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쿠팡 등 대형플랫폼, 중국기업 공습 속 주도권 숙제

고성장을 이어온 무신사가 패션플랫폼 최초 연간 거래액 4조 시대를 열었지만, 시장점유율은 여전히 한 자릿수에 그쳐 거대 유통 기업들과의 본격 경쟁은 쉽지 않을 전망이란 분석이 나온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무신사는 작년 자사가 운영하는 이커머스 서비스 거래액(GMV) 총합이 전년 대비 17% 이상 증가해 4조원을 돌파했다. 이 같은 고성장은 여러 입점 브랜드들의 매출 증가와 함께 오프라인 등 사업 확장이 주효했다는 게 업계 평가다.
하지만 거대 유통 공룡 기업들이 잇따라 온·오프라인에서 패션 경쟁력을 강화 중인 상황에서 앞으로 험난한 경쟁이 예상된다. 최근 패션에 공을 들이고 있는 네이버, 쿠팡, 신세계 등 이외에도 거대 중국 플랫폼 기업들은 그간 무신사가 경쟁해온 온라인 패션 플랫폼들과는 규모나 자본력 측면에서 차원이 다르다는 평을 받는다. 알리익스프레스, 테무 등 중국계 플랫폼들까지 저렴한 가격을 무기로 국내 시장에 본격 침투하고 있다.
통계청 기준으로 2022년 패션 카테고리 연간 거래규모는 52조원, 2022년 무신사의 거래액 규모는 3조원 초반으로 전체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5%대에 불과하다. 지난해 무신사가 30%에 육박하는 성장을 만들며 1조원 이상 성장을 실현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낮은 한 자릿수 점유율에 그칠 전망이다.

무신사가 성장하는 동시에 업계 안팎에서는 거대 플랫폼, 유통 대기업, 중국 공룡 기업들이 패션 시장 공략에 속도를 높이고 있다는 점이 낮은 점유율 원인으로 꼽힌다. 쿠팡은 C.에비뉴를 통해 패션 카테고리에 전략적으로 투자를 해오다가 지난해 말 세계 최대 럭셔리 브랜드 플랫폼 파페치를 5억 달러에 인수했다. 네이버는 대규모 적자에도 불구하고 자회사인 크림에 대한 투자를 이어가고 있으며, 북미 최대 중고패션 플랫폼인 포쉬마크를 2조3000억원을 들여 인수한 바 있다. 또 네이버쇼핑 내 패션타운을 열고 플랫폼을 확장 중에 있다.
기존 유통 대기업들 역시 패션에 대한 투자를 이어가고 있는데, 신세계그룹의 이커머스 플랫폼 SSG닷컴은 최근 글로벌 럭셔리 플랫폼 네타포르테와 전략적 제휴를 발표했다. 신세계백화점은 강남점과 부산 센텀시티점 등 무신사에서 성장한 MZ세대 패션 브랜드 입점을 확대하고 있는 추세다. 현대백화점과 롯데백화점 역시 무신사에서 주목받아온 국내 디자이너 브랜드 입점을 늘리고 있다. 실제로 디스이즈네버댓, 인사일런스, 쿠어 등 무신사에 입점돼 있으면서도 이름을 알린 브랜드들을 집중 공략 중이다.
특히 최근에는 알리익스프레스, 테무처럼 저렴한 가격을 무기로 국내에 상륙한 중국 이커머스 플랫폼에서의 패션 소비도 늘어나는 것으로 알려졌다. 글로벌 SPA 브랜드인 쉬인도 최근 국내에서 앱 이용자가 빠르게 확대되고 있어서 패션 시장 경쟁이 가열되는 양상이다. 이들 중국 출신의 공룡 기업들의 경우 당장 무신사가 다루는 브랜드 상품과 겹치지 않으나, 점차 패션 시장 전체를 장악해나갈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업계 관계자는 “패션은 여전히 온라인 쇼핑 침투율이 높지 않아서 대기업들의 자본을 앞세운 M&A나 대형 투자로 언제든 시장 진입이 가능해 경쟁이 활발한 영역이다”라며 “더욱이 팬데믹 이후 오프라인 시장도 되살아나고 있어서 무신사 같은 온라인 플랫폼과 기존 대형 유통업체 간의 치열한 주도권 다툼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