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사 재판 중인 피고인이 해외로 도피할 경우 도피 기간 동안 재판시효를 정지하는 내용의 형사소송법 개정안이 25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국회는 이날 오후 본회의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이 담긴 형사소송법 개정안을 의결했다. 이 개정안은 피고인이 형사처분을 면할 목적으로 국외에 있는 경우 재판시효를 정지한다는 조항을 신설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현행법상 수사 중이거나 재판이 확정된 범인이 국외로 도피하면 공소시효나 형집행시효가 정지되는 반면, 피고인이 형사 재판을 받던 중 도피하면 재판시효가 정지된다는 조항은 없다. 이에 피고인이 국외에 있는 동안 공소 제기 시점으로부터 25년인 재판시효가 끝나면 처벌할 수 없다는 문제가 제기됐다.
실제로 해외로 도피한 피고인이 면소(형사 소송에서 공소권이 없어져 기소를 면하는 일) 판결을 받는 사례가 잇달아 발생했다. 주점 인수대금 등을 마련하기 위해 피해자들에게 총 5억6000만원을 편취해 1997년 8월 기소된 피고인 A씨는 1998년 4월 미국으로 출국했다. 형사소송법 개정으로 재판시효가 연장된 2007년 12월21일 전에 범한 범죄의 재판시효는 15년이었다. 1심 법원은 2020년 3월 기소 후 15년이 경과하자, 재판시효가 완성된 것으로 보고 피고인이 출석하지 않은 상태에서 면소 판결을 내렸다. 이는 2022년 9월 대법원 판결로 확정됐다.
법무부 관계자는 이날 “범인이 수사로부터 재판, 형집행에 이르는 일련의 형사절차 중 어느 단계에서 국외로 도피하더라도 시효를 악용해 처벌을 면할 수 없도록 개선했다”며 “법무부는 ‘범죄는 반드시 처벌된다’는 원칙이 지켜질 수 있도록 관련 법령의 정비와 보완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개정안은 공포한 날부터 바로 시행되며, 시행일 전에 기존 법률에 따라 이미 재판시효가 완성된 경우를 제외하고 현재 국외 도피 중인 피고인들에게도 적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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