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규제 속 2024년 대다수 동결 가능성
수입 감소 대학 “운영비 충당 버거워”
제 지인은 약 2년 전 딸의 대학 등록금 고지서를 보고 약간 놀랐다고 했습니다. ‘인서울’ 대학 인문사회계열에 다니던 그분 딸은 ‘반수’를 해서 비수도권 한의대 진학에 성공했습니다. 전에 다니던 대학 등록금은 한 학기에 430만원 정도였는데 한의대 등록금 고지서에 500여만원이 찍혀 있더랍니다.
지인 딸과 저와의 학번 차이는 약 30년입니다. 제가 대학 다닐 때 등록금은 80만원이 조금 넘었었습니다. 당시 국립대 등록금과 요즘 사립대 등록금을 단순 비교할 수는 없고 인문계열과 의학계열 차이도 감안해야 할 것 같긴 하지만 그래도 대학 등록금이 1년에 1000만원 이상이라는 것은 부담스럽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올해 대학 등록금은 어느 정도일까요. 고등교육법은 등록금 인상 최대치를 직전 3개 연도 평균 소비자 물가상승률의 1.5배 이내로 제한하고 있습니다. 올해의 법정 등록금 인상 한도는 5.64%입니다. 지난해 사립대 평균 등록금이 757만3700원이었습니다. 대학들은 올해 등록금을 전년보다 42만원 더 많은 800만원까지 올릴 수 있다는 얘기입니다. 하지만 대부분 대학은 등록금을 동결할 것으로 보입니다. 교육부가 대학생·부모들의 부담 경감을 위해 등록금 인상을 강하게 규제하고 있어서입니다. 최근 5년간 대학 등록금 인상폭은 0.2%(2021년)∼0.6%(2023년)로 거의 오르지 않았습니다. 당국의 등록금 규제로 국민들 부담은 어느 정도 완화했습니다. ‘가장 부담되는 자녀 교육비 항목’에서 대학 등록금이라고 응답한 비율은 2010년 81.3%에서 2022년 60.6%로 떨어졌습니다. 등록금 총액 대비 국가장학금 규모를 뜻하는 ‘등록금 부담 경감률’은 2012년 13.3%에서 2022년 35.5%로 증가했습니다.
반면 대학 재정상황은 악화일로입니다. 사립대들의 주요 수입원이 등록금이기 때문입니다. 2022년 기준 사립대 교비회계 운영수입(17조1294억원)에서 등록금이 차지하는 비중은 60%가량(10조2241억원)입니다. 국고보조금(3조4894억원)과 재단 전입금(1조3094억원), 기부금(4929억원) 등 나머지 수입을 다 합쳐도 등록금 수입에 미치지 않습니다.
사립대들은 당국의 등록금 규제로 교육 및 연구개발 투자는커녕 인건비·운영비 충당도 버거운 상황이라고 아우성입니다. 실제 등록금 수입 대비 인건비·운영비 비율은 2011년 77.8%에서 2022년 98.5%로 급증했다고 국회 예산정책처는 지적했습니다.
대학 재정수입 감소 규모는 어느 정도일까요. 국회 입법조사처의 최근 ‘등록금 인상률 제한규정의 입법영향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대학들이 등록금을 전년 소비자물가 상승률만큼 인상했을 경우 사립대들은 연평균 1조3613억원, 국공립대는 2459억원의 추가 운영수입이 있었을 것으로 추산됩니다. 등록금을 법정 최대치로 인상했다면 2012∼2022년 27조9085억원의 추가재원을 확보할 수 있었다고 하네요.
등록금 부담 완화와 대학 미래 경쟁력 확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방안은 없을까요? 교육재정 전문가인 송기창 숙명여대 명예교수와 교육정책 전문가인 송경원 정의당 정책위원은 정부 차원의 대학 지원을 늘려야 한다고 입을 모읍니다.
송 교수는 “대학 재정이 어려워진 이유는 정부가 규제했기 때문이고 이는 국가가 보상해줘야 할 문제”라고 조언했고 송 위원은 “정부가 등록금을 계속 규제하려면 대학에 대한 지원과 투자를 획기적으로 늘려야 한다”고 말합니다.
실제 한국의 고등교육 투자 및 정부 재정지원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최하위권 수준입니다. 한국 정부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고등교육 지출 비중은 2020년 기준 0.7%로 OECD 평균(1.0%)보다 낮고 대학생 1인당 공교육비 지출액 또한 OECD 평균(1만8105달러)의 67.5%인 1만2225달러(약 1640만원)에 불과합니다.
고등교육에 대한 지속적 투자와 함께 첨단분야 인재양성 등 사회적 요구에 부응하는 중장기적인 전략 계획 수립이 필요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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