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연구팀이 인공신경망을 통해 인간의 뇌에서 음악 본능이 나타나는 원리를 밝혀냈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은 물리학과 정하웅 교수 연구팀이 인공신경망 모델을 통해 학습하지 않아도 사람의 뇌에서 음악 본능이 나타날 수 있는 원리를 규명했다고 16일 발표했다.
정 교수 연구팀은 인공신경망을 활용해 음악을 학습하지 않아도 자연에 대한 소리 정보 학습이 음악 인지 기능의 자발적인 형성에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연구팀은 구글의 대규모 소리 데이터를 통해 인공신경망이 다양한 소리 데이터를 인식하도록 학습시켰다.
그 결과, 음악에 선택적으로 반응하는 뉴런이 네트워크 모델 내에 생기는 현상을 발견했다.
사람의 말, 동물 소리, 환경 소리, 기계 소리 등의 소리에는 거의 반응을 보이지 않았는데, 기악이나 성악 등의 음악에는 반응을 보이는 뉴런이 자발적으로 생겼다.
해당 인공신경망 뉴런은 실제 뇌의 음악 정보처리 영역 뉴런들과 유사한 반응 성질을 보였다.
이 같은 성질은 특정 장르의 음악에 국한되지 않고 클래식, 팝, 록, 재즈, 전자음악 등 25개에 달하는 장르에 대해 공통으로 나타났다.
네트워크에서 음악 선택성 뉴런 활동을 억제하면, 다른 자연 소리에 대한 인식 정확도를 떨어뜨릴 수 있다는 점도 확인했다.
이는 음악 정보처리 기능이 다른 자연 소리에 대한 정보처리에 도움을 주고, ‘음악성’이란 자연의 소리를 처리하려는 진화적 적응에 의해 형성되는 본능일 수 있음을 의미한다.
정하웅 교수는 “연구 결과는 다양한 문화권에서 음악 정보처리의 공통된 기저를 형성하는 데 자연 소리의 정보를 처리하려는 진화적 압력이 기여했을 수 있음을 시사한다”며 “사람과 유사한 음악성을 인공적으로 구현해 음악 생성 인공지능(AI), 음악 치료, 음악 인지 연구 등에 원천 모델로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연구는 음악 학습에 의한 발달 과정을 고려하지 않았고, 발달 초기의 기초적인 음악 정보처리에 대한 논의인 것에 주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에 실렸다.
한편 그동안 학자들은 여러 문화권에 존재하는 음악의 보편성과 차별성을 규명하고, 어떻게 공통성이 나타날 수 있는지 이해하고자 노력해왔다.
지난 2019년에는 세계적인 과학 저널 ‘사이언스’의 연구 논문을 통해 민족지학적으로 구분된 문화에서 음악을 만들어내고, 유사한 형태의 박자와 멜로디가 사용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신경과학자들은 우리 뇌의 청각 피질에 음악 정보처리를 담당하는 특정한 영역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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