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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미의감성엽서] 새해로 점프, 점프, 점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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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4-02-07 00:34:00 수정 : 2024-02-07 00:3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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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 둘, 셋 점프! 점프는 내 새해 희망 중 하나다. 남달리 몸치라 높이높이 뛰어오르지는 못하지만, 점프는 어릴 때부터 가장 좋아했던 동작 중 하나다. 그 소중한 점프를 잊고 살았는데 며칠 전 우연히 서대문도서관에서 필리프 홀스먼(1906~1979)의 점프 북, ‘하나, 둘, 셋 점프!’를 발견했다. 필리프 홀스먼은 내가 좋아하는 사진작가 중 한 명. 라트비아 태생이지만 파리를 거쳐 미국에 정착한 인물사진의 거장이다. ‘라이프’지 표지 사진을 무려 101번이나 찍은, 그 시대 유명인들을 거의 자신의 카메라 앞에 세웠다고 해도 과인이 아닌 최고의 인물사진 작가다. 사진에 조금이라도 관심 있는 분이라면 그가 찍은 매릴린 먼로, 오드리 헵번, 그레이스 켈리, 살바도르 달리, 로맹 가리, 윈스턴 처칠 등등의 사진을 보았을 것이다. 나는 그중 아인슈타인과 오펜하이머 사진을 가장 좋아한다. 지성적인 두 과학자를 촉촉한 몽유에 흠뻑 젖은 듯한 매력적인 예술가로 만들어놓았기 때문이다.

오늘 발견한 이 책은 그의 인물사진집이 아니라 한 시대를 풍미했던 그 유명인들이 그의 카메라 앞에서 점프하는 모습을 모아놓은 사진집이다. 그 모습들을 보면 점프가 인간의 가면을 벗기고 그들의 실제 모습을 보여준다는 말이 맞을 정도로 얼마나 재미있고, 다양하고, 흥겹고, 놀랍고, 아름다운지. 마구마구 이 사진작가가 더 좋아지고, 그 시대에 이런 발상을 했다니, 정말 재치 있고, 유머러스하고, 용감하고, 뛰어난 아이디어가 아닌가, 경탄하게 된다.

그 점프 북을 빌려 나오면서 도서관 구석 뜰에서 나도 오랜만에 점프, 점프, 점프해 본다. 구겨진 온몸이 활짝 펴지는 듯한 상쾌함이 온몸으로 밀려와 저절로 웃음이 삐져나온다. 지나가던 사람이 흘낏 쳐다본다. 그러든 말든 나는 신이 나 몇 번의 점프를 더 했다. 역시 점프는 사람을 온몸으로 웃게 만드는 훌륭한 동작이다. 숨이 차고 다리가 후들후들했지만, 폴짝! 뛰어오르는 그 행위만으로도 내가 무한정 자유롭게 확장되는 해방감! 심리적으로도 환하게 울창해지는 기분이다.

그래, 새해에는 점프하는 여자가 되자. 내 몸을 웃게 하면 내 마음도 웃게 되고, 그러다 보면 오래 잊고 있었던 명랑과 화창도 되찾을 수 있으리라. 필리프 홀스먼도 모델들이 긴장하면 점프를 시켜 그 압박감에서 무장해제시켰다지 않는가. 이 힘든 시대, 마음 제대로 붙일 데 하나 없는 시대. 재미로라도 점프, 점프, 점프하면서 잠깐이라도 몸과 마음을 절박에서 풀어주고 그 해방감에 함께 웃고, 웃게 해주자. 웃으면 복이 온다는 그 말까지 다 끌어안고 새해로 점프, 점프, 점프하면서 모두에게 자신이 아직도 이곳에 살아 있음을 생생하게 보여주자.

 

김상미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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