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피자 장인이 파인애플 올린 이유 …"맛 보고 말해라"

이탈리아 나폴리 피자 장인(피자이올로) 지노 소르빌로.

피자의 본고장 이탈리아 나폴리에서 피자 장인(피자이올로)이 전통에서 벗어난 파인애플 피자를 선보여 화제가 되고 있다.

3일 (현지시간) 미국 CNN 방송에 따르면 나폴리의 유명한 피자 거리인 비아 데이 트리부날리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지노 소르빌로는 파인애플을 토핑으로 올린 '마르게리타 콘 아나나스'를 메뉴에 올렸다.

한 판 가격이 7유로(약 1만원) 정도인 이 피자는 일반적인 하와이언 피자와는 다르게 토마토 껍질을 벗겨내고 최소 세 가지의 치즈 뿌려져 만들어졌다. 특히 재료 중 파인애플은 식감을 살리기 위해 두 번 구워 얹었다.

삼대째 피자를 만들어온 그는 CNN과 인터뷰에서 음식에 대한 편견에 맞서기 위해 파인애플 피자를 만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 몇 년간 많은 사람이 이전에 몰랐다는 이유만으로 음식 재료나 조리 과정을 비난하는 것을 봐왔다"면서 "독극물 취급을 받는 논란의 재료들을 나폴리 피자에 올려 맛을 내고 싶었다"고 했다.

미국 마이애미와 일본 도쿄, 스페인 이비사 등 전 세계에 21개 매장을 운영하는 그는 나폴리 본점에서 파인애플 피자를 선보인 게 '중요한 포인트'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그의 취지와는 달리 현지에서의 반응은 냉랭했다. 소르빌로는 이번 주 소셜미디어(SNS)에 파인애플 피자를 선보인 뒤 모욕적인 글이 달리는 등 한바탕 난리가 났다고 전했다. 이탈리아 국영 TV에선 파인애플 피자가 때아닌 논쟁의 주제에 오르기도 했다.

그럼에도 호기심을 갖고 파인애플 피자를 먹어본 사람들은 호의적인 반응을 보였다고 소르빌로는 설명했다.

그는 "파인애플 피자를 SNS에 올리기 전에 몇 주간 메뉴에 슬쩍 올렸는데 많은 사람이 주문했고 심지어 나폴리 사람들도 주문했다"고 말했다.

나폴리에 직접 가 소르빌로의 파인애플 피자를 먹어본 음식 저널리스트 바르바라 폴리티는 "맛있고 신선하다"는 평을 내놓았다.

소르빌로는 자신의 피자 장인 조상들에게 파인애플 피자를 주면 당황해할 것이란 생각이 들긴 하지만 "먼저 맛본 다음 자신의 의견을 말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편 피자 종주국인 이탈리아는 자국의 피자를 변형해 다양한 음식 재료를 토핑으로 올린 피자들을 '가짜 피자'로 여기는 등 피자의 정통성에 대한 자부심이 강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수연 온라인 뉴스 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