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시장 통해 남은 재고 구입
타국에 회사 세워 수입하기도
미국의 수출 통제에도 불구하고 중국 군대와 국립대학 등이 인공지능(AI) 개발을 위한 엔비디아 칩을 여전히 사들이고 있다고 로이터통신이 1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로이터에 따르면 중국 국립 칭화대학교는 지난달 엔비디아의 AI 칩 ‘H100’ 2개를 사들였다. H100은 현존 최고 사양으로 평가받는 고성능 그래픽처리장치(GPU)다. GPU는 생성형 AI의 두뇌 역할을 하기 때문에, 중국과 AI 기술 경쟁 중인 미국 정부는 2022년 9월 H100·A100 등 엔비디아가 만드는 최첨단 AI 칩의 중국 수출을 막았다.

칭화대는 그러나 수출 통제 조치 이후에도 총 80개가량의 A100 칩 확보에 성공한 것으로 드러났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졸업한 칭화대 공대는 현지 최고 명문으로, 중국 AI 연구의 중심이다.
미국의 수출 제재 기관인 하얼빈 공대와 전자과학기술대마저 지난해 A100을 구매했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하얼빈 공대는 AI 딥러닝(심층학습) 훈련을 위해 지난해 5월 칩 6개를, 전자과기대는 지난해 12월 1개를 구매했다.
엔비디아 칩은 중국 군대로도 흘러들어 갔다. 로이터는 입찰 문건을 분석한 결과 장쑤성 우시에 있는 익명의 중국군 기관이 지난해 10월 A100 3개, 이번 달 H100 1개를 구매했다고 전했다.
이들 대학·기관에 칩을 조달한 공급업체는 엔비디아의 승인을 받지 않은 곳이었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미국의 수출 통제 이후 중국은 암시장을 통해 AI용 반도체를 조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암시장의 공급업체들은 엔비디아가 미국 기업에 공급하고 남은 재고를 사들이거나, 인도·대만·싱가포르 등에 회사를 설립해 수입하는 우회로로 칩을 조달한다.
미국의 대중 수출 통제에 여전히 구멍이 뚫려 있는 것으로 드러났지만, 중국 기관들이 사들인 수량은 챗GPT와 같은 초거대 AI를 구축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규모다. 챗GPT 수준을 구현하기 위해서는 3만개 이상의 고성능 GPU가 필요하다. 그럼에도 엔비디아 칩을 구하려는 중국의 지속적인 구애는 화웨이 등 자국 반도체 기업의 제품이 여전히 엔비디아 칩을 대체할 수 없다는 것을 보여 준다고 로이터는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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