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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은 순직 인정, 보훈부선 탈락… 유족 두 번 울리는 ‘이중심사’ [창간35-‘순직’ 국가의 기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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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4-02-07 06:00:00 수정 : 2024-02-07 08:5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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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 영웅이 되어야 기억하는 나라

순직 유형별 1형∼3형으로 분류
1형 대다수는 유공자 인정받지만
2·3형 보훈보상자되거나 심사 탈락
“죽음에 등급 매기다니” 유족 울분

‘순직 요건’ 입증도 가족에 떠넘겨
개인이 거대 조직 상대하는 구조
軍과실 명백해도 진실규명 별따기
“국가 차원서 순직 입증 책임져야”

“죽음에 왜 등급을 나누나요. 귀한 죽음과 귀하지 않은 죽음이 따로 있습니까.”

 

군 복무 중 백혈병으로 숨진 고(故) 홍정기 일병의 어머니 박미숙씨는 5일 세계일보와 통화에서 아들의 사례를 거론하며 순직 군경으로 인정받기가 매우 어렵다고 토로했다. 순직을 유형별로 나누는 현행 제도가 유족을 두 번 울리고 있는 셈이다. 2015년 입대한 홍 일병은 이듬해 3월부터 몸에 멍이 들고 구토를 하는 등 건강이 급속도로 악화했지만, 제때 치료받지 못하고 입대 7개월 만에 사망했다. 그러나 순직 유형 중 가장 낮은 등급인 3형으로 분류됐기 때문에 당시 국가보훈처는 ‘순직 군경’으로 인정해 주지 않았다. 박씨는 “보상을 더 받고 싶어서 싸우는 유족이 어디 있겠느냐”면서 “아이는 돌아오지 못해도 아이의 명예는 돌려줬으면 좋겠다”고 지적했다.

 

강풍 피해 복구 현장에서 순직한 태백소방서 허승민 소방위의 안장식이 2016년 5월 16일 대전 국립현충원 소방공무원 묘역에서 거행되고 있다. 강원도소방본부 제공

순직 군경에 대한 예우를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지만 순직으로 인정되는 과정과 절차가 까다롭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순직 심사를 군과 보훈부가 각각 하다 보니, 군에서 인정받아도 보훈부가 순직 군경(국가유공자)으로 인정해 주지 않는 사례도 많다. 매년 100건에 가까운 군 사망 사고가 발생하지만 보훈부가 순직 군경으로 지정하는 수는 경찰이나 소방공무원 등을 모두 포함해도 1년에 30여명에 불과하다.

 

특히 순직을 인정받고도 보훈부에서 순직군경으로 인정받지 못하는 경우가 문제로 지적된다. 순직 유형에 따라 보훈 여부가 결정되어서다. 군인사법상 고도의 위험을 무릅쓴 직무수행 중 사망하면 ‘순직 1형’, 국가수호 등과 직접 관련 있는 직무수행 중 사망하면 ‘순직 2형’, 국가수호 등과 직접 관련 없는 직무수행 중 사망하면 ‘순직 3형’으로 분류된다. 순직 1형으로 인정받으면 대부분 국가유공자로 인정받는다. 그러나 2형이나 특히 3형을 받게 되면 국가유공자가 아닌 보훈보상대상자로 분류되거나 보훈심사에서 탈락한다.

과거에는 군조차 훈련이나 작전이 아닌 질병으로 인한 사망이나 자해 사망은 순직으로 인정하지 않았다. 군의 사기를 떨어뜨리고, 전력을 약화한다거나 명예롭지 않다는 인식 때문에 망인의 억울함을 풀어 주거나 기리는 일에 소극적이었던 것이다. 다만 2015년 군인사법이 개정된 이후부터는 순직의 범위가 넓어져 자해 사망이나 병사도 순직으로 인정되기 시작했다. 다만 자해 사망자의 경우 대부분 가장 낮은 등급인 순직 3형으로 분류됐고 질병 사망의 경우도 낮은 등급을 받아 왔다. 군인의 죽음에 차별을 두어야 한다는 국가의 인식이 바뀌지는 않은 것이다.

 

군의 명백한 과실로 인해 사망했어도 증명책임이 유족에게 있다는 것은 또 다른 문제로 지적된다. 군이라는 폐쇄적인 조직을 상대로 개인이 실체적 진실을 파헤치기는 쉽지 않아서다. 홍 일병도 사망 이후 2년이 지난 뒤에야 부대가 상급병원으로 이송하지 않은 사실과 건강이 악화한 상태에서 사단 작계훈련에 참여시킨 명백한 과실도 드러났지만 유족들은 당시엔 이런 사실을 알지 못했다. 이런 점이 드러나지 않아 홍 일병은 낮은 순직 유형을 받게 됐고 당시 보훈처도 국가수호와 직접 관련이 있는 활동 중 사망한 것이 아니라며 순직 군경이 아닌 재해사망 군경으로 분류했다.

고(故) 홍정기 일병의 어머니 박미숙씨(왼쪽)가 지난 2023년 12월 법무부를 찾아 한동훈 당시 장관과 면담하고 있다. 법무부 제공

이후 군의 과실은 2020년 대통령 직속 군 사망사고진상규명위원회의 진상 규명을 통해서 밝혀졌다. 홍 일병의 유족들은 국가를 대상으로 손해배상을 청구했지만 재해사망군경에 대한 보훈연금을 받고 있다는 이유로 배상조차 받지 못했다. 현행 국가배상법에 따르면 유족이 재해보상금·유족연금·상이연금 등 보상을 받으면 민법상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없기 때문이다. 지난해 한동훈 당시 법무부 장관은 홍 일병의 어머니 박씨와 만나 국가배상법을 개정하겠다고 약속했고 현재 전사·순직한 군인과 경찰의 유족이 국가 등을 상대로 위자료를 청구할 수 있도록 하는 국가배상법 개정안이 국회에 계류 중이다.

 

이런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군의 과실 여부를 개인이 아닌 국가가 입증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문건일 변호사(법무법인 일로)는 세계일보와 인터뷰에서 “직무수행 관련해서 다치거나 돌아가시거나 했을 때 유족들이 알아서 증거도 찾고 진실도 밝혀야 하는 상황이라 인과관계를 증명하기 매우 어렵다”며 “인과관계에 대한 증명책임을 개인이 아닌 국가에 부여하거나 의료기관이 보험금을 청구할 때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담당하듯 제3의 기관에 맡기는 것도 방법”이라고 말했다.


구현모 기자 lil@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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