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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통일 불가” 구체화… 대남사업 기구 정리 착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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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4-01-01 21:07:16 수정 : 2024-01-01 21:0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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金 “동족관계 아닌 교전국” 선언

“전쟁 통한 점령만이 北 통일 노선
언제든지 전쟁 가능 기정사실화”
‘통일 지향 특수관계’ 합의 폐기
통전부 격하·조평통 폐지 전망
군사정찰위성 올 3번 발사 예고

신원식 “北 도발은 파멸의 전주곡”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남북관계를 민족관계가 아닌 국가 간 관계로 전환한다고 선언하고, 전쟁을 통한 남한 점령만이 북한의 통일 노선이라고 밝혔다. 대남 노선을 근본적으로 전환하겠다며 초강경책을 선언한 것이다.

딸 김주애와 애정 과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오른쪽)의 딸 김주애가 공연장 객석에서 오른손으로 아버지의 왼쪽 뺨을 어루만지고 있다. 1일 조선중앙TV는 전날 김 위원장 부녀가 평양 능라도 5월1일경기장에서 ‘2024년 신년 경축 대공연’을 관람했다고 보도했다. 뉴시스

조선중앙통신은 1일 북한 최선희 외무상이 대남 사업 부문 기구들을 정리하라는 김 위원장의 지시 이행에 나섰다고 보도했다. 통신은 전날 당 중앙위원회 제8기 9차 전원회의에서 김 위원장이 “우리를 ‘주적’으로 선포하고 외세와 야합해 ‘정권 붕괴’와 ‘흡수통일’의 기회만을 노리는 족속들을 화해와 통일의 상대로 여기는 것은 더 이상 우리가 범하지 말아야 할 착오”라고 했다며 대남 기구 정리를 지시했다고 전했다.

지시의 구체적 내용은 공개되지 않았으나 통일전선부 위상 격하, 조국평화통일위원회 폐지 등으로 예상된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외무상이 지시를 이행하는 것으로 미루어 통전부가 외무성에 흡수된 것 같다”며 “앞으로 남북관계가 북·미 관계의 하위 개념화하고 한반도 문제 주도권이 북·미에 넘어갈 것으로 예상된다”고 했다.

 

지난달 26∼30일 열린 회의 마지막 날 김 위원장은 2024년 투쟁 방침을 선언하며 대남 초강경 발언을 쏟아냈다. 그는 “북남관계는 동족관계가 아닌 적대적인 두 국가 관계, 교전국 관계로 고착됐다”고 했다. 통신은 김 위원장이 “미국과 남조선 것들이 끝내 우리와 군사적 대결을 기도하려 든다면 조선반도(한반도)에서 언제든 전쟁이 터질 수 있다는 것을 기정사실화하고 남반부 전 영토를 평정하는 군사행동 과업을 제시했다”고 전했다. 이어 “우리 당이 내린 결론은 하나의 민족, 두 개의 국가, 두 개 제도에 기초한 우리의 조국통일 노선과 극명하게 상반되는 ‘흡수통일’, ‘체제 통일’을 국책으로 정한 것들과 그 언제도 통일이 될 수 없다는 것”이라고 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2023년 12월 31일 평양 5월1일경기장에서 2024년 신년경축대공연을 관람했다. 뉴시스·조선중앙TV 캡처

남북은 1989년 한민족공동체통일방안 등을 통해 무력통일에 반대하고 남북관계는 통일을 지향하는 잠정적 특수관계임을 약속했다. 김 위원장의 노선 수정은 이를 폐기하는 것이다. 윤석열정부 들어 ‘자유민주주의 체제 통일’을 공개적으로 강조한 것에 반발하지 않을 수 없는 북한 체제 특성도 반영됐다는 분석이다.

북한은 군사정찰위성도 올해 3번 더 발사하겠다고 했다. 또 국방력 발전 5대 중점 목표 중 “미진된 과업을 빠른 기간 안에 집행”하겠다며 “제3차 함선 공업 혁명을 일으킬 것”이라고 했다. 핵잠수함 건조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풀이된다. 조선중앙TV는 김 위원장의 전원회의 연설을 녹화 방영하면서 배경 영상으로 한·미·일 정상의 미국 캠프데이비드 회의 모습을 이용했다. 북한 주민들이 보는 TV에 윤 대통령 등 한·미·일 정상이 등장한 것은 이례적이다. 외부 위협을 강조하고 주민들의 적개심을 유도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이에 맞서 신원식 국방부 장관은 “북한의 도발적 망동은 곧 파멸의 전주곡이 될 것임을 뼈저리게 느끼게 하겠다”고 경고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난 2023년 12월 31일 인민군 대연합부대장들과 주요 지휘관들을 당 중앙위원회 본부청사에서 만나 2023년도 군대의 투쟁공훈을 높이 평가하고 고무 격려했다. 연합뉴스·평양조선중앙통신

한편 북한은 대내 경제 성과 목표를 초과 달성했다고 강조했다. 특히 가장 급박했던 목표가 “농사를 잘 짓지 못해 산생된(생긴) 심각한 식량난을 해결하는 것”이었다며 올해 식량난이 극심했음을 드러냈다. 다만 “알곡 고지(식량 목표)를 103% 달성”해 식량난은 극복됐다고 했다.

 

회의에서는 청년, 학생들의 복지 문제가 별도 안건으로 다뤄질 정도로 중시됐다. 통일연구원은 “교복, 가방 등 학생 필수 용품을 무상 공급하는 시책 사업이 미래 세대를 책임지는 ‘수령’의 정치사업으로 격상됐다”고 분석했다. 한류로 인한 청년 세대의 사상 이완에 철저히 대응하는 동시에 딸 김주애 또래 세대의 복지 향상을 업적으로 삼아 향후 김주애 우상화에 나설 수 있음을 보여 주는 대목이다.

노동신문은 이날 김 위원장과 딸 주애가 주북 외교단과 전원회의 참가자, 주민들이 초청된 대규모 송년 행사에 참석했다는 기사를 1면에 실었다. 노동신문은 통상 1월1일자에 김 위원장 신년 메시지나 노동신문 사설을 실었는데 이번에 관례를 깬 것이다. 조선중앙TV에는 김 위원장이 주애 볼에 입을 맞추며 애정을 과시하는 장면도 나왔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한반도전략센터장은 “전원회의를 하루 먼저 마치고 미리 결과를 보도한 것은 파격”이라며 “마치 새해 첫날부터 김주애를 띄우기 위한 목적이었다는 느낌”이라고 했다.


김예진·구현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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