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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거환경 침탈로 4명 사망”… 전세사기 ‘건축왕’ 징역 15년형

입력 : 2024-02-07 19:22:17 수정 : 2024-02-07 22:2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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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사기죄 법정최고형 선고

191채 보증금 148억원 편취 혐의
“취약층 대상 범행 동기·수법 불량
2708채 소유 탐욕으로 다수 고통”
범죄 수익 115억여원 추징 명령
공범 9명은 각각 징역 4∼13년

피해자들 “범죄단체조직죄 적용
공범 모두 최고형으로 선고해야”
재판부도 관련법 개정 필요성 언급

인천·경기 일대에서 아파트와 빌라, 오피스텔 등 2700여채를 소유하고 수백억원의 전세사기 행각을 벌인 인천 ‘건축왕’에게 법정 최고형인 징역 15년형이 내려졌다. 4명의 청춘을 잇따라 숨지게 한 경제범죄가 되풀이돼선 안 된다는 재판부의 강력한 의지로 풀이된다. 하지만 전세사기 피해자가 수천명에 달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는 청년들이 잇따라 발생한 것에 비해 형량이 너무 낮다는 목소리가 높다.

 

인천지법 형사1단독 오기두 판사는 7일 사기 등 혐의로 구속기소된 남모(62)씨 선고 공판에서 징역 15년을 선고하고 범죄 수익 115억여원 추징을 명령했다. 법원은 같은 혐의로 기소된 공인중개사, 중개보조원 등 공범 9명에게는 징역 4∼13년을 선고했다. 법원은 지난해 3월 남씨 기소 이후 변론 종결까지 10개월 동안 100명이 넘는 증인들을 신문했다.

148억원대 전세사기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른바 '건축왕'에게 사기죄의 법정최고형이 선고된 7일 인천 미추홀구 전세사기피해 대책위가 인천지방법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오 판사는 판결문에서 “피고인들은 사회초년생이나 노인을 대상으로 범행해 동기나 수법이 매우 불량하다”며 “피해자 191명, 피해 액수 148억원으로 막대하고 관련 보증금은 대출을 받거나 일하면서 모은 전 재산”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남씨는 주택 2708채를 보유하면서 스스로 탐욕에 따라 피해를 준 부분에 큰 죄책감을 져야 한다”면서 “사회공동체 신뢰를 처참하게 무너뜨렸는데도 변명으로 100여명의 피해자가 법정에서 진술하도록 해 고통을 줬다”고 강조했다.

 

인천지검에 따르면 남씨 등은 2021년 3월부터 2022년 7월까지 인천 미추홀구 관내 공동주택 191채의 보증금 148억원을 세입자들로부터 받아 가로챈 혐의를 받고 있다. 일당의 총 전세사기 혐의 액수 453억원(563채) 가운데 148억원만 이날 다뤄졌다. 나머지 305억원(372채)과 관련한 재판은 별도로 진행 중이다.

 

오 판사는 또 “생존 기본요건인 주거환경을 침탈하면서 20∼30대 청년 4명이 극단적인 선택까지 했다. 그런데도 국가나 사회가 해결해야 한다는 태도로 일관하고 재범 우려도 크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재판부는 이례적으로 사기죄의 법정 최고형을 상향하는 방향의 관련법 개정을 촉구하기도 했다. 현행 사기죄 법정형은 징역 10년 이하이지만 2건 이상의 사기를 저질렀다면 경합범 가중 규정에 따라 최고형의 절반을 더해 최대 15년까지만 선고받는다. 경제범죄 특성상 피해액이 적으면 형량도 같이 낮아진다.

오 판사는 “사기죄에 선고할 수 있는 한도는 징역 15년에 그치고 있다. 법원은 그 이상의 형을 선고할 권한이 없다”며 “현행법은 주거 안정을 파괴하고 취약계층의 삶과 희망을 송두리째 앗아가고 사회 신뢰를 무너뜨리는 악질적인 사기 범죄를 예방하는 데 부족하다”고 밝혔다.

 

선고 직후 미추홀구 전세사기피해 대책위원회는 입장문을 통해 “피해자들에게 사과와 반성은커녕 시종일관 혐의를 부인하는 남씨 일당에게 법정 최고형도 모자란다”며 “남씨 등 공범 전원에게 범죄단체조직죄를 반드시 적용해 법이 허락하는 최고형을 선고해야 한다”고 호소했다.

 

대책위는 “이들의 사기 행각 전모를 낱낱이 밝혀 범죄수익을 반드시 몰수·추징해 피해자들이 다시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게 해달라”고 하소연했다. 범죄단체조직죄는 형량을 높이는 데 영향을 미치지 않지만 이 혐의를 적용하면 단순 가담자도 조직이 벌인 범죄로 처벌받아 단순 사기죄보다 처벌이 무겁다.


인천=강승훈 기자 shkang@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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