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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진의 ‘에스파냐 이야기’] (18) 알칼라 데 에나레스 (2) - 神의 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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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4-01-09 15:56:28 수정 : 2024-01-09 15:5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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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고도 가까운 나라 스페인

스페인은 우리나라와 수교한 지 올해 73주년을 맞은 유럽의 전통우호국이다. 과거에는 투우와 축구의 나라로만 알려졌으나 최근 들어 우리나라 사람들이 즐겨 찾는 주요한 유럽 관광지다. 관광뿐 아니라 양국의 경제· 문화 교류도 활발해지는 등 주요한 관심국으로 부상하고 있다.

 

이은진의 ‘에스파냐 이야기’ 연재를 통해 켈트, 로마, 이슬람 등이 융합된 스페인의 역사와 문화에 대해 소개한다.

 

히메네스 데 시스네로스 추기경 초상화 ⓒ 프라도 박물관 소장

오래된 이 도시를 거닐다 보면 왠지 모를 고즈넉한 분위기가 느껴진다. 건축물들이 반듯이 늘어서 있는 ‘신(神)의 도시’ 알칼라 데 에나레스. 세르반테스 광장에서 계속 걸어가다가 만나는 한 동상에서 신의 도시라는 이유를 찾을 수 있다.

히메네스 데 시스네로스 추기경 동상. 필자 제공

알칼라 대학교가 있는 역사지구로 발길을 옮긴다. 도시가 대학을 중심으로 배치됐다는 느낌이 든다. 이는 동상의 주인공인 히메네스 데 시스네로스 추기경 때문이다. 시스네로스 추기경은 자신이 죽기 얼마 전인 16세기 초반에 신의 도시를 세우기로 마음먹는다. 로마제국의 신학자인 아우구스티누스가 쓴 『신국론』에 나오는 이상적인 공동체인 ‘시비타스 데이’(신의 도시, Civitas Dei)를 여기에 세우고자 했다. 당시에는 생소했던 대학도시는 중세의 신정사회가 그렇듯 성직자와 공직자를 교육하기 위한 목적이었다고 한다. 그의 뜻을 받들어 알칼라 데 에나레스는 세계 최초의 계획된 대학도시로 만들어지게 된다. 시비타스 데이는 스페인의 선교사들에 의해서 식민 지배하던 중남미대륙에도 그대로 이식됐다. 유럽 각지에서도 알칼라 데 에나레스를 본받아 계획된 대학도시를 만들게 된다.

알칼라 대학교. 필자 제공

알칼라 대학교에 들어서면 자유롭게 캠퍼스를 오가고, 곳곳에 앉아서 이야기꽃을 피우는 학생들의 모습이 풋풋하다. 알칼라 대학교 강당에 들어가 봤다. 강당은 시스네로스 추기경 사후에 완성되었다고 한다. 좌석과 강단은 모두 고풍스러운 나무로 만들어져 있다. 천장을 자세히 관찰해보니 독특한 격자형 무늬가 있다. 전형적인 무데하르 양식이다. 이 강당에 특별한 행사들이 많이 열린다. 매년 4월 23일 책의 날에는 스페인 국왕의 주재로 스페인어권 문학작품 중에서 뛰어난 작가에게 세르반테스상을 수여한다. 1990년대 중반 필자가 스페인에서 유학할 때가 문득 떠올랐다. 다시 공부하고 싶다는 생각과 함께…

알칼라 대학교 강당. 필자 제공

1998년 유네스코는 알칼라 데 에나레스가 세계 최초의 계획된 대학도시라는 점과 문학의 거장 세르반테스의 출생지인 점, 문화유산을 보존한 노력한 점 등을 높이 평가해서 세계유산으로 지정했다. 알칼라 대학교와 역사지구 등 도시 자체가 세계유산으로 지정된 독특한 사례인만큼가볼만한 여행지로 손색이 없을듯하다.

카사 데 히폴리투스 고고학 유적지 ⓒ 알칼라 데 에나레스 시청

계획된 대학도시 이전의 로마 시대 모습을 보기 위해서 카사 데 히폴리투스 고고학 유적지로 가본다. 알칼라 데 에나레스시는 로마의 식민지인 콤플루툼(Complutum)에서 기원했다. 이 유적지는 3∼4세기 사이 로마 귀족 가문인 히폴리투스에서 청소년들을 가르치던 곳이었다. 2000년 동안 세월의 풍파를 견디지 못해 유적지 곳곳은 허물어져 있었다. 하지만, 실내 장식 중에서 또렷한 물고기 문양의 모자이크는 긴 세월을 견디고 살아남았다. 마치 어제 만든 것처럼.


이은진 스페인전문가·문화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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