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언스프리즘] 암 환자에게 좋은 비타민?

암 재발 예방할 묘약은 없어
비타민C 과일·채소가 더 효과
적절한 운동과 균형잡힌 식사
그 어떤 영양제보다 큰 효과

림프종과 다발골수종이라는 혈액암을 치료하는 의사로서 가장 많이 듣는 질문은 단연코 뭘 먹으면 좋은가이다. 환자분들의 궁금증이 이해는 가지만 원하는 그 답을 드릴 수 없는 의사는 늘 곤란하다. 거두절미하고 결론부터 말하자면 그 어떠한 건강보조식품 또는 비타민도 암의 재발을 예방할 수 있다는 결과는 없다.

같은 질문에 고른 음식 섭취와 적절한 운동이라는 교과서적인 답을 하면 대부분 실망하는 기색이다. 특히 유산소 운동이 신체와 정신건강에 얼마나 도움이 되는지를 설파하려 하면 싫은 내색이 역력하다. 한술 더 떠 그 와중에 한두 잔의 술과 하루 한 갑 정도의 담배는 괜찮지 않냐며 은근한 기대감을 담은 질문을 하는 분들도 있다. 때로는 난생처음 듣는 건강기능식품의 이름을 읊으며 묘약인지를 확인하고자 하는 분들도 있다. 잘 모르는 약이라고 답을 드리면 대부분은 의사가 이런 것도 모르는가 하는 실망한 표정이다.

윤덕현 서울아산병원 카티센터장

한 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건강기능식품 시장 규모는 연간 5조원이 넘는다고 한다. 더구나 그 규모는 계속 커지고 있단다. 10여년 전의 조사 결과이지만 수도권 3개 병원에서 항암치료를 마친 림프종 환자들이 얼마나 건강기능식품을 복용하는지를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적어도 40% 정도는 의사의 권고에 반하여 뭔가를 먹고 있었다. 조사에 솔직히 답하지 않은 분들도 있었을 것을 감안하면 그 비율은 사실 더 높을 가능성이 크다.

한 예로 비타민 D는 뼈 건강에 중요한 인자로 잘 알려져 있고 골다공증 예방을 위해 권고되기도 한다. 그뿐 아니라 면역 조절에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실제 필자의 연구진이 다발골수종 환자를 대상으로 조사했을 때에도 비타민 D 결핍이 있는 환자들의 생존율이 결핍이 없는 환자보다 낮았다. 이를 바탕으로 상당수의 환자에게 비타민 D 제재의 섭취를 권고했다. 림프종의 경우에도 비타민 D 결핍은 세포 면역이 저하되어 치료 효과의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는 데이터가 많았다. 최근 미국혈액학회에서 지연형(또는 저등급) B세포 림프종 환자를 대상으로 한 위약대조무작위배정 비교임상시험 결과가 발표됐다. 환자 200여명을 2:1로 임의 배정해 비타민 D 또는 위약을 3년가량 복용하게 했다. 실제 비타민 D를 복용한 군은 혈액검사상 비타민 D의 농도가 현저히 증가했다. 그러나 무진행생존율은 양군 간 전혀 차이가 없었다. 불행 중 다행인 것은 양군 간 안전성에 차이가 없어 하루 2000단위 정도의 비타민 D 보충은 무해한 것으로 보인다. 즉 비타민 D 결핍은 암이 진행된 경우에 동반되는 2차 결과이고 이를 교정해도 치료 성적을 향상하지는 못한다는 것이다.

최근 국내에서 시행된 연구 결과도 비슷하다. 20여건의 코호트 연구를 메타분석한 결과로 보충제 형태로 섭취한 비타민 C는 암 예방 효과가 없었다. 그러나 흥미롭게도 야채 또는 과일 등으로 섭취한 경우는 약 30%의 효과가 관찰됐다고 한다. 어쩌면 비타민 그 자체보다는 야채 또는 과일의 다른 성분이 암 예방 효과가 있거나 또는 야채 및 과일의 다른 성분과 함께 복용할 때에만 효과가 있을지도 모르겠다. 결과를 그대로 받아들이면 비타민을 사 먹는 것보다 야채나 과일을 먹는 편이 더 비용효과적이다.

그러나 앞의 림프종 환자를 대상으로 한 비타민 D 임상시험 결과 발표 자리에서 한 독일 의사는 그래도 본인은 비타민 D를 적극 처방하겠노라고 코멘트하는 것을 보면 의사조차 본인의 믿음을 굽히지 않는데 필자의 이런 글을 보면서 수긍할 사람이 얼마나 있을지 의구심이 든다. 실제 무효성이 입증된 임상시험에서도 비타민 복용군의 30%는 본인의 건강이 더 좋아졌다고 느꼈다고 하니 플라세보효과는 분명 강력하다.

비타민이 건강에 도움이 되냐고 물어보신다면 식사를 잘 하지 못해 영양결핍이 의심되는 경우를 제외하면 권하지 않는다고 하겠다. 그래도 혹 필자는 건강을 위해서 무엇을 먹고 있는지 궁금하신 분이 있을지 모르겠다. 물론 필자는 위에 제시된 자료를 근거로 건강기능식품을 일절 복용하지 않는다.

윤덕현 서울아산병원 카티센터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