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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교 32년’ 대만, G2경쟁 속 韓에 공세적 손짓… 균형외교 시험대 [심층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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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4-01-28 22:00:00 수정 : 2024-01-29 11:1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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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정부, ‘하나의 중국’ 원칙 속 양국 관계 어떻게

대한민국 수립 이후 ‘맹방’이었던 대만
1992년 한·중 수교 따라 외교단절 불구
그동안 우회적인 경제협력은 꾸준히

대만해협·반도체 등 미·중 전략경쟁 가열
‘親美’ 라이칭더 총통 당선에 세계가 주목
안보·경제 양면서 관계 확대 요구 가능성

대만과 협력 늘수록 中과 갈등 불가피
한국 정부, ‘인태협력 틀내서 역할’ 신중
“‘정경분리 원칙’ 지키며 돌파구 찾아야”

1992년 8월 한국은 중국과 수교하면서 대만과 외교관계를 끊었다. 대한민국 수립 후 유엔 무대에서 남북 정통성 경쟁을 벌이던 시절 대만은 한국의 맹방이었고 1980년대 북방외교 전개 후에도 경제·통상, 인적 교류에서 여전히 주요 우방이었다. 단교 후 대만과 한국은 현재 미수교국으로 남아 있다. 한국뿐 아니라 대다수 나라가 ‘하나의 중국’ 원칙에 따라 당시 대만과 단교했다.

32년이 지난 지금 세계는 다시 대만을 주목하고 있다. 대만은 인도태평양에서 미·중 전략경쟁의 핵심인 대만해협을 끼고 있다. 또 세계 최대 반도체 파운드리(위탁생산) 업체 TSMC를 갖고 있다. 이달 초 대만 총통 선거 현지 취재엔 각국에서 약 300개의 언론사가 모여들었다고 한다. 중국과 선명한 각을 세우며 미국과 가까운 민주진보당 라이칭더(賴淸德) 총통 당선인의 집권으로 양안(兩岸)관계 성격이 더욱 명확해진 가운데 한국은 ‘오래된 친구’ 대만과 어떤 관계를 만들어가야 할까.

 

라이칭더 대만 총통 당선인

◆꾸준히 손짓하는 대만

단교 후에도 대만은 꾸준히 한국과 경제적 동반자였다. 2023년 기준 약 5000명의 교민이 대만에 거주하고 있으며 민간 항공협정 등을 통해 우회적 협력도 계속돼왔다. 그럼에도 하나의 중국 원칙으로 국가 대 국가 관계가 제한된 한국과 대만이 외부적으로 드러내는 협력의 모습은 많지 않았다.

그런데 요즘 대만이 한국에 공세적 손짓을 보내고 있다. 미·중 전략경쟁 흐름을 타고 30여년 만에 얻은 전 세계의 주목과 기회를 놓치지 않으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한 예로 라이 당선인 측은 최근 언론 인터뷰 등을 통해 한국에 반도체 등 공급망 협력 메시지를 꾸준히 발신하고 있다. 주재우 경희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28일 통화에서 “대만은 한국과의 반도체 협력에 대한 관심이 높다”며 “파운드리를 주력으로 하는 TSMC와 메모리 분야 강자인 삼성이 보완할 수 있는 부분이 있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선 TSMC와 한국 기업이 경쟁자라는 우려를 하고 있지만, 우리 기업이 파운드리를 본격적으로 생산하려 해도 4차산업이 고도화하는 과정에서 전 세계 반도체 수요는 점점 늘어나기 때문에 반도체 강자인 ‘칩4’(한국·미국·일본·대만) 간에 경쟁보다 협력 여지가 넓다는 얘기다.

 

주변 우방들과 국가 대 국가 활동이 제한된 대만은 학술 등 민간 차원의 교류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한국 싱크탱크의 대만 학술 교류가 늘어나고, 한·일·대만 3자가 참여하는 싱크탱크 회의 정례화 등이 논의되고 있다.

 

대만의 요구는 앞으로 더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안보와 경제 양면에서 국가 대 국가 관계를 조금씩 늘리자는 요구를 할 가능성이 있다. 국립외교원 표나리 교수는 통화에서 “대만 측의 입장이지만 미국과 일본, 대만 간의 안보 협약이나 제도를 요구하거나 한·미·일 간의 안보협력에 옵서버 등으로 대만이 참여하는 일에 관심이 있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다만 한국 정부는 신중한 입장이다. 대만해협의 안보 문제를 다루더라도 양안관계 등 특정 사안을 다루기보다는 전체 인도태평양 협력의 틀 안에서 한국이 해야 할 역할을 하겠다는 쪽으로 제한적 입장을 지키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한국에도 대만은 매우 중요한 지역이다. 대표적인 것이 물류 통행이다. 2023년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 자료에 따르면 대만해협 또는 그 부근을 통과하는 해상 교통로는 우리나라 해상 운송량의 33.27%를 차지한다. 이 교통로에 문제가 생길 경우 주요 자원 및 제품에 한정해도 하루 4452억원의 경제적 손실이 발생한다. 특히 사우디아라비아와 쿠웨이트 등 중동 지역에서 수입한 우리 원유의 운송 항로가 대만해협을 통과한다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대만은 인태 지역에서 미국의 가장 강력한 우방이기도 하다. 한국으로선 이 점에서 대만과 주파수를 맞춰야 할 때가 있다. 주재우 교수는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재선된다면 동맹에 대한 경제적 분담 요구가 거세질 것이므로 한국, 일본, 대만이 공동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정경분리’ 원칙 지켜질까

문제는 중국과의 관계다. 중국이 자신들의 ‘핵심 이익’으로 분류하는 하나의 중국 원칙 속에서 한국이 대만과의 실질적 협력을 늘려가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주 교수는 “유일한 돌파구는 정경분리 원칙을 지켜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지금까지 그랬듯 1992년 한·중 수교 당시부터의 양해 사항이었던 대만과의 경제적·실질적 협력을 정치적 이유로 방해받지 않아야 하고, 이 점을 중국에 계속 주지할 필요가 있다는 얘기다.

그럼에도 대만과의 협력이 늘어날수록 중국과의 긴장은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2023년 상반기 윤석열 대통령의 ‘대만해협에서의 힘에 의한 현상 변경 반대’ 발언은 중국의 거센 반발을 불러일으켜 한·중 관계 냉각으로 이어졌다. 표나리 교수는 “지금 한국이 대만 문제에 대해 입장 표명을 하는 것은 대만이라는 하나의 정치적 체제나 국가를 생각하면서 하는 것이 아니라, 인태 협력 등 전체 지역 협력의 차원에서 이곳에서의 긴장과 갈등을 우려한다는 메시지라는 점을 (중국에) 강조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홍주형 기자 jhh@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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