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노동조합연맹 “교수는 정치활동 자유 허용하는데… ‘후진 정치’의 표본”
국회의원 총선거를 앞둔 더불어민주당의 백승아(38) 전 교사 ‘인재 12호’ 영입을 고리 삼아 교원단체가 29일 현직 교사의 정치활동을 금지한 나라는 OECD 가입국 중 대한민국이 유일하다며 교사의 ‘정치기본권’ 보장을 촉구했다. 백 전 교사가 현직 교사의 정치활동을 금지하는 법령에 따라 교단에서 내려올 수밖에 없었다고 토로하면서다. 이들의 지적은 교사의 정치활동을 금지하는 국가공무원법이나 ‘교원의 노동조합 설립 및 운영 등에 관한 법률(교원노조법)’ 등 현행법의 벽을 개정안 등으로 부숴야 한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이날 입장문에서 “더불어민주당이 교사노동조합연맹의 조합원 백승아 교사를 인재로 영입했다”며 크게 환영한 교사노동조합연맹(교사노조)은 “백승아 교사는 2020년 강원교사노동조합을 창립해 초대와 2대 위원장을 지냈고 사무처장을 역임해 올해는 전국초등교사노동조합 수석부위원장에 당선된 조합원”이라고 소개했다. 이어 “교육 입법 활동에서 전문성과 현장성을 높여 추락한 교권을 회복하고 바닥에 떨어진 교육 불신의 해소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한다”며 “교육정책 수립에서의 현장 교사 참여 중요성 요구에 정치권이 화답한 것으로 보고, 교육전문가인 교사의 참여가 제도화되기를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앞서 민주당은 같은 날 4·10 총선에 투입할 인재로 초등교사노동조합(초등교사노조) 수석부위원장을 지낸 백 전 교사를 영입했다. 충북 제천 출신으로 춘천교육대학교 국어교육과를 졸업한 백 전 교사는 경기도와 강원도에서 17년간 초등교사로 지냈다. 지난해 서울 서초구 서이초등학교 교사 사망 사건 당시에는 초등교사노조 부위원장으로 진상 규명 촉구에 앞장섰으며, 교사 순직 인정을 위한 활동을 이어왔다.
영입식에서 “어릴 적 학교 선생님께 받은 가르침이 삶의 큰 의지가 됐고, 17년간 아이들과 함께한 시간이 아주 큰 행복을 줬다”며 운을 뗀 백 전 교사는 지난해 서이초 사건 등에서 볼 수 있듯 많은 교사들이 무력감과 절망에 빠져 있다고 부각했다. 교육을 국가의 백년지대계라 부르지만 제대로 된 지도는 교사의 교육권이 살아있을 때 가능하다면서, 세 엄마이자 선생님 그리고 이제는 정치인으로서 교육개혁을 위해 헌신하겠다는 각오를 드러냈다.
강원교사노조 창립 등 노조 활동 이력을 떠올린 백 전 교사는 “교육 현실을 가장 잘 아는 현장 교사의 시각을 교육 입법 과정에서부터 반영할 수 있어야 하지만, 교사들에게 ‘정치기본권’이 없다”면서 “OECD에 가입한 38개국 중 교사에게 정치기본권을 부여하지 않는 곳은 대한민국이 유일하다”고 강조했다. 현직 교사 신분으로는 정치활동을 할 수 없어서 20년 가까이 지켜온 교단에서 내려올 수밖에 없었던 백 전 교사의 절박한 심정이다.
아울러 학교는 학생들이 행복하게 배울 수 있고 학부모가 안심하고 자녀를 보낼 수 있으며 교사가 안전하게 가르칠 수 있는 곳이 되어야 한다면서, 백 전 교사는 “가르칠 수 없는 환경에서 목숨을 잃는 교사가 없고, 무너진 교실 속에서 학생들의 배움이 사라지지 않으며, 가르치고 배우는 일이 행복한 교육환경을 만들기 위해 더불어민주당과 함께 최선을 다하겠다”고 의지를 불태웠다.
교사노조는 교육 정상화를 위한 정치권 역할을 앞세우며 사직서를 던진 백 전 교사의 용기를 높게 평가한 동시에 “교사에게는 휴직 출마조차 허용하지 않는다”고 정치현실을 개탄했다. OECD 가입국 중 우리나라만 현직 교사 정치활동을 금지한다는 대목을 내세운 노조는 “휴직 출마는 물론 모든 정치활동의 자유를 허용하는 ‘교수’와 달리, 유독 교사만 출마하지 못하게 막는 건 ‘후진 정치’의 표본이 아닐 수 없다”며 “차기 국회에서는 교사에게 최소한의 휴직 출마와 학교 밖에서의 정치활동은 허용해야 한다”고 대책 마련을 강력히 촉구했다.
교원노조법은 제3조에서 ‘교원의 노동조합은 어떠한 정치활동도 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한다. 정당법이나 공직선거법·국가공무원법도 교사의 정치 의견 표명과 정당 가입 등을 모두 금지해 일부에서 ‘교사의 정치활동은 24시간 내내 포괄적으로 금지당한다’는 반발이 거세다. 2022년 8월 민형배 의원실과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주최로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교원의 정치기본권 보장을 위한 국회 토론회’에서 부당함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있었고, 지난해 9월 전교조 등 교원 여섯 단체와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간담회에서도 ‘교사들은 노동기본권과 정치기본권이 없다’며 ‘교사가 외부 압박에 매우 취약해지는 핵심원인이므로 교사들에게도 노동 3권과 정치적 자유가 주어져야 한다’는 요구가 나왔다.
교사의 정치활동을 보장해야 한다는 목소리는 대개 공무원의 정당 가입과 활동을 허용하는 독일과 연관됐다. 정치적인 토론에서 일반 시민으로서 표현의 자유에 따라 정치적 성향을 이야기할 수 있다. 다만, 이때도 교사의 ‘정치적 중립성’은 필수다. 한 정당을 찬성하거나 반대할 수 있지만 자신과 다른 정치 성향을 인정하지 않으면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얘기다. 특히 자신의 정치적 성향을 학생들에게 주입시키거나 따르도록 영향을 줘서도 안 된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은 지난 18일 서울 종로구 노무현시민센터에서 열린 ‘리셋코리아행동’의 ‘미디어·의료·교육·기후’를 주제로 한 3차 세미나에 지정 토론자로 나와 “1987년 헌법 체제하에서 자유권이 다 보장됐다고 생각했는데, 그 체제 하에서 빠진 자유권 중 하나가 교원의 ‘정치적 기본권’”이라며 "독일은 국회의원 중에 가장 많은 직업군이 교사”라고 말했다.
조 전 장관은 “교사가 국회의원이 됐다가 현장에 돌아가는 게 허다하고 일상적”이라며 “민주시민교육 등이 매우 당연하고 청소년 교육현장에서의 민주주의 교육이 당연하다”고 덧붙였다. 계속해서 “(독일은) 정치 토론이 일상화·활성화되면서 교사도 정치활동을 하고 학생도 정치활동을 한다”며 “민주주의를 토론하는 게 일상인데, 우리 1987년 헌법 체제의 흠결 중 하나가 (교원의 정치적 기본권이 보장되지 않는) 이거라고 생각한다”고 대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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