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사, 뒷돈 받고 입찰서류 조작
자격 미달 업체가 수백억 편취해
공무원·업자 등 10명 檢 수사 의뢰
지방자치단체와 민간 건설사 등이 합동으로 추진하는 부동산 개발 과정에서 민간 참여자들이 입찰 서류 조작 및 수백억원대 개발이익 유출 등 각종 비리를 저지른 정황이 드러났다.
감사원은 6일 ‘지방자치단체 참여 부동산 개발사업 추진 실태’ 감사 결과를 공개했다.
감사원에 따르면 기업은행과 IBK투자증권 직원들은 자신들이 미는 민간 건설사인 A사가 대표로 있는 컨소시엄이 김포시 한강 시네폴리스 산업단지 조성사업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도록 허위서류를 김포도시관리공사 측에 제출했다. A사는 자격미달 업체였는데, 금융사 직원들은 마치 다른 우량 건설사가 참여하는 것처럼 서류를 꾸몄다는 게 감사원 판단이다. 조사 결과 이들 금융사 직원들은 A사 대표와 해외여행을 가 숙박 및 골프비 등으로 343만원 상당 향응을 받은 것으로 밝혀졌다.
공사는 이후 A사가 속한 컨소시엄과 공동으로 사업시행자인 프로젝트금융투자회사(PFV)인 B사를 설립한 뒤 A사에 업무 일체를 위탁했다. 이후 A사 대표는 209억원을 인센티브 명목으로 부당하게 챙겼고, 합의금 147억원을 대위변제시키는 등 B사에 불리한 내용의 각종 계약을 자사와 체결하도록 했다는 게 감사원 조사내용이다.
A사가 이처럼 전횡에 가까운 행보를 이어갈 수 있던 건, 향응을 챙겼던 금융사 직원은 물론 A사 대표의 이종사촌 등 ‘자기 사람’들이 B사의 이사로 들어가 있었기 때문이라는 게 감사원 설명이다. 공사의 허술한 관리감독으로 B사는 259억원의 손해를 떠안게 됐다.
의왕시도 테크노파크 산단 조성을 위한 PFV를 함께 설립할 우선협상대상자를 공모하면서 자격미달 컨소시엄을 선정하는 등 첫 단추부터 잘못 끼웠다. 일감을 따낸 업체 C사 대표는 중학교 동창을 PFV의 바지사장으로 앉힌 뒤 실제 사업주도는 본인이 했다. C사 대표는 PFV가 다른 회사와 체결한 분양 및 광고 홍보 대행업무 위탁계약도 자신이 설립한 ‘1인 회사’로 가로챌 목적으로 대행계약을 새로 맺었다. 의왕시는 이를 알면서도 실적도 없는 해당 1인 회사에 수수료 등 명목으로 25억원을 지급했다.
나아가 C사는 보관창고업체만 입주할 수 있는 물류센터를 신축해 매각할 목적으로 PFV에 출자해 물류시설용지를 수의로 분양받고는 외국 법인에 1340억원을 받고 팔아 시세차익을 누리는 등 투기까지 일삼은 것으로 조사됐다.
평택시는 브레인시티 산단 조성 과정에서 자금난을 극복하지 못해 승인권자인 경기도로부터 2014년 산단 지정을 해제될 처지에 놓인 상황 속에 시 차원 출자를 하라는 보완명령을 받았다. 평택시는 내부 검토 끝에 출자 포기를 결정해 놓고도 경기도엔 마치 정상적으로 보완명령을 이행할 것처럼 허위보고하고 민간업체엔 63억원을 정산했다.
이밖에 동두천시와 의정부시는 법령을 위반해 민간업체와 공동으로 도시개발사업을 추진했으며, 구리시는 정당한 사유 없이 협약이행보증금을 102억원 감액해 사업협약을 체결한 것으로 드러났다.
감사원은 관련자 15명에 대해 징계 및 주의 요구했다. 민간 참여자들이 특혜로 얻은 259억원에 대해선 손해배상을 청구하고, 31억원은 반환하도록 통보했다. 전·현직 공무원과 민간업자 10명에 대해선 검찰에 수사 의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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