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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선균, 무명배우 부득부득 데려와 자랑하기 바빴다” 영화감독들 추모글

입력 : 2023-12-31 19:10:00 수정 : 2023-12-31 21:4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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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영화감독조합 “끝내 지켜주지 못해 비통…피의사실 공표 유감”
지난 27일 서울 종로구 서울대학교병원 장례식장에 배우 고(故) 이선균씨의 빈소가 마련돼 있다. 뉴시스

 

한국 영화감독들이 “감독에게 배우는 서로 숙명 같은 존재다. 그런데 우리는 지금 사랑하는 사람을 잃었다”며 지난 27일 숨진 배우 고(故) 이선균씨를 추모했다.

 

한국영화감독조합(DGK)은 30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이선균 배우, 추모의 글’이라는 제하의 글을 통해 “배우의 소임은 한 인간이 자신이 온몸으로 겪고 느낀 것들을 켜켜이 마음 한편에 쌓아두었다가 카메라 앞에 그간의 삶을 바쳐 꺼내어 놓는 일”이라며 “이것만으로도 그는 이미 자기의 소임을 다했다”고 적었다. DGK는 영화감독들의 자유와 권익을 보호하기 위한 단체로 봉준호 감독, 박찬욱 감독 등 500여명이 소속돼있다.

 

이들은 “그는 데뷔 초반 7년간의 오랜 무명 생활을 떨치고 굵직한 드라마로 세간에 주목을 받았지만 인기에 연연하지 않고 상업영화와 독립영화 가리는 것 없이 자신을 필요로 하는 자리에 가서 날개를 펼쳤다”며 “오랜 인연의 부탁에 기꺼이 우정 출연과 무보수 출연을 마다하지 않았고 큰 명성을 기대할 작품에 상대 배역을 빛나게 해주는 것에 절대 인색하거나 과욕을 부리지 않았다”고 회상했다.

 

이어 “상대적으로 과한 연기가 드물었던 배우, 그래서 더 용감했던 배우였다. 늘 그가 출연한 작품에 상대 배우들은 이선균 배우 때문에 더 반짝였다”며 “어디 그뿐인가? 그는 무명의 배우들을 부득부득 술자리에 데려와 감독들 앞에 자랑하기 바빴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그의 범죄혐의가 확정되기도 전에 피의사실이 공표됐고, 구체적인 수사 상황과 확인되지 않은 혐의가 실시간으로 보도됐다”며 “감독조합은 깊은 유감을 표하며, 이 과정에서 그가 겪었을 심적 부담감과 절망감을 이루 헤아릴 수 없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우리는 그를 끝내 지켜주지 못했다. 삶을 던져 카메라 앞에 물질화되어 작품으로 영원히 남겨지는 배우의 숙명을 지켜주지 못한 것이 미안하고 또 미안할 뿐이다. 비통하다”며 “이제 와 부끄럽지만 이런 비극이 다시는 일어나지 않도록 우리도 반드시 힘을 보태겠다. 고민하겠다”고 끝맺었다.

 

앞서 이씨는 지난 10월 마약 투약 혐의로 입건돼 경찰 조사를 받아오다 지난 27일 숨진 채 발견됐다.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 예방 핫라인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김수연 기자 sooya@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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