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부터 자체 제작극장의 정체성을 다져오고 있는 세종문화회관이 올해 푸치니 오페라 ‘토스카’ 등 29개 작품을 무대에 올린다. 관객에게 솔깃한 혜택이 다양한 서비스도 도입한다.
안호상 세종문화회관 사장은 최근 새단장을 마친 세종라운지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2024 세종시즌’ 작품들을 공개했다.
올해는 산하 예술단 작품으로 국악 6편, 무용 3편, 합창 5편, 뮤지컬 2편, 연극4편, 오페라 4편을, 기획·공동주최 작품 5편을 선보인다. 안호상 사장은 “외부 초청이나 기획 공연은 줄이고, 가능하면 단체(예술단) 제작을 늘리려고 했다”며 “극장의 자체 콘텐츠 제작은 시대적 사명”이라고 강조했다.

서울시오페라단은 9월 공연하는 푸치니 오페라 ‘토스카’가 우선 눈에 띈다. 세계 최정상 오페라 디바인 안젤라 게오르규와 독일에서 ‘궁정 가수’ 칭호를 받은 베이스 바리톤 사무엘 윤이 출연한다. 4월에는 1900년대 경성을 배경으로 재해석한 베르디의 오페라 ‘라 트라비아타’, 11월에는 소프라노 황수미가 출연하는 푸치니 걸작 ‘라보엠’을 공연한다.
서울시무용단은 지난해 미국 뉴욕 링컨센터 공연에서 호평을 받은 ‘일무’를 5월에 다시 공연한다. 한국무용의 거장 국수호와 역동적인 안무가 돋보이는 김재덕이 손을 잡은 신작 ‘국수호, 김재덕의 사계’는 10월에 관객과 만난다.
서울시극단은 ‘나와 시대’를 주제로 신작 4편을 보여준다. 헨리크 입센의 만년 작품인 ‘욘’(3월)을 시작으로 내전 등의 절망과 참상을 담은 ‘연안지대’(6월), 프리드리히 뒤렌마트의 단편소설을 바탕으로 한 ‘트랩’(9월), 옛 소설 ‘최척전’을 극화한 ‘퉁소소리’(11월)를 공연한다. 고선웅 서울시극단장은 “올해 화두로 ‘나와 시대’를 잡았다. ‘시대’라는 거 안에 들어가 휩쓸리고 사는 게 만만한 일이 아니다”며 “빠르게 변하는 세상에서도 연극은 무대의 자리를 지켜야 한다. 인간이 어떻게 살고, 이 시대를 잘 버텨나가야 할지 끊임없이 탐구하고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서울시뮤지컬단은 MZ세대를 겨냥해 유쾌한 작품인 ‘더 트라이브’를 4월 초연한다.

김덕희 서울시뮤지컬단 단장은 “젊은 관객들을 공연장에 들이려고 노력하고 있고, 빠르게 발전하는 뮤지컬 시장에서 시립단체가 해야 할 역할에 대해서도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중년 여성들의 인생 2막을 다룬 이야기로 인기 작품이 된 ‘다시, 봄’은 5월에 공연한다.
올해 창단하는 서울시발레단은 4월 창단공연에 나설 예정이며, 무용수 공개 선발을 진행 중이다.
기획·공동주최 공연으로는 10월에 세계적 피아니스트 유자왕과 협연하는 런던심포니 오케스트라의 내한 공연이 예정돼 있다. 또 ‘해리 포터와 불사조 기사단 인 콘서트’는 5월 다섯 번째 시즌으로 돌아오고, 연극 ‘웃음 대학’도 같은 달 무대에 오른다. 배우 김성녀가 1인 32역을 소화하는 뮤지컬 모노드라마 ‘벽 속의 요정’은 10월, 유니버설발레단의 발레 ‘호두까기인형’은 12월 다시 찾아온다.

다양한 예술가와 손잡고 실험적인 작품을 선보이는 ‘싱크 넥스트’는 세 번째 시즌을 이어간다. 올해는 미술작가 우국원과 이란의 극작가 겸 연출가인 아미르 레자 쿠헤스타니가 참여한다.
세종문화회관은 구독 서비스, 스위트석 등 새로운 관객 서비스도 도입한다. 구독 서비스는 연간 회원료를 내면 원하는 공연을 최대 40%까지 할인해준다. 구독자들에겐 온라인동영상서비스 티빙(TVING), 전자책 플랫폼 밀리의 서재의 1개월 무료 구독권, 세종문화회관 1층에 자리한 카페 아티제의 디저트 쿠폰을 제공한다. 스위트석은 추가 금액을 내고 전용 라운지에서 대기 없이 티켓을 수령한 뒤 간단한 다과 등을 즐길 수 있는 서비스다. 안 사장은 “공연시장의 성장 속에 엔터테인먼트를 전면에 내세운 (대형) 백화점과 호텔, 리조트가 극장의 경쟁자가 되고 있다”며 “유통·숙박업계가 소비재가 아닌 경험재를 파는 곳으로 부상하면서 치열한 경쟁이 이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전통적인 극장 역할을 넘어 차별화된 새로운 경험을 제공하는 세종문화회관으로 거듭나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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