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반도체 제재를 극복하기 위한 중국 정부의 보조금 영향으로 전 세계에 반도체 공급 과잉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세계 정치와 경제가 반도체 공급망을 중심으로 재편될 것이러 예견했던 ‘칩 워’의 저자 크리스 밀러 터프츠 대학 교수의 견해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에 28일(현지시간) 발표한 기고에서 밀러 교수는 중국 정부가 자국 반도체 업체들에게 막대한 보조금을 지금하고 있다면서 이에 중국 업체 들은 공급 과잉 우려에도 불구하고 생산 능력을 무한정 늘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중국의 칩 생산 능력이 향후 3년 동안 60% 증가할 것이며, 향후 5년 동안 두 배로 늘어날 수 있다는 한 컨설팅 업체의 예상치를 제시했다. 이어 밀러 교수는 “칩 제조 장비의 중국 수출에 대한 서방의 제한으로 인해 중국은 최첨단 프로세서 칩을 생산할 수 없으며 결국 생산량의 대부분은 자동차, 가정용품 및 소비자 기기에 널리 사용되는 기본 프로세서 칩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세계 최대 칩 생산기업인 대만의 TSMC를 포함한 반도체 업계에서 이에 대한 우려가 나오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비관적인 분석가들은 중국의 태양광 패널 투자를 예로 들며, 중국의 칩 제조 투자가 반도체 전반의 가격 하락과 서구 기업의 수익 감소를 초래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고 밀러 교수는 지적했다.
다만, 워낙 여러 종류의 칩이 중국에서 생산 중이라 현재 추세로는 어떤 부문에서 과잉 생산이 발생할 수 있는지는 명확하지 않은 상황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 유럽, 일본 정부는 이미 중국 칩 과잉 생산에 대한 잠재적 대응 방안을 논의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밀러 교수는 “중국산 칩 덤핑 사태를 미국은 안보 측면, EU는 무역 공정거래 측면에서 접근할 가능성이 크다”면서 각국 정부가 중국의 과잉 생산에 주목하게 되면 중국산 저가 칩에 의존하는 기업에 대한 조사 및 압박이 강화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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