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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북남(남북), 동족 아닌 적대관계”… 핵·미사일 정당성 확보 원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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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3-12-31 18:00:00 수정 : 2023-12-31 17:3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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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새해 정책 방향을 밝히는 전원회의에서 남북관계를 ‘동족 관계’가 아닌 ‘적대적 두국가 관계’로 공공연히 규정했다. 김일성 주석 때부터 주장해온 ‘1국가 2체제’ 통일방안도 수정할 가능성이 엿보인다. 선대로부터 내려온 남북관계의 틀을 전면 수정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이같은 방향은 남측을 장기적 통일 대상으로 바라보는 관점에서 벗어나 적대 세력으로 바라봄으로써 핵·미사일 사용에 걸림돌을 제거하려는 의도라는 분석이 나온다.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 연합뉴스

◆“북남(남북) 관계는 적대관계”

 

북한 관영매체 조선중앙통신이 31일 보도한 바에 따르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지난 30일 열린 노동당 전원회의 5일 차 회의에서 “우리가 동족이라는 수사적 표현 때문에 미국의 식민지 졸개에 불과한 괴이한 족속들과 통일 문제를 논한다는 것이 우리의 국격과 지위에 어울리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북남(남북) 관계는 더 이상 동족관계, 동질관계가 아닌 적대적인 두 국가관계, 전쟁 중에 있는 두 교전국 관계로 완전히 고착됐다”고 밝혔다.

 

김 위원장은 “이제는 현실을 인정하고 남조선 것들과의 관계를 보다 명백히 할 필요가 있다”며 “우리를 ‘주적’으로 선포하고 외세와 야합하여 ‘정권붕괴’와 ‘흡수통일’의 기회만을 노리는 족속들을 화해와 통일의 상대로 여기는 것은 더 이상 우리가 범하지 말아야 할 착오”라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 조선중앙통신은 “불신과 대결만을 거듭해온 쓰라린 북남관계사를 냉철하게 분석한 데 입각하여 대남부문에서 근본적인 방향 전환을 한 데 대한 노선이 제시됐다”고 보도했다.

 

북한은 지난 7월 이후 남측을 ‘남조선’으로 지칭하는 대신 ‘대한민국’으로 부르며 동족 인식을 탈피하려는 의도를 보여왔다. 하지만 김 위원장의 신년사를 대신하는 전원회의 언급을 통해 이같은 인식을 드러낸 것은 처음이다. 향후 대남 적대시 정책을 펴고 핵·미사일 실험을 하는데 ‘동족 인식’이 영향을 주는 일이 없도록 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홍민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이날 ‘북한 당중앙위 제8기 제9차 전원회의 보도 분석’을 통해 “남북간 통일논의를 포기하고 외교관계가 없는 적대적 교전국가로 정리할 경우 같은 민족에게 핵무기를 사용한다는 모순이 제거된다”며 “결국 북한은 핵·미사일 고도화와 대남 실전화의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해 ‘국가 대 국가’ 구도를 설정한 측면이 있다”고 해석했다.

 

◆남측 헌법도 문제 제기…근본적 인식 변화

 

김 위원장은 우리나라 헌법의 영토 규정에 대해서도 문제를 제기했다. 그는 “지금 이 시각에도 남조선 것들은 우리 공화국과 인민들을 수복해야 할 대한민국의 영토이고 국민이라고 꺼리낌 없이 공언해대고 있으며 실제 대한민국 헌법이라는데는 ‘대한민국의 영토는 조선반도와 그 부속도서로 한다’고 버젓이 명기돼 있다"고 지적했다.

 

김 위원장은 “우리 제도와 정권을 붕괴시키겠다는 괴뢰들의 흉악한 야망은 ‘민주’를 표방하든 ‘보수’의 탈을 썼든 조금도 다를바 없었다”고도 언급했다. 역대 김대중정부에서 햇볕정책, 문재인정부에서 한반도평화프로세스 등 진보정부에서 유화적 대북정책을 쓴 것까지 부정한 것으로 풀이된다.

 

김 위원장은 향후 대남 기구 축소도 시사했다. 그는 “현실을 냉철하게 보고 인정하면서 당 중앙위원회 통일전선부를 비롯한 대남사업부문의 기구들을 정리, 개편하기 위한 대책을 세우며 근본적으로 투쟁 원칙과 방향을 전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근에도 북한은 대남 기구인 통전부 대신 외무성 명의로 대남 메시지를 발표해왔다.


홍주형 기자 jhh@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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