐츠) 챌린지는 물론이고 라이브 메들리, 토크쇼까지 온라인 플랫폼에서 진행되는 콘텐츠를 적극 활용해 노래 알리기에 나서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걸그룹 피프티피프티. 이들은 2022년 11월18일에 데뷔한 소형 기획사에 속한 아이돌이었지만 빌보드 ‘핫100’ 차트에 장기 진입했을 뿐 아니라 K팝 걸그룹 최초 영국 오피셜 차트 TOP 10 진입, 스포티파이 월별 청취자 K팝 걸그룹 역대 1위, 빌보드 글로벌 (미국 제외) 1위, 롤링스톤 기고가 선정 올해 상반기 최고의 노래·빌보드 스태프 선정 올해 상반기 최고의 노래에 포함되는 등 경이로운 기록을 세웠다.

신인에 소형 기획사 소속 가수로 이러한 기록을 세울 수 있었던 것은 온라인 쇼트폼 플랫폼 ‘틱톡’이 큰 역할을 했다. 이들의 노래 ‘큐피드’가 틱톡의 음원으로 사용됐고, 전 세계 사람들이 그 노래를 활용해 다양한 영상을 올리면서 피프티피프티의 인기도 높아졌다. ‘큐피드’는 동남아의 한 틱토커가 손 댄스(손으로 추는 춤) 챌린지를 짧은 영상으로 올린 뒤 빠르게 유행을 탄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들처럼 틱톡의 ‘선택’을 받아 다시 인기를 얻고 있는 곡들도 있다. 지난해 12월에는 10년 전 발매된 엑소의 ‘첫눈’이 원곡의 스페드 업(Sped Up·속도를 높임) 버전 챌린지 영상으로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퍼지면서 멜론 차트 정상을 차지했다. 뉴이스트가 11년 전에 발매한 ‘페이스’도 스페드 업으로 재탄생, ‘손바닥만 한 이 좁은 곳에서’ 댄스 챌린지로 전 세계적으로 인기를 얻은 바 있다. 사정이 이러하다 보니 최근 가수들은 신곡을 내놓을 때마다 자체적으로 챌린지를 만들어 틱톡 등에 쇼트폼으로 공개하고 있다.

‘노래 좀 한다’ 하는 가수들은 또 다른 방식으로 온라인 플랫폼을 이용한다. 댄스 챌린지보다는 라이브 메들리로 승부를 거는 것이다. 대표적인 플랫폼이 유튜브 채널 ‘딩고 뮤직’이다. 지난달 23일 효린과 보라로 이뤄진 씨스타19는 지난달 16일 신곡 ‘노 모어(NO MORE)’ 발표에 맞춰 딩고 뮤직의 ‘킬링 보이스’ 채널에 출연해 씨스타를 비롯해 씨스타19의 노래를 라이브 메들리로 들려줬다. 신곡 홍보 수단으로 킬링 보이스를 활용한 것이다. 지난해 11월 암 투병 사실을 깜짝 공개했던 윤도현도 한 달 뒤 ‘킬링보이스’에 출연해 자신의 히트곡을 메들리로 들려줬다. 신곡 홍보뿐만 아니라 자신의 근황을 알리는 데 유튜브 채널을 활용했다.

이러한 모습은 국내에만 있는 일은 아니다. 가까운 일본에서도 가수들이 온라인 플랫폼을 적극 활용한다. 유튜브 채널 ‘더 퍼스트 테이크(THE FIRST TAKE)’에는 ‘베텔기우스’란 노래로 한국에도 친숙한 일본 가수 유우리를 비롯해 이탈리아 혼성 밴드 ‘모네스킨(MANESKIN)’ 등 다양한 가수가 라이브로 노래를 부른 영상이 공개돼 있다. 특히 2년 전과 1년 전에 공개된 ‘베텔기우스’ 조회 수는 8일 기준 6318만회와 1408만회일 정도로 많은 인기다. 유튜브 채널 구독자도 896만명으로, TV나 라디오 출연보다 유튜브 채널에 콘텐츠 하나 더 올리는 게 이득인 셈이다.

김헌식 대중음악 평론가는 “공급자 중심의 기존 플랫폼에서 사용자의 취향에 맞는 콘텐츠가 유통되는 SNS 등의 새로운 플랫폼으로 가수들이 진출하고 있다”며 “쇼트폼은 소비자들이 ‘이런 가수, 이런 노래를 하고 있다’는 것을 알아보는 맛보기라면, 라이브 메들리 등은 ‘확실하게 좋아하는 취향을 찾아 깊게 파고드는’ 소비자를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복진 기자 bo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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